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나라' 조정석 "슬의생 후 살뺀다 했는데…갓 캔 흙감자 비주얼"[인터뷰]②

  • 등록 2024-08-13 오후 1:56:39

    수정 2024-08-13 오후 1:56:39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배우 조정석이 영화 ‘행복의 나라’(감독 추창민) 속 캐릭터 정인후의 비주얼이 탄생한 뜻밖의(?) 과정을 전해 웃음을 유발했다.

조정석은 영화 ‘행복의 나라’ 개봉을 하루 앞둔 13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행복의 나라’는 1979년 10월 26일, 상관의 명령에 의해 대통령 암살 사건에 연루된 박태주(이선균 분)와 그의 변호를 맡으며 대한민국 최악의 정치 재판에 뛰어든 변호사 정인후(조정석 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조정석은 대한민국을 들썩인 최악의 정치 재판에 뛰어든 ‘개싸움 일인자’ 정인후 역할을 맡아 폭발하는 열연을 펼쳤다. 그간 친숙하고 유쾌한 이미지로 코미디, 로맨틱코미디, 일상물 장르에서 활약을 펼쳐왔던 조정석. 그런 그가 ‘행복의 나라’에서는 야만의 시대에 존엄을 외치는 한 인물로 분해 기존의 필모그래피에서 볼 수 없던 정의로운 입체파 캐릭터로서 선 굵고 뜨거운 감정선을 표현해냈다.

조정석은 앞서 개봉한 코미디 영화 ‘파일럿’(감독 김한결)에서 파격 여장 변신과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파일럿’에선 자연스러운 여장을 위해 체중 감량과 혹독한 자기관리를 거친 그는 ‘행복의 나라’에선 그와 완전히 반대되는 비주얼로 온도차를 드러낸다. 두 영화 모두 조정석이 주연이지만, 장르부터 다른데다 극 중 조정석의 비주얼이 완전히 다른 모습인 만큼 동일한 출연 배우가 줄 수 있는 기시감의 우려는 거의 없다는 반응이다.

조정석 역시 ‘파일럿’과 ‘행복의 나라’ 속 자신의 극과 극 비주얼 격차에 공감을 나타냈다. 조정석은 ‘행복의 나라’ 속 정인후의 비주얼 탄생 비화를 묻자 “구체적 kg 수 차이까진 모르겠지만, ‘파일럿’ 때와 ‘행복의 나라’ 때 체중 차이가 꽤 날 것”이라며 “보통 살이 쪄도 얼굴에 살이 가장 나중에 붙는 편인데, 제가 봐도 볼살부터 큰 차이가 나더라.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이하 ‘슬의생’) 촬영이 끝나고 시간이 좀 남는 동안 나름의 휴가들을 즐기면서 살이 쪄 있는 상태였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그러다 ‘행복의 나라’ 본 촬영 들어가기 전 테스트 촬영 때 감독님께 제가 ‘슬의생 때보다 살이 좀 붙었는데 살 빼고 촬영 때 다시 오겠다’고 말씀드렸다. 그런데 감독님이 오히려 ‘지금 너무 좋은데?’라고 말씀하시는 거다. 당황해서 ‘진짜요?’ 되묻기도 했다. 너무 좋더라”고 떠올려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막상 영화를 보고 나니 당시 감독님이 왜 제게 살 빼지 말라고 하셨는지 알 것 같더라. 당시 시대적 배경이 1979년도인데, 살이 좀 붙어있으니 그 당시 시절을 살던 사람처럼 보이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 당시의 시대적 질감을 표현하느라 분장으로 피부톤도 어둡게 표현했다고 전했다. 조정석은 “피부톤도 마치 갓 캐낸 흙감자마냥 좀 더 까맣게 분장한 게 맞다”며 “영화적인 톤이나, 조명 등 감독님이 생각하신 작품만의 레퍼런스가 딱 있으셨던 거 같다. 그 레퍼런스에 맞게 피부톤도 더 어둡게 주문하신 게 아닐까 싶다”고 설명했다.

‘행복의 나라’는 1979년 실제 발생했던 대통령 암살사건 재판 실화를 소재로 다룬 만큼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각색한 캐릭터들이 많이 등장한다. 다만 조정석이 연기한 ‘정인후’ 캐릭터는 실존 인물의 레퍼런스가 따로 없는 가공의 인물이다. 조정석은 이에 대한 부담이 없었는지 묻는 질문에 “물론 특정 레퍼런스가 있는 역할이나 작품을 하면 연기할 때 도움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면서도, “다만 그런 것 없이 영화적으로 완전히 가공된 인물은 제가 생각하고 표현한 것들이 전부 다 확실한 창작물이 될 수 있다는 자유로움의 장점이 있다. 또 레퍼런스가 있는 게 장점이 될 때도 있지만 단점이 될 때도 있다”고 생각을 밝혔다.

법정극의 형태에 정인후가 재판을 거치며 입체적으로 성장하는 모습 등에서 영화 ‘변호인’이 떠오른 적은 있다고도 털어놨다. 조정석은 “‘변호인’은 제가 너무 좋아하는 영화인데 이 시나리오를 보면서 그 영화를 떠올리지 않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저 역시 자연스레 그 작품이 떠올랐다”면서도, “다만 두 영화의 성격 자체가 완전히 다르고, 정인후가 극 중에서 박태주를 변호하고 싶어하는 마음들, 변호를 맡기까지 정인후가 겪어왔던 전사 등에 집중하다 보니 (‘변호인’과) 여러 비슷하게 느껴질 수 있던 맥락, 장면들도 오히려 새롭게 느껴지더라. 결과적으로는 연기할 때 이를 전혀 신경쓰지 않고 연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행복의 나라’를 선택할 수밖에 없던 이유, 자신의 마음을 끈 인상깊던 장면도 전했다. 조정석은 “우선 시나리오가 재밌었고, 전부터 추창민 감독님을 좋아하고 감독님 작품들도 재밌게 봤다. 배우가 할 수 있는 여러 역할이 있겠지만 이 작품은 저만의 또 다른 기회같단 생각이 들었다”며 “특히 이 영화를 선택함에 있어서 정인후와 전상두(유재명 분)의 ‘골프장 신’을 뺄 수가 없는게, 그 시퀀스가 제가 이 작품을 선택하는 과정에 큰 지분을 차지했다”고 털어놔 눈길을 끌었다.

그러면서 “그 장면이 뭐랄까, 시원하게 느껴졌다. 현실성을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판타지이기는 하지만 그 판타지를 우리 영화에, 딱 그곳에 배치했다는 점, 정인후가 전상두를 향해 그렇게 일갈하는 모습들이 판타지이면서도 굉장히 영화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마음에 들었다”고 강조했다.

배우로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자 하는 갈증을 이 작품이 어느 정도 충족시킬 수 있겠다는 판단도 들었다고. 조정석은 “저에 대해 많은 분들이 갖고 계시는 서민적이고 코믹스럽고 유쾌한 캐릭터, 이미지가 있다. 장르로 치면 코미디나 로코 쪽에서의 제 모습에 많은 기대를 해주신다는 것을 저 역시 잘고 있다”며 “그래서 이런 역할(정인후)은 저에게 많이 찾아오지 않는 역할 제안이란 생각이 들었다. 물론 어떤 역할을 맡더라도 배우로서 갈증은 항상 느끼지만, 제안받는 빈도 수를 생각했을 때 제가 많이 해왔던 장르보다는 누아르나 스릴러 등 해보지 않았던 장르에 대한 갈증이 좀 더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 난 갈 길이 멀고 여전히 (연기에) 목이 마르지만, 촬영 당시를 기준으로 생각해보면 이번 작품 덕에 그런 갈증들이 많은 부분 해소가 된 것 같다”며 “영화를 보고나서도 우리 영화가 되게 잘 만들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한편 ‘행복의 나라’는 오는 14일 개봉한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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