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제주맥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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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국내 수제맥주 1호 상장사
제주맥주(276730)가 지난 3월 자동차 수리업체 더블에이치엠에 매각됐다. 서울 성동구 장한평에 위치한 더블에이치엠은 작년 매출 26억원을 올린 회사로, 매출 10배인 제주맥주 경영권을 인수한 직후 500억원대 자금 조달을 예고했다. 더블에이치엠의 최초 공시 이후 인수자 한 곳이 추가됐지만, 이 역시 베일에 가려져 있어 의문은 커지고 있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제주맥주 창업주 문혁기 대표이사와 최대주주인 엠비에이치홀딩스는 더블에이치엠에 보유 주식 537만9000주(9.2%)를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인수 대금은 63억원이다. 지난달 중도금 지급을 마친 더블에이치엠은 오는 8일 제주맥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이사회 구성을 마칠 예정이다. 제주맥주 새 대표이사엔 더블에이치엠을 이끄는 신성현 대표가 선임될 것으로 보인다.
제주맥주 새 주인인 더블에이치엠은 업력 3년차의 자동차 수리업체다. 본점 소재지는 서울 성동구 자동차시장1길로, 자동차 수리 및 부품유통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26억원, 순이익 3억2300만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제주맥주 매출이 223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10분의 1 수준인 더블에이치엠이 10배 몸집인 제주맥주를 인수한 셈이다.
더블에이치엠은 제주맥주 인수 후 자금 조달 계획을 연달아 공개했다. 우선 100억원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지와이투자조합과 체결했고, 200억원 규모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일두투자조합에, 2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를 수옹투자조합에 각각 발행한다고 밝혔다. 제주맥주 경영권을 63억원에 인수해서 500억원 규모 자금조달을 예고한 것이다.
|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더블에이치엠 본사 전경 (사진=네이버 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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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할 점은 자금 조달 과정에서 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는 점이다. 유상증자와 CB·BW의 주식전환은 발행 주식 수를 늘려 지분가치 희석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특히 새 주인이 될 더블에이치엠의 지분이 10% 미만에 그친다는 점에서 안정적인 경영권을 가져가기 어려운 상황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적대적 인수합병(M&A)이나 기업사냥꾼의 표적이 될 수 있는 취약한 지분구조다.
이같은 우려는 더블에이치엠의 경영권 인수 과정에서도 드러난다. 당초 더블에이치엠은 제주맥주 지분 14.8%를 101억원에 인수할 예정이었지만, 지난달 추가 양수인을 확보하면서 인수 대금과 지분이 모두 줄었다. 제주맥주 측은 새로운 양수인을 공개하지 않았다. 일각에선 더블에이치엠의 인수 자금 마련이 어려운 탓에 추가 양수인을 끌어들인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제주맥주 경영권 매각으로 창업주와 최대주주, 초기 투자자들 대부분이 ‘잭팟’에 성공했다는 점도 씁쓸함을 남긴다. 제주맥주는 문 대표가 자본금 2억원으로 설립해 2021년 테슬라 요건(이익미실현 특례상장)으로 코스닥에 입성했다. 창업 이후 지분은 문 대표와 최대주주 엠비에이치홀딩스가 나눠 보유했는데, 엠비에이치홀딩스는 문 대표의 아버지 문성근 씨가 대표로 있는 회사로 사실상 가족 회사다. 이번 매각을 마무리하면 문 대표는 처음 투자했던 자본금보다 30배 이상 많은 차익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제주맥주에 투자한 벤처캐피탈(VC)들도 상장 과정에서 3~5배의 엑시트(투자금 회수) 기록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