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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우 감독은 영화 ‘히든페이스’의 개봉을 앞두고 15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히든페이스’는 실종된 약혼녀 ‘수연’(조여정 분)의 행방을 쫓던 ‘성진’(송승헌 분) 앞에 ‘수연’의 후배 ‘미주’(박지현 분)가 나타나고, 사라진 줄 알았던 ‘수연’이 그들과 가장 가까운 비밀의 공간에 갇힌 채 벗겨진 민낯을 목격하며 벌어지는 색(色)다른 밀실 스릴러다.
‘히든페이스’는 ‘방자전’, ‘인간중독’의 김대우 감독이 10년 만에 복귀한 스크린 연출 컴백작이다. 송승헌과 조여정, 송승헌과 김대우 감독과의 재회도 10년 만이라 반가움을 자아낸다. 여기에 박지현이 김대우 감독이 선택한 새로운 얼굴로 영화에 합류해 뜨겁고 강렬한 열연을 선보였다.
김 감독의 작품들은 금기시된 욕망이나 사랑을 숨기고 표출하는 과정들을 통해 인간사와 관계 속에서의 지독한 현실과 민낯을 우아하면서도 섹시한 미쟝센으로 풀어내는 연출 철학으로 현재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김대우 감독은 박지현이 연기한 캐릭터 ‘미주’에 대해 “노출이 있는 배역이지 않나. (작품 안에서) 노출을 했을 때 배우가 ‘내가 노출영화에 나온다’ 이런 생각이 들면 형편없이 초라해진다. 그가 나온 영화 역시 형편없이 초라해보인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하지만 반대로 ‘노출도 내가 가진 나만의 의상이야’라고 생각할 수 있는 배우가 배역을 연기한다면 그 작품과 캐릭터는 전혀 초라해지지 않는다”라며 “배우가 그런 마인드를 보일 때 현장에서 도리어 스태프들이 더 그 배우를 배려하고 보호하며 좋은 모습이 나올 수 있게 잘 찍어주려 노력을 하게 된다. 노출이 아닌 단 하나의 의상이고 귀중한 의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잘 남겨줘야 하는 의상”이라고 영화 속 배우들의 노출 설정에 대한 솔직한 소신을 밝혔다.
김 감독은 “다른 보통의 의상들은 다 입고 유리장 안에 옷을 걸어두면 그대로 형태가 남는다. 하지만 사람의 몸은 그렇지 않고 늘 변하고 흘러간다. 다시 돌아오지 않는 아름다운 순간이 곧 의상이 되는 만큼 서로가 정말 집중해서 장면(베드신)을 찍는다”라며 “무엇보다 그렇게 환경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이건 벗겨진 게 아니야, 하나의 의상이야’라고 생각할 수 있는 배우의 자존감과 자기애라고 생각한다”고도 강조했다.
캐스팅 후 실제 촬영하며 발견한 박지현의 매력과 강점도 전했다. 그는 “사실 촬영 때는 ‘잘해내고 있구나’ 생각한 정도였다. 그러다 다 찍고 나중에 편집을 하며 장면들을 다시 보는데 ‘어, 이런 부분이 있었구나’, 큰 스크린 화면을 보니 ‘이렇게나 표현이 미세했구나’ 뒤늦게 깨닫게 된 지점들이 있었다”라며 “이 영화와 관련한 어떤 반응에서 본 댓글 내용을 빌리자면, 그렇게 내가 내린 최종적 결론은 ‘종잇장처럼 바스라질 것 같은 디테일’이었다. 그 디테일은 사실 감독의 영역이 아니다. 배우가 온전히 해낸 것이다. 자신 역시 한 명의 관객으로 연기를 지켜보며 ‘어우 이 배우가 정말 잘했구나, 잘하고 있었구나’ 다시금 느꼈다”고 고마움을 표현했다.
어느 정도 노출이 필요한 베드신이나 야윈 모습이 필요한 장면을 촬영하면서는 박지현은 물론, 자신과 작업한 모든 배우들에게 외모적인 요소와 관련해 주문하거나 개입하는 편이 아니라고도 털어놨다. 김 감독은 “솔직히 그 부분에 있어선 하늘에 운을 맡기는 거라고 생각한다. 운이 맞고 컨디션이 맞아야 하는 영역이다. 배우에게 그런 면에서 스트레스를 주면 도리어 주눅이 들기 때문에 최대한 외형에 관한 이야기는 자제하는 편”이라고 자신만의 철학을 밝혔다.
이어 “다만 배우가 외모를 위해 너무 굶고 있다 싶으면 ‘일단 먹어, 그 다음은 내가 알아서 할게’라고 이런 말 정도는 한다. 왜냐면 옆에서 배우들이 그러는 모습을 보면 그야말로 전쟁을 보는 것 같기 때문”이라며 “배우들이 정말 힘들게 자신들과 싸운다. 조여정 씨 같은 경우에도 고작 방울토마토 세 알로 한 끼를 해결할 때도 있더라. 쉬운 일이 아니다. 박지현 배우도 성격이 털털해 티를 안 내서 그렇지 그런 면에서 고통이 많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히든페이스’는 오는 20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