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리' 청량미·레트로·퍼포먼스 에너지 UP…폭염도 이길 힘찬 스크린 응원가[봤어영]

  • 등록 2024-08-05 오후 6:19:16

    수정 2024-08-05 오후 6:20:28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불볕 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을 다시 깨울 싱그럽고 청량한 앙상블. 세기말 감성을 수놓는 추억의 명곡과 댄스들이 흥과 에너지를 풀충전한다. 열심히 일상을 사는 우리 모두가 주인공이라고 응원하는, 여름 극장에 딱 맞는 다채롭고 시원한 힐링 영화가 나왔다. 영화 ‘빅토리’(감독 박범수)다.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아이파크몰점에서 열린 영화 ‘빅토리’의 기자간담회에는 배우 이혜리, 박세완, 조아람, 이정하, 박범수 감독이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빅토리’는 오직 열정만큼은 충만한 생판 초짜 치어리딩 동아리 ‘밀레니엄 걸즈’가 신나는 댄스와 가요로 모두를 응원하는 이야기다.

‘빅토리’는 거제의 한 고등학교에서 치어리딩 동아리가 결성되고, 서로 다른 개성의 여학생들이 모여 하나의 꿈과 목표를 향해 달리며 우정을 다지는 과정을 그린다. 2000년 밀레니엄 시대를 앞둔 90년대 세기말이 배경이다. 오늘날 레트로 트렌드가 유행하면서 ‘Y2K’란 키워드로 소비되고 있는, 그 시절 10대들의 패션과 유행 트렌드, 90년대 가요 등 대중문화를 전면적인 소재로 내세워 호기심을 자아낸다. 듀스의 ‘나를 돌아봐’, 서태지와아이들 ‘하여가’, 디바 ‘왜 불러’ 등 90년대 학창시절을 보낸 관객들이라면 멜로디만 들어도 친숙한 추억의 명곡들이 치어리딩 안무와 어우러져 청량하면서도 신선한 시너지를 발휘한다. 국내에서 잘 선보인 적 없던 치어리딩 소재의 영화라는 점 역시 궁금증을 유발한다.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빅토리’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감독 및 배우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정하, 조아람, 박범수, 박세완, 이혜리. (사진=연합뉴스)
치어리딩이란 퍼포먼스 자체가 누군가를 응원하기 위한 목적을 갖고 만들어진 것처럼, ‘빅토리’ 역시 응원을 위해 만들어진 영화다. 주인공인 필선(이혜리 분)을 비롯해 밀레니엄 걸즈, 거제상고 축구부는 물론, 아이들을 가르치는 스승들, 가족을 위해 고단한 삶을 꿋꿋이 버텨내는 이 땅의 모든 가장들까지. ‘빅토리’는 이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을 따스한 시선으로 힘차게 응원한다. 밀레니엄 걸즈 결성 초기에만 해도, 삐그덕대며 불협화음을 냈던 여학생들이 고된 훈련을 거치고 서로를 이해하게 되며 합을 맞춰 나가는 과정을 보는 재미도 있다. 그렇게 병원부터 시장, 아버지의 회사, 파업 현장까지 마을 곳곳을 무대로 삼아 실력을 기르면서, 밀레니엄 걸즈는 진정한 응원의 가치와 재미를 자연스레 피부와 가슴으로 체감한다.

10대 학생들의 우정과 문화, 고민들이 주로 등장하지만 어른들의 애환, 가족애 등 다양한 주제들을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이를 통해 남녀노소 불문 이 땅에 발을 딛고 삶을 살아내는 모두가 주인공이고 응원받을 가치가 마땅함을 힘주어 이야기한다.

박범수 감독은 “지금처럼 응원이 필요한 시기에 가장 가까운 주변 사람들과 나 자신을 응원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 만들었다. 또 이렇게 90년대, 80년대 과거들이 드라마나 예능에서 희화화돼 소비되는 것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다. 그 당시 우리도 멋있었고 좋은 문화가 많았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고 연출 의도와 메시지를 설명했다.

눈에 띄는 건 이혜리의 연기 변신이다. 그간 각종 예능부터 드라마 ‘응답하라 1988’, ‘간 떨어지는 동거’ 등 다양한 작품에서 밝은 에너지로 활약하면서 청춘을 대표하는 배우로 자리매김한 이혜리. 주인공 ‘필선’을 맡은 이혜리는 ‘빅토리’에서 사투리 연기에 처음 도전하는가 하면, 치어리딩이란 낯선 영역까지 마스터해야 했다. 쉽지 않은 도전이었지만, 이를 무사히 이를 완수한 것은 물론 전작들의 이미지와 또 다른 속 깊은 청춘의 얼굴을 탄생시켰다는 호평이다.

실제 이혜리 역시 ‘빅토리’를 향한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었다. 이혜리는 이혜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작품을 향한 애틋한 마음을 여러 차례 드러내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그는 “제가 혼자서 이 대본을 읽었을 땐 정말 한 번도 울지 않았는데 전체 대본 리딩을 하고 모든 배우들이 자기 캐릭터가 되어서 그 대사를 읽을 때 감정이 주체가 안돼서 리딩을 못할 정도로 벅차오르더라”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영화 처음 시사를 했을 때도 제가 영화를 두 번 봤는데 처음 울었을 때랑 두 번째 울었을 때의 포인트가 다 다르더라. 그때 볼 때마다 ‘아 이런 부분이 보이는구나’ 이런 부분이 내 마음에 딱 들어왔구나 한 장면들이 있는 것 같아서 좋았다”고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박세완은 필선의 단짝 친구 ‘미나’ 역할로 Y2K 스타일링과 감성을 맛깔나게 구현했다. 특히 박세완은 필선과 세연(조아람 분), 밀레니엄걸즈 멤버들의 사이에서 안정적인 열연과 개성으로 적절히 균형을 맞추며 조화로운 앙상블을 이끈다.

박세완은 “소확행이라고, 한 곡 한 곡 춤을 완성할수록 응원받는 느낌이 나더라. 슬픈 장면이 아닌데도 눈물나고 뭉클한 느낌을 받았다. 이런 에너지를 갖고 찍은 만큼 보시는 분들도 에너지를 받지 않을까 생각하며 촬영했다”고 촬영 과정을 떠올렸다.

다른 밀레니엄 걸즈 멤버들과 거제상고 축구부로 밀레니엄 걸즈 못지 않은 존재감을 보여준 이정하, 이찬형 등 신인들의 풋풋한 활약과 케미를 지켜보는 재미도 있다. 이혜리는 “그동안 늘 막내 역할을 많이 했었는데 신인 친구들과 연기하니 맏언니 역할을 해야 하게 된 거다. 그래서 부담이 있었는데 다들 너무 너무 잘하는 친구들이라 현장에서 잘 융화됐던 것 같다”고 회상했고, 박세완은 “아침에 출근해 저녁에 퇴근을 반복하면서 고등학생으로 돌아간 느낌이었던 것 같다. 서로의 시너지가 잘 느껴졌던 작품”이라고 소회했다. 세연 역의 조아람은 “수학여행을 하는 느낌이었고 현장에서 언니들이 잘 끌어주고 챙겨준 덕에 잘 촬영한 것 같다”고 이혜리와 박세완을 향해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캠코더와 다마고치, 통 큰 바지와 브릿지 염색 등 90년대 말 감성을 물씬 느낄 수 있는 디테일들을 보는 재미도 놓칠 수 없다. 무엇보다 90년대 신나는 명곡 메들리와 어우러진, 시원하고 화려한 치어리딩 퍼포먼스가 러닝타임 2시간 내내 지루할 틈 없이 다채로운 볼거리를 선사한다.

‘빅토리’는 오는 8월 14일 개봉한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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