[27th SRE][WORST]산은캐피탈, 지긋지긋 인연 끊나

매각 불확실성 줄어드니…살아나는 본업 경쟁력
  • 등록 2018-05-16 오후 3:30:32

    수정 2018-05-16 오후 3:30:32

자료: 이데일리 SRE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산은캐피탈에 대한 크레딧 시장의 지독한 애증이 끝나가고 있는 걸까. 매번 신용등급 하향 조정 요구가 거셌던 산은캐피탈이 이제는 제 가치를 인정받을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모기업인 산업은행의 매각 시도가 사실상 중단되면서 계열 지원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본업도 회복세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27회 SRE 기업별 등급수준 적정성(워스트레이팅) 평가에서 산은캐피탈은 24표(12.8%)를 받아 9위를 기록했다. 25회 2위, 26회 4위에서 순위가 크게 낮아졌다. 채권매니저들로부터는 3번째로 많은 17표를 받았지만 크레딧 애널리스트 중 산은캐피탈을 꼽은 비율은 8.5%(6표)에 그쳤다.

SRE 워스트레이팅과 산은캐피탈의 인연은 오래됐다. 초창기 조사부터 꾸준히 표를 받아오다 19회 2위, 20회 5위에 오른 후 21회 8위로 숨을 고르더니 22회부터 5회 연속 5위권에 들었다.

19~20회는 산은캐피탈의 신용등급이 ‘A+’에서 ‘AA-’로 상향 된 이후 실시한 조사로 ‘AA’급의 신용등급이 적정한지에 대한 의문이 많았다면 최근 2~3년 동안은 매각 이슈에 따른 불확실 성이 상존하던 시기다. 신용등급을 결정하는 요소 중 하나인 계열 지원 가능성에 ‘산업은행 대주주’라는 프리미엄이 빠지게 된다는 예상이 반영된 것이다. 매각 과정이 순탄하지도 않았다. 산업은행은 2015년과 2016년 공개 경쟁입찰 방식으로 산은캐피탈 매각을 진행했지만 유효 입찰이 최종 무산돼 지배구조 변경 불확실성이 지속됐다.

27회 조사에서 산은캐피탈의 순위가 크게 낮아진 이유는 올해 들어 산업은행이 매각 절차를 당분간 재개하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소식이 우려를 잠재웠기 때문이라는 판단이다. 산은캐피탈은 은행계 할부리스사로 모기업과 연계영업 같은 영업 지원은 물론 대규모 유상증자와 신용공여한도 제공 같은 재무 지원 등 일상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기업금융 부문은 산업은행이 주관하는 신디케이션 대출에 참여하고 유가증권·신기술금융 부문도 산업은행과 공동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지원능력과 지원 의지 등을 감안할 때 유사시 지원 가능성이 높은 수준이다. 현재 신용등급도 신용평가 3사가 계열 지원 가능성을 반영해 자체 신용도보다 1노치 높게 책정한 것이다. 산업은행이 매각을 추진했던 이유는 전략적 중요성이나 투자기대 효과 같은 경제적 효용이 감소했기 때문이 아닌 정책적 목적 때문임을 감안할 때 지원 의지가 낮아졌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기업금융을 기반으로 한 사업 다각화가 성과를 나타내며 수익성은 개선되는 추세다. 지난해 충당금적립전영업이익은 1446억원, 당기순이익 1181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10.4%, 20.6% 증가했다. 재무 측면에서도 대출 심사 등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지속적으로 부실채권 정리·회수에 나서고 있다. 요주의 이하 여신비율과 1개월 이상 연체율은 2016년 각각 3.0%, 0.9%에서 작년 2.3%, 0.7%로 낮아지는 등 건전성이 개선됐다.

작년부터 자금 조달이 원활해지면서 올해는 성장세가 재개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한 SRE 자문위원은 “매각 불확실성이 줄어들면서 작년 하반기부터 만기가 긴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 하는 등 환경이 개선됐다”며 “사업 규모나 건전성, 수익성만 놓고 보면 현재 등급이 적정한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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