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응열 기자] 인공지능(AI)향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을 이끌고 있는 SK하이닉스가 올해 연간 최대 영업이익 기록을 경신할 것이 유력하다. 올해 23조원 넘는 이익을 바탕으로 지난해 수조원의 손실을 만회하는 동시에 솔리다임 인수잔금과 AI 메모리 시설투자 등 미래 경쟁력 제고에도 힘을 받을 전망이다.
| SK하이닉스 경기 이천 본사.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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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은 23조5743억원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7조7303억원의 영업손실을 봤지만 올해는 수십조원에 달하는 흑자를 내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2조8860억원의 영업이익을 시작으로 매분기 이익 규모를 늘리고 있다. 2분기에는 5조4685억원을 올렸고 3분기에는 7조300억원을 달성했다. 4분기에는 이보다 더 많은 8조1828억원의 이익이 예상된다.
SK하이닉스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실제로 23조원을 넘길 경우 기존 최대 영업이익 기록을 경신하게 된다. 현재 최대 영업이익은 지난 2018년 올린 20조8438억원이다. 당시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탔다. 2010년대 초반까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출혈 경쟁이 이어졌고 파산하는 기업도 나오며 메모리 3사 과점체제가 굳어졌다. 이에 업계 전반적인 설비 투자가 부진했고 공급이 수요를 제대로 받치지 못해 메모리 가격이 뛰었다.
| SK하이닉스 HBM3E. (사진=SK하이닉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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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당시와 같은 반도체 호황이 오진 않았다. 스마트폰과 노트북 등 소비자 제품의 수요는 여전히 부진한 상황이다. 올해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을 끌어올리는 핵심은 HBM이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HBM3와 HBM3E 등을 공급하고 있다. 마이크론도 납품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물량에선 SK하이닉스가 압도적이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 문턱을 제대로 넘지 못하고 있다.
SK하이닉스로선 기회가 됐다. 엔비다아와의 HBM 가격 협상에서 주도권을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객사들이 납품처를 다변화하려는 건 가격 협상 우위에 서려는 목적이 상당하다”며 “HBM의 경우 확실한 물량을 줄 수 있는 곳이 SK하이닉스뿐이어서 협상 주도권에서 밀릴 가능성이 낮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역대 최대 이익을 바탕으로 미래 경쟁력 확보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4개월 뒤인 내년 3월에는 솔리다임 인수 잔금 20억달러(약 2조8000억원)를 인텔에 지불해야 한다. 솔리다임은 AI 서버 등에 쓰일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생산에 특화돼 있다. 아울러 SK하이닉스 자체적으로 내년 HBM과 DDR5 등 선단제품 생산을 위한 시설투자에 10조원 후반 수준의 금액을 투입할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 3분기말 연결기준 SK하이닉스의 현금성 자산은 10조8580억원이다. 내년 예상 지출 규모를 고려하면 투자 자금이 넉넉하지만은 않다. 다만 HBM 이익이 꾸준히 발생할 전망이고 규모도 큰 만큼 투자 집행에 따른 자금 부담은 덜 수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