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미경 윤기백 김가영 김보영 기자] 1979년 박정희 전 대통령 시해 사건인 10.26 사태 이후 무려 45년 만에 이뤄진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사태가 6시간 만에 일단락됐지만 문화·연예계는 각종 일정이 취소되고 번복되는 등 혼란이 계속 되고 있다.
특히 향후 탄핵정국 진입 여부에 따라 공연, 콘서트, 페스티벌 등 대형 행사와 연말 대목을 겨냥한 신작 프로모션 등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문화·연예계 관계자들은 “사상 초유의 일이라 어떻게 대응할 지 막막하다”며 “일단은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 이승환(사진=드림팩토리클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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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취소합니다, 다시 합니다” 혼란 가중가수 이승환은 4~5일 진행되는 소극장 콘서트 ‘흑백영화처럼’을 취소했다가 계엄 해제 이후 공연 재개 소식을 알렸다. 이승환은 4일 공식 채널을 통해 “계엄이 해제됨에 따라 ‘흑백영화처럼’은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며 “할 말 많은 오늘, 더 깊고 짙은 사연과 노래로 만나겠다”고 복잡한 심경을 담은 글을 게재했다. 6년 만에 내한한 팝스타 두아 리파는 4~5일 양일간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내한 공연 개최를 앞두고 진행 여부를 고심하다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 배우 서현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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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예정됐던 각종 인터뷰, 홍보 일정도 취소되거나 뒤늦게 진행하기로 하는 등 혼선이 빚어졌다. 서현진은 이날 종로구 소격동에서 기자들과 만나 넷플릭스 ‘트렁크’ 공개 기념 인터뷰를 진행하려 했지만, 이틀 뒤로 미뤘다. 영화 ‘1승’의 배우 송강호, 박정민은 작품 홍보를 위해 나선 SBS파워FM ‘박하선의 씨네타운’에 출연을 취소했다. DJ 박하선은 출연 취소 소식을 전하며 “현실이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을 때가 많은데, 진짜 영화로 끝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예계 스타들이 참석하는 포토월 행사도 차질을 빚었다. 이날 오전 서울 강남구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에서는 배우 정은채, 남윤수, 김재영이 주얼리 브랜드 포토월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주최 측이 혼잡한 상황임을 감안해 취소를 결정했다. 방송가는 특보체제에 돌입하면서 결방이 속출하고 있다. 채널A ‘강철부대W’는 지난 3일 방송 도중 송출이 중단됐다. MBC ‘라디오스타’, SBS ‘골 때리는 그녀들’도 결방을 결정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사진기자협회 등 언론협업단체 소속 언론인들이 4일 오전 한국프레스센터 앞마당에 설치된 언론자유 상징 조형물 ‘굽히지 않는 펜’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선포는 헌법 위반이라며 윤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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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촌 장관 일정 취소… 문화·예술단체 성명 봇물문화정책 수장인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장관은 이날 예정했던 대외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상황 점검에 나섰다. 문체부는 이날 오전 출입기자단에 “인천산단 행보를 불가피하게 취소하게 됐다”고 공지했다. 유 장관은 이날 일정을 올스톱하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현안 관련 긴급 회의에 참석했다.
종교 및 출판, 문화예술단체들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규탄하는 성명을 잇달아 발표했다. 문화운동 시민단체인 문화연대는 “현 시기 비상계엄 선포는 정권 연장을 위한 친위 쿠테타일 뿐”이라며 윤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했다. 한국출판인회의는 “시대착오적 시도로 인해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이라는 문화적 성취를 무색하게 만들었다”며 “우리의 진보와 문화적 가치를 무너뜨렸다”고 비판했다.
기독교대한감리회는 “갑작스러운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기자협회 등 9개 언론단체는 윤 대통령에 대한 퇴진과 구속 수사를 요구했다.
| 영화 ‘서울의 봄’ 스틸컷(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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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울의 봄’ 재조명… 주식시장도 반응한밤중 내려진 계엄령 선포가 ‘2024년판 서울의 봄’에 빗대지면서 영화 ‘서울의 봄’(감독 김성수)은 개봉 1년 만에 다시 조명받았다. 비상계엄 선포 직후 X(구 트위터) 실시간 검색어 트렌드 키워드에는 ‘계엄령’, ‘계엄령 해제’, ‘대통령 탄핵’ 등과 함께 ‘서울의 봄’이 10위권에 오르내렸다.
지난해 11월 개봉한 영화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12일 수도 서울에서 일어난 신군부 세력의 반란을 막기 위한 일촉즉발의 9시간을 그린 영화다. 1979년 12월 12일 발생한 12.12 군사반란 실화를 모티브로 영화적으로 각색해 평단과 관객의 극찬을 이끌어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1980년 ‘서울의 봄’ 군부가 저질렀던 상황이 21세기에 재현됐다”고 비판했다.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또다시 서울의 봄 비극이 되풀이 돼선 안 된다”고 썼다. ‘서울의 봄’ 배급사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의 지분을 보유한 #콘텐트리중앙은 장중 최고 5.32%(9500원) 오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