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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식 감독이 이끈 베트남 축구대표팀은 6일(한국시간) 동남아 최대 축구 대회인 2024 미쓰비시일렉트릭컵(미쓰비시컵) 결승 2차전에서 태국을 3-2로 눌렀다.
지난 3일 홈인 베트남 푸토 스타디움에서 열린 결승 1차전에서 2-1로 승리했던 베트남은 이로써 합계 스코어 5-3으로 태국을 누르고 우승을 확정했다. 베트남이 이 대회 우승을 차지한 것은 박항서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2018년 대회 이후 6년 만이자 통산 세 번째였다.
지난해 5월 베트남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김상식 감독은 부임 후 처음 나선 국제대회에서 우승을 이루면서 지도력을 확실히 인정받았다. 6년 가까이 베트남 대표팀과 동고동락했던 박항서 전 감독처럼 오랫동안 팀을 이끌 발판도 마련했다.
미쓰비시컵은 ‘동남아시아의 월드컵’이라 불릴 만큼 열기가 뜨겁다. 축구 실력이 떨어져 국제 무대에서 명함을 내밀지 못하는 동남아시아 국가에게 미쓰비시컵은 월드컵이나 아시안컵보다 훨씬 중요한 대회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역사, 문화, 민족적인 라이벌 의식까지 더해져 분위기가 과열되기 일쑤다.
2018년 박항서 전 감독 시절 우승 당시 베트남 전역이 축제 분위기였다. 그때 일어난 ‘축구 한류 열풍’이 정치, 사회적으로도 큰 영향을 미쳤다. 지금도 박항서 전 감독은 베트남에서 가장 유명하고 존경받는 한국인으로 꼽힌다.
베트남은 박항서 전 감독 시절 아시아 축구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2018년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준우승에 이어 같은 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4강에 올랐다. 2019년에는 아시안컵 8강까지 오르는 성과를 냈다. 모두 베트남 축구 역사상 처음 있었던 일이다.
2023년 박항서 전 감독이 자리에서 물러난 뒤 베트남은 거짓말처럼 원래 자리로 돌아왔다. 프랑스 출신의 필립 트루시에 감독이 뒤를 이어 대표팀을 이끌었지만 하루 아침에 추락했다. 다급해진 베트남축구협회가 부랴부랴 찾은 새 사령탑이 김상식 감독이었다.
베트남 대표팀을 맡을 당시 김상식 감독의 상황은 썩 좋지 못했다. 김상식 감독은 2021년 K리그1 전북 지휘봉을 잡고 그해 정규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이듬해는 정규리그 준우승과 코리아컵(당시 FA컵) 우승을 일궈냈다. 하지만 2023시즌 초반 성적이 급추락하자 일부 극성팬들의 비난을 피하지 못했다. 선수 시절 포함, 15년이나 몸담았던 전북을 떠나야 했다.
김상식 감독의 성공에는 특유의 솔직함과 소탈함이 크게 작용했다. 김상식 감독은 별명이 ‘상식이형’일 정도로 선수 시절부터 동료들로부터 신망을 한몸에 받았다. ‘축구인 가운데 가장 웃긴 사람’을 꼽을 때 그의 이름은 늘 빠지지 않았다. 선수 시절에는 구단과 코칭스태프, 선수단의 가교 역할을 훌륭하게 해냈다.
베트남에서도 그런 스타일이 잘 나타났다. 감독으로선 그는 베트남 선수들을 엄하게 다그쳤지만 경기장 밖에선 선수들과 허물없이 친구처럼 지냈다. 우승이 확정된 뒤 선수들과 함께 덩실덩실 막춤을 추는 모습은 김상식 감독이 어떤 사람인지 잘 보여준다.
현지 매체들은 “김상식 감독이 지난해 10월 ‘동남아 축구 정상에 오르면 힙합 댄스를 추겠다’고 약속했는데, 이번에 우승을 차지한 뒤 경기장에서 환호를 받으며 ‘힙합 댄스’를 췄다”고 보도했다.
김상식 감독은 우승 후 인터뷰에서 베트남 선수들과 국민들에게 영광을 돌렸다. 그는 “역사적인 경기를 했다. 모든 것은 베트남 국민 덕분이며 베트남 국민의 승리다”며 “끝까지 싸워 이겨준 선수들의 헌신에 감사하다. 너무 고생 많았고 축하한다고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큰 산을 하나 넘었을 뿐이다. 앞으로 넘을 산이 있다”며 :올해 있을 아시안컵 예선과 연말에 열리는 동남아시안게임 금메달에 도전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