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 동안 저평가됐던 중국 증시가 미·중 무역전쟁 개선 등으로 회복하고 있는 흐름에서 코로나19는 지나가는 이벤트라는게 중국 펀드매니저들의 평가다. 일회성 악재보다는 신경제로 성장모델을 전환 중인 중국의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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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올해 들어 중국 주식형 펀드에서 3701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이중 지난달 유출된 자금이 1296억원으로 해외 주식형 펀드 중 가장 많은 자금 유출이다. 지난달 995억원이 유입된 북미, 356억원이 들어온 유럽 등 선진국 주식형 펀드와 비교하면 유출 흐름이 더욱 뚜렷하다.
운용업계는 가뜩이나 변동성이 큰 중국 시장에 코로나19라는 변수가 등장하면서 자금 유출이 지속되고 있다고 봤다. 2월 보다 1월 자금 유출이 더 컸는데, 당국이 코로나19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본격적인 대응에 나선 시기와 맞물린다.
공교롭게도 중국 주식형 펀드의 3개월 평균 수익률(운용순자산 10억원 이상, 2주 이상 운용 펀드)은 5.58%로 같은 기간 해외 주식형 펀드 중 가장 높았다. 일본 주식형이 -11.49%를 기록하는 등 여타 해외 주식형은 대다수 손실을 냈다. 최근 한달로 기간을 좁히면 중국 주식형의 수익률은 2.35%로 유일하게 플러스(+)를 기록했다.
이런 뚜렷한 차이는 최근 증시 등락률에서도 나타난다. 중국 상해종합지수는 춘제 이후 첫 개장일인 2월 3일 하루에만 7.72% 폭락하면서 2900선으로 내려앉았지만 금세 3000선을 회복했다. 반면 북미, 유럽 등 그 외 국가에선 이제야 감염자가 확산되면서 증시도 주저앉는 모양새다. 최근 한달 코스피 -5.50%, S&P 500 -4.19%, 유로존 STOXX 50 -8.30%, 일본 니케이225 -8.02% 등 전세계 증시가 크게 흔들렸다. 같은 기간 상하이 종합지수는 -0.19% 정도 빠졌다.
‘매를 먼저 맞은’ 중국 정부가 재빠르게 경기 둔화 방어에 나선 결과였다. 지난달 17일 중국 인민은행은 1년 만기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를 3.25%에서 3.15%로 0.1%포인트 인하해 총 3000억 위안(약 51조원)에 이르는 유동성을 공급했다. 이밖에도 고속철과 같은 인프라 투자, 수년간 내리지 않은 예금 금리 인하 가능성 등이 거론되고 있다. 중국 통계국이 발표한 2월 제조업 관리구매자지수(PMI)는 35.7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3월에는 ‘V자형’ 반등에 대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19는 일회성 이벤트, 중국은 저평가”
세부 상품별로 살펴보면 중소형주, ‘언헤지’ 상품이 보다 좋은 성과를 냈다. ‘삼성중국본토중소형FOCUS자’가 대표적이다. 중국의 중소형 기업과 향후 성장이 예상되는 기업 등이 발행하는 중국 A주에 주로 투자하는 펀드다. 헤지 전략을 사용하지 않은 펀드의 3개월 수익률은 17.72%로, 헤지 전략을 사용하는 펀드(15.73%) 보다 앞선다. 5G 관련주인 안길테크(Suzhou Anjie Technology Co., ltd.), 제약회사인 리브존 제약회사(Livzon Pharmaceutical Group Inc.,) 등을 담고 있다.
이 펀드를 담당하는 이종훈 삼성자산운용 글로벌주식운용팀장은 “중국은 에너지, 소재 등 구경제에서 IT, 헬스케어, 플랫폼 등 신경제로의 성장모델을 전환하고 있는 단계로 코로나19은 이런 변화를 확인하는 기회가 됐다”면서 “멀리 내다보다 본다면 신경제 전환에 따라 중국 중소형주의 약진을 기대해볼 수 있다 ”고 말했다.
‘하나UBS올차이나자[주식-재간접]ClassA’는 ‘자금 유출난’에도 불구하고 올해 들어 중국 주식형 펀드중 가장 많은 자금인 559억원이 들어왔다. 3개월 수익률 6.97%로 안정성이 강점으로 꼽힌다. 이장호 하나UBS자산운용 글로벌주식 본부장은 “코로나19가 중국에서 시작됐지만 미·중 무역 전쟁이 완화되면서 중국 시장 자체가 회복하는 과정에 있었기 때문에 비교적 짧은 기간 내 조정에 그칠 수 있었다”면서 “그동안 중국을 포함한 신흥국이 저평가됐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