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응태 기자] 미국을 가상자산의 수도로 만들겠다고 공언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이 결정되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트럼프 2기가 가상자산 산업 육성에 방점을 둘 가능성이 큰 만큼, 국내 가상자산 관련 규제가 글로벌 동향에 맞춰 완화될지 관심이 쏠린다. 우리 정부는 11월 가상자산위원회를 출범하고 법인의 가상자산 실명계좌 발급 논의에 착수한 가운데, 이를 허용할 경우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다.
|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영향으로 비트코인이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13일 오전 서울 빗썸라운지 강남점에 비트코인 가격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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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30분 비트코인 1개당 가격은 8만7350.89달러를 기록했다. 일주일 전과 견줘 16.73% 오른 가격이다. 비트코인은 이날 오전 5시55분께 사상 처음으로 9만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한 것은 트럼프 당선인이 친(親)가상자산 정책 기조를 견지하고 때문이다. 트럼프는 대선 유세 중 비트코인을 미국의 전략자산으로 비축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트럼프의 이 같은 공약이 실제로 이행된다면 비트코인의 대외적 신뢰도가 개선되고, 전통 금융사의 접점이 확대될 전망이다. 윤창배 업비트 투자자보호센터 연구원은 “트럼프의 당선으로 미국 우선주의에 기반을 둬 금융 규제 완화 기조가 나타난다면 전통 금융사의 가상자산 비중 확대, 가상자산 신사업 진출 등 기존 전통 금융과 가상자산 시장 간 유기적 연결 고리가 더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가상자산 활성화 방침에 국내에서도 규제 완화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 정부는 미국 등 다른 국가에 비해 가상자산 규제 완화에 보수적이다. 금융위원회는 올 초 비트코인 현물 ETF 발행을 비롯해, 해외 비트코인 현물 ETF 중개를 금지했다. 비트코인 현물 ETF는 자본시장법이 다루는 파생상품 기초자산이 아니라고 판단하면서다. 이 때문에 금투업계에선 정부의 과도한 규제로 가상자산 상품 개발과 사업 확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투자자들 역시 비트코인 간접 투자를 통한 자산을 증식 기회를 정부가 막고 있다고 지적한다.
다만 이달 정부가 법정 자문기구인 ‘가상자산위원회’를 출범하고 법인의 가상자산 실명계좌 발급 논의에 착수하면서 비트코인 현물 ETF 규제가 완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법인의 실명 계좌 발급이 허용되면 증권사나 자산운용사들이 회사 계좌로 비트코인 등의 가상자산을 보유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이는 비트코인 현물 ETF 발행을 바로 허용하는 수준의 조치는 아니더라도, 추후 상품 출시를 위한 정지작업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 나온다.
이정두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융위가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를 허용하기 위해 법령 정비가 필요하다고 발표한 만큼, 최소한 추가적인 유권해석이 제시돼야 한다”면서도 “법인이 가상자산을 보유할 수 있다는 점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규제 완화를 위한 일종의 큰 걸음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자산운용사 등 금융회사가 ETF 형태가 아니더라도 직접 가상자산에 투자하거나 법인들이 거래를 할 수 있게 되면 가상자산 자금 풀이 굉장히 커질 것”이라고 부연했다.
당국은 가상자산위원회 논의를 바탕으로 법인 실명계좌 발급 등과 관련한 정책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법인에 대한 원화거래소 실명계좌 발급과 관련해 판단 기준 및 고려 사항에 대해 논의된 내용을 토대로 12월 중 관계부처와 정책 방향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