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프듀X' 논란 속 상황만 악화시킨 Mnet의 미봉책

  • 등록 2019-08-01 오전 10:14:01

    수정 2019-08-01 오전 10:14:01

X1 (사진=Mnet 제공)
[이데일리 스타in 박현택 기자]“추가 합류하실래요, 아니면 다른 그룹으로 데뷔하실래요?”

‘프로듀스X101’ 투표 조작 의혹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Mnet이 섣부른 미봉책을 꺼내 들었다가 상황만 악화시켰다. Mnet 입장에서는 당근을 제시함으로써 기획사들을 입막음하고 논란의 최소화하려는 의도였겠지만 번지수가 틀렸다. 사태의 근본을 잘못 파악했다는 것이다.

Mnet은 지난 26일 투표 조작 의혹에 휩싸인 자사 프로그램 ‘프로듀스X101(이하 ‘프듀X’)’에서 톱20 연습생들이 소속된 14개 기획사사의 대표자들을 긴급 소집했다. Mnet 측은 이 자리에서 ‘수사 결과 피해자가 발생하면 프로젝트 그룹 X1에 추가 합류할 걸 원하는지, 다른 그룹으로의 데뷔를 원하는지’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X1의 멤버가 될 톱11에 대해 선택권을 행사한 사람들은 ‘국민 프로듀서’라는 타이틀로 투표권을 행사한 시청자들이었다. 의견을 물어볼 상대는 먼저 국민 프로듀서들, 즉 시청자들이 돼야 했다.

한번 스텝이 꼬이자 뒤이은 발자국들도 흐트러졌다. 14개 기획사 대표자들은 29일 회동을 갖고 X1을 원 멤버 11명 그대로 예정대로 데뷔를 진행하자는 데 합의했다. 톱11에 포함되지 못한 9명의 소속사들의 동의도 구함으로써 데뷔의 명분을 확보했다. ‘수사 결과가 나오면 다시 모여 논의를 한다’는 원칙도 세웠다. 국민 프로듀서들 사이에서 언급됐던, 탈락한 9명이 멤버인 프로젝트 그룹 바이나인(가칭)의 데뷔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이번 논란에서는 ‘프듀X’에 출연한 연습생들, 그 연습생들을 출연시킨 기획사들도 피해자들이다. 특히 연습생들 입장에서는 그 동안 경연을 하며 기울여온 노력, 땀이 물거품이 될 위기다. 마땅히 구제의 대상이 돼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X1이든 바이나인이든 연습생들의 데뷔다. 하지만 투표조작 의혹에 대한 반감이 커지면서 이들의 데뷔에도 반론이 나오고 있다. 진상규명위원회라는 이름으로 진상 규명 전에 데뷔를 하면 안된다는 의견을 내놓는 쪽이 생기는가 하면 팬임을 밝히면서 이들이 진상 규명 전 데뷔를 강행하면 비난 여론에 받을 상처가 우려된다며 데뷔 연기를 요청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데뷔 전 흘러가는 날짜 하루하루가 절실한 그들이다. 결국 Mnet의 섣부른 미봉책이 불러온 여파다.

가장 확실하면서 쉬운 해결책이 있다. Mnet이 ‘프듀X’ 최종 투표집계의 원본을 공개하는 것이다. 투표집계 원본의 숫자가 있는 그대로 드러나면 톱11의 순위도 명확해진다. 제작진이 순위 결과에 조작을 가했는지, 단순히 특정 배수를 곱해 숫자만 부풀렸다면 실제 인기를 얼마나 부풀린 것인지를 공개하면 된다. 투표조작 의혹을 제기한 사람들 중 한명인 하태경 바른미래당 소속 국회의원도 요구했던 바다.

그럼에도 Mnet은 자체적인 자료 원본 공개가 아닌 경찰 수사 의뢰를 택했다. 일반적으로 방송사들이 자사 프로그램에 각종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자체 진상조사를 통해 문제를 시정하고 책임자를 문책했던 것과는 다른 모양새다. 지금 상황까지 오니 Mnet에 어떤 속사정이 있는 것은 아닌지도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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