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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집값만 홀로 오르고 있다는 사실이 착시현상을 일으킨 것일까. 통화정책 수장의 입에서 “집값이 오를까봐 고민”이라는 발언이 나왔다. 집값이 오를까봐 고민해야 하는 곳은 강남권 극히 일부 아파트에 불과하다. 비아파트 시장에서는 세입자도, 소유자도 모두 파산하지 않기 위해 하루하루 외줄타기로 버티는 실정이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건설경기 부양을 통한 경제 활성화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금리인하 타이밍을 놓쳤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집값을 의식한 듯 “이자율을 낮춰주거나 정부 보증을 해줘서 건설업 경기를 올리는 것은 적극 반대”라고 했다.
정부의 헛발질은 이뿐만이 아니다. 치솟는 공사비를 안정화하기 위해 난데없는 중국산 시멘트 수입 지원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이다. 주택공급 활성화 대책으로 공사비가 오르는 걸 안정시키기 위해 시멘트 값을 내리게 하려는 복안이었다는 설명이다. 국토교통부는 시멘트뿐 아니라 다른 건설자재에 대해서도 들여다볼 방침이라고 했다.
역설적으로 공급절벽이 지속되면 결국 한국은행이 그렇게 두려워하는 집값이 더 오르게 되는 상황이 벌어진다. 2022년 레고랜드 발 PF시장 자금경색이 촉발한 인허가·착공 감소 영향으로 향후 3년간 수도권 아파트 입주 물량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2025∼2027년 수도권 아파트 입주 물량은 23만 4660가구로 추산되는데 2022∼2024년 기간의 입주 물량 44만 6595가구와 비교해보면 절반에 그치는 수준이다.
결국 건설사들이 주택을 짓게 만들기 위한 유인을 제공하지 않겠다는 한국은행의 ‘건설경기 부양 반대’ 기조는 공급절벽 굳히기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얼어 죽어도 신축’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주택 시장에서의 새 아파트에 대한 수요는 꾸준한데 정작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에 값이 오르는 일만 남았다는 지적이다. 내년부터 본격화되는 주택공급 부족 현상은 현재 강남 지역에만 국한된 신고가 랠리 현상을 또 다른 지역으로 번지게 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