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란' 정성일, '더 글로리' 후 기다림의 결실…"더빙 착각 뿌듯했다"[인터뷰]

"왜군 갑옷입다 한복입고 액션, 날아갈 듯하더라" 폭소
"사극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 도전…몇년 간 안할듯"
"'아가씨' 자문 교수에게 일어 배워…많은 도움 받아"
"'쌍화점' 때 경험 몸에 익어…日 검술은 좀 다르더라"
  • 등록 2024-10-24 오후 4:58:56

    수정 2024-10-24 오후 4:58:56

정성일. (사진=넷플릭스)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배우 정성일이 히트작 ‘더 글로리’ 이후 약 1년여 만에 택한 차기작 넷플릭스 영화 ‘전,란’(감독 김상만)으로 완벽한 연기 변신에 성공한 소감과 왜군 선봉장으로 장군 갑옷과 조선인의 의복을 번갈아 소화해내며 사극 열연에 임한 과정들을 털어놨다.

정성일은 넷플릭스 영화 ‘전,란’의 공개를 기념해 24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 11일 공개된 ‘전,란’은 임진왜란이 일어난 혼란스러운 시대, 어린 시절을 함께한 친우였지만 선조(차승원 분)를 지키는 최측근 무관이 된 ‘종려’(박정민 분)와 그의 몸종이었지만 의병이 된 ‘천영’(강동원 분)이 적이 되어 다시 만나게 되는 이야기를 다룬다. 공개 후 넷플릭스 비영어 영화 부문 글로벌 시청 3위에 등극, 현재까지도 꾸준히 톰10 시청 순위권에 들며 글로벌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정성일은 ‘전,란’에서 조선 땅을 침략한 일본군 선봉장 겐신 역을 맡아 외국어 연기를 소화한 것은 물론, 강렬한 쌍검 검술 액션으로 주인공 강동원, 박정민과 함께 강렬하고 화려한 액션 시퀀스를 완성해냈다. ‘겐신’은 도깨비 탈을 쓴 채로 마치 사냥터를 누비듯 전쟁터를 누비는 인물이다. 본인이 업신여기는 조선인들을 죄의식 없이 해친 후 전리품처럼 그들의 코만 베어가는 야만성을 지녔으면서, 무사로서 본인만의 무(武)의 도와 정신을 추구하는 아이러니한 캐릭터다. 천영(강동원 분)의 뛰어난 검술 실력을 한눈에 알아본 후 전쟁터 한 가운데에서도 무사로서 그와 진정한 검술실력을 겨뤄보고 싶어한다. 정성일은 이를 통해 지금껏 선보인 캐릭터와는 180도 다른 연기를 선보이며 묵직한 존재감을 선사했다.

‘전,란’은 정성일이 ‘더 글로리’로 스타덤에 오른 후 1년이란 긴 기다림 끝에 택한 차기작이기도 했다. 정성일은 어렵게 고른 차기작이 또 한 번 국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소감을 묻자 “‘더 글로리’ 후 나온 첫 작품이었던 만큼 너무 좋다. 오랜 공백이 있었기에 개인적으로 긴장도 많이 했고, (이 역할과 작품이) 어떤 의미가 있을지 많이 생각했다”며 “다행히 시작부터 좋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에 선택도 되고 영화가 잘 나오니 주위 반응도 좋아 기분이 좋다”고 만족스러움을 표했다.

‘전,란’을 만나기까지 1년을 기다린 건 ‘더 글로리’ 하도영의 이미지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였다고도 고백했다. 그는 “‘더 글로리’와 하도영이 화제를 모았다 보니 이후 비슷한 느낌의 재벌, 수트 패션의 각 잡힌 캐릭터들 제안이 많이 왔었다”라며 “그 느낌에 맞게 갔을 수도 있었겠지만, 하도영을 넘어설 수 있는 캐릭터를 보일 순 없을까 많은 고민을 했다. 비슷한 느낌대로만 가면 연기 이미지가 국한될 것 같았기에 고사한 작품들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시간을 들여 천천히 가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도전들을 하나씩 더해보고 싶었다. 다행히 함께 일한 관계자, 소속다 대표님도 각자 비슷하게 의견을 줬기에 기다렸던 것 같다”며 “오랜 기간을 들여 천천히 가더라도 잘 가고 싶단 마음이 크던 중에 ‘전,란’의 대본을 받았고 안할 이유가 없었다”고 ‘전,란’의 출연 계기를 밝혔다.

사극이란 장르를 택한 것도 모험이었지만, 극 중 외국인 설정의 캐릭터를 연기한 덕분에 외국어 연기부터 검술 액션, 의상 소화까지 사극에서 행할 수 있는 모든 도전을 경험했다. 의상 설정부터 남달랐다. 무거운 왜군 투구, 갑옷을 입고 검을 휘두른 것은 물론, 전쟁이 끝난 후 왜군 잔당들이 조선인 행세를 하며 살육을 이어간 극 중 설정 때문이다. 덕분에 사극 한 작품에서 일본 의상과 조선의 의상을 모두 경험해볼 수 있었다. 정성일은 이에 대해 “일본군 투구는 어쩔 수 없는게 가볍게 만들어도 어느정도 무게감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무거워서 힘들 수밖에 없는데 액션까지 계속 해야 하다 보니 액션 훈련을 할 때도 아예 갑옷을 입고 몸을 움직여나가며 자세 등을 수정해갔다”고 토로했다. 다만 “다행히 초반부가 지나고 중반부부터는 조선인으로 위장한 설정이 되더라. 왜군 갑옷을 입다가 한복을 입으니 너무 가벼워서 날아다닐 수 있겠더라”는 너스레와 함께 “사극에서 할 수 있는 건 다 해본 것 같다. 옷은 물론 일본인 헤어와 수염을 해봤다가 조선인의 상투머리, 수염까지 도전해봤으니 향후 몇 년은 사극을 안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여 웃음을 안겼다.

자연스러운 외국어 연기를 위해 6개월 가까이 일본어 공부에 할애했다고도 털어놨다. 정성일은 “연기 면에선 그 점이 가장 메리트였다”라며 “캐릭터의 국적 자체가 달라지니 그 전의 한 작업으로부터 벗너알 수 있었다. 제작사의 소개로 영화 ‘아가씨’의 일본어 자문을 해주신 교수님께 도움을 받았다. 맨 처음 히라가나부터 배워나갔다”고 떠올렸다. 이어 “대사만 외우니 내가 전달하려는 감정이 잘 전달이 안 될 것 같더라. 6개월 공부를 하니 일본어로 쓰인 대본의 뜻을 명확히 이해할 수 있던 게 많은 도움이 됐다”며 “현장에서 일본어 연기 표현을 돕는 배우도 계셨다. 그 분 덕분에 전달하려는 감정, 뉘앙스, 억양 등을 표현할 때 많은 도움을 얻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뼈를 깎는 노력, 철저한 준비 덕분인지 ‘전,란’의 공개 이후 정성일은 실제 일본인 성우를 방불케 할 연기 딕션으로 호평을 모으기도 했다. 정성일은 “너무 뿌듯했다. 실제 일본인 친구도 있고, 주변의 일본어 잘하는 사람들에게 제일 먼저 물어본 것도 ‘일어 어땠냐’였다”라며 “누군가는 더빙한 줄 알았다고 하더라. 긴 시간 노력한 어떤 것이 잘 드러났다는 뿌듯함을 느꼈다”고 기뻐했다.

액션 준비 과정도 전했다. 그는 “언어의 투자한 시간에 비하면 액션에는 그 정도로 많이 투자하진 않았다. 평소에 운동을 너무 좋아하는 것도 있다”며 “또 ‘쌍화점’ 때 배운 검술이 오래되긴 했어도 영화 시작할 때부터 끝까지 1년간 검을 갖고 지냈던 덕분인지 현재까지 몸에 잘 익어있더라. 다만 두 손에 쌍칼을 든 건 처음이라 그 부분 연습은 좀 많이 했다”고 밝혔다.

또 “또 일본 특유의 검술은 다른 부분이 있다. 사무라이 특유의 폼이나 보법(걸음걸이)도 다르더라. 그런 부분 연습을 좀 많이 했다”고도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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