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 "대학 동문 '더러운 돈' 감독, 대차서 리스펙…데뷔에 가슴 뭉클"[인터뷰]①

"감독, 작품 후 물류시장서 박스 날라…가슴 미어져"
"심리적으로 힘들던 시기, 심플해서 끌린 작품"
  • 등록 2024-10-16 오후 4:55:07

    수정 2024-10-16 오후 4:55:07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 정우가 김민수 감독과의 남다른 인연을 털어놨다.

정우는 영화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감독 김민수, 이하 ‘더러운 돈’) 개봉을 하루 앞둔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는 수사는 본업! 뒷돈은 부업! 두 형사가 인생 역전을 위해 완전 범죄를 꿈꾸며 ‘더러운 돈’에 손을 댄 후 계획에 없던 사고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킹메이커’의 각본으로, 감각적인 스토리 전개를 선보인 김민수 감독의 첫 장편 입봉작이다.

정우는 ‘더러운 돈’에서 병든 아내를 먼저 하늘로 떠나보낸 후 아픈 딸의 수술비 마련을 위해 낮엔 수사, 밤엔 불법 업소 뒤를 봐주며 뒷돈 챙기는 형사 ‘명득’ 역을 맡아 강렬한 열연을 펼쳤다.

‘더러운 돈’은 정우가 대학 시절 후배였던 김민수 감독과의 첫 작업물로 알려져 눈길을 끈다. 정우는 “제안받은 작품 중 하나였는데 제목부터 아주 강렬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감독 이름 ‘김민수’를 보면서 순간적으로 ‘내가 대학교 때 같은 꿈을 꾸었던 그 동생 김민수일까’ 막연히 생각이 들더라”며 “처음부터 김민수 감독 작품이라고 알고 받은 대본이 아니었는데 시나리오를 읽으며 ‘내가 아는 그 친구일 수 있겠다’란 생각이 점점 들었다. 나는 대학 다닐 때 학교 생활을 열심히 하거나 동기들과 가까이 지내는 학생은 아니었는데 그런 느낌이 들었다. 본능적인 느낌이었던 것 같다”고 떠올려 눈길을 끌었다.

이후 김민수 감독과 첫 미팅을 통해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느낀 솔직하고 복잡한 감정들도 전했다. 정우는 “데뷔를 앞둔 감독이 주연 배우 앞에서 자기 작품을 설명하는 게 얼마나 긴장되고 부담스럽겠나, 더군다나 옛날에 같이 학교를 다니던 형 앞에서 말이다”라며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누구라 이야기할 수는 없으나 자신 역시 과거에 친구였던 배우 앞에서 오디션을 본 적이 있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복합적 감정이 들더라. 물론 자신은 해당 오디션장에서 그 배우로부터 동료로서, 친구로서 취할 수 있는 매너와 배려를 굉장히 느꼈기에 지금까지도 감사함과 리스펙(Respect, 존경하다)하는 감정을 갖고 있다”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당시 작품을 소개하던 민수 감독의 감정이 그때의 나와 똑같진 않겠지만 비슷한 어떤 감정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했다”라며 “막말로 이야기를 하면 감독으로서 배우를 꼬셔야 하는 그런 상황이었지만, 김민수 감독은 매우 대찼다. 미팅이 끝난 후 ‘아 이런 친구라면, 이런 어떤 배포를 갖고 있는 친구라면 내가 믿고 따를 수 있겠다’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다만 김민수 감독과의 친분만으로 작품은 택한 건 결코 아니었다고. 정우는 “오히려 아는 사람일수록 더 객관적으로 대본을 보려 노력했고, 그 시간동안 만나지 못한 기간들이 있기에 작품 선택하는데 어려움으로 작용했을 수 있는 요소다. 그런데 대본이 오히려 굉장히 심플하게 읽혀지더라”며 “당시 자신은 생각이 많고 심리적으로 혼란스러웠던 시기였는데 심플해서 좋았다. 심플하지만 강렬한, 힘 있는 이런 작품이 끌렸다. 제목 역시 마음에 들었다”라고 회상했다.

‘더러운 돈’ 속 주인공 ‘명득’은 병 걸린 아내를 세상에서 떠나보낸 아픔을 지닌 인물이다. 그렇게 아내를 잃은 후 하나 남은 딸마저 중병에 걸려 형사로서 부정한 일을 저질러 뒷돈을 챙겨서라도 수술비를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우는 어떻게든 딸을 살려내려는 맹목적 부성애로 목숨이 걸린 위험한 범죄에 얽히는 것조차 마다하지 않는 팍팍한 얼굴을 그려냈다. 스크린 속 야윈 얼굴도 눈에 띈다. 역할을 위해 체중을 감량하거나 특별히 외적으로 준비한 과정이 있었는지 묻자 정우는 “작품 준비하며 체중 5~10kg 정도 감량하는 게 특별한 준비라 생각하지 않는다, 다이어트는 그냥 기본 옵션같은 것”이라고 철학을 밝혔다. 이어 “단역 시절부터 몸에 배어있던 습관 같은 것”이라며 “이 작품이라고 특별히 더 그런 건 없고, 필모그래피 모든 작품마다 다이어트는 꾸준히 해왔다. 다만 같이 호흡한 김대명 배우(동혁 역)의 경우는 그전까지 체형상 풍채가 있는 역할들을 많이 해왔던 만큼 체중 감량의 의미가 다르다고 생각한다. 저 역시 지금은 이렇지만 비수기일 땐 10kg 씩 더 쪄있는 상태”라고 덧붙여 놀라움을 안겼다.

그러면서 “살빼기 위해 하는 일은 다른 것 없다, 무조건 뛴다”라며 “동네 주변을 돌며 전력질주를 하거나 식단 조절하고 웨이트한다. 살 빼는 것엔 아주 이골이 나 있다. 보여지는 직업인 만큼 어쩔 수 없는 숙명이라 생각한다”고도 토로했다.

캐릭터에 접근한 과정에 대해선 “이 작품을 범죄액션이 아닌 휴먼드라마란 생각으로 이 캐릭터에 접근했다”며 “그런 부분 때문에 이 작품을 택한 이유도 있다. 범죄액션과 휴먼드라마는 장르상으로 보면 물과 기름 같을 수 있지만, 이야기 구조상 명득이 범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던 장치였다고 생각했다. 그 장치를 관객에 납득시키려면 배우의 진심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감정신이 많지는 않았지만, 순간 터져나오는 명득의 울분, 자기 새끼를 보호하려 애쓰는 날짐승의 외침처럼 느껴졌다”고도 부연했다.

‘더러운 돈’은 코로나19 시기를 지나며 개봉까지 6년이란 기다림이 필요했다. 정우는 “개봉을 기다리며 김민수 감독과 1년에 한 두 번 만나서 밥을 먹었다. 나를 위해서라기보단 감독님을 위하고 싶던 시간이었다”라며 “평소 성격은 작품 끝난 후 감독님을 따로 만나는 편이 아니다. ‘이웃사촌’ 감독님, ‘세시봉’ 감독님 정도를 제외하고 따로 만나는 감독님들이 거의 없는데 김민수 감독은 다른 느낌이었다. 민수 감독을 생각하면 그냥 가슴이 미어졌다. 저는 배우로서 다른 작품을 하면서도 먹고 살 수 있지만, 민수 감독은 이 작품 하나를 위해 수십년을 기다렸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김민수 감독을 향한 애틋한 감정을 드러냈다. 또 “당시가 영화업계에 있는 모든 분들이 어려움을 겪던 시기라 더 가슴 아프게 와닿았다”라며 “작품 끝난 후 일주일 뒤 전화를 걸었는데 감독님이 물류센터에서 박스를 나르고 있다고 하더라. 감독이지만 동시에 가장으로서 책임감있게 행동하는 점 역시 존경한다. 멋진 친구다. 현장에서 촬영할 때도 한 번도 약한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고도 칭찬했다.

김민수 감독과의 현장 일화도 전했다. 정우는 “첫 작품에 장르도 다크한 범죄액션인데 현장에서 주눅든 적 한 번 없다. 한번은 액션 들어가기 전 배우로서 정신을 차리고 기운을 끌어올리기 위해 나 혼자 큰 소리로 기합을 넣은 적이 있다”라며 “보통 배우가 그렇게 현장에서 기합을 넣으면 조용해지는데 그 소리를 멀리서 들은 건지, 저쪽에서 민수 감독이 나보다 더 크고 멋진 소리로 기합을 내며 화답하더라. 그런 티키타카가 굉장히 좋았다”고 떠올려 웃음을 안겼다.

한편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는 오는 17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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