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우주 개발 경쟁이 정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스페이스X와 같은 혁신 기업의 등장과 함께 기존 항공 기업들이 우주개발에 투자하면서 기업 주도 시장 쟁탈전도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국내외 우주기업 선두주자라고 할 수 있는 스페이스X, 보잉,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KAI) 등의 매출액은 얼마나 될까요?
| 스페이스X ‘스타링크’ 서비스 가능지역 현황.(자료=스페이스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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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가 최근 발간한 ‘항공우주산업통계’에 따르면 대략적인 규모와 차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통계자료에 의하면 지난 2022년 기준 매출액 상위 기업은 RTX(약 90조원, 670억 달러), 보잉(약 89조원, 666억 달러), 록히드마틴(약 88조원, 659억 달러), 에어버스(약 83조원, 617억 달러), 노스롭그루먼(약 49조원, 366억 달러)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우리나라 기업 중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약 6조원, 50억 달러), 한국항공우주(약 3조원, 21억 달러)의 순위가 높았습니다. 이 통계자료는 방위산업과 항공우주산업 전반의 매출액을 모두 포함했기 때문에 우주 개발에만 한정하기는 어렵지만, 항공우주 상위권 기업의 지표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주 분야에만 한정하면 어떨까요? 재사용 발사체와 위성인터넷서비스 등으로 시장을 바꾸고 있는 스페이스X는 비상장사이기 때문에 정확한 매출액을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미국의 한 웹사이트는 스페이스X의 작년 매출을 약 11조원(80억달러)로 추정했습니다. 2021년(3조원, 23억 달러)과 비교하면 3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지난해 초소형 군집위성을 통한 위성서비스를 위한 스타링크 구축을 주력으로 하면서 매출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스페이스X의 시장 가치는 더 놀랍습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스페이스X의 시장 가치는 240조원(180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됐습니다. 당장 매출액 보다 시장의 혁신을 통한 미래 가치가 더 주목받고 있다는 뜻입니다.
우리나라는 우주 분야에 대한 관심과 투자를 확대하고 있지만, 선진국과 격차가 큰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한국우주기술진흥협회의 ‘우주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주기기제작 분야 한정 국내 기업의 매출액은 지난 2017년 3544억원에서 2022년 6274억원으로 늘었습니다. 우주 품목의 수출 실적은 2017년 약 418억원(3129만 달러)에서 2022년 약 2400억원(1억7923만 달러)로 증가했습니다. 그럼에도 미국, 유럽, 일본 등 우주 강국과 비교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정부는 ‘미래우주경제 로드맵’을 선포하며 현재 7000억원 수준의 우주개발 예산을 2027년까지 1조5000억원까지 늘려 세계 시장 비중을 1%에서 10%로 끌어 올리겠다는 계획을 제시했습니다.
이같은 정부의 야심찬 계획에도 우주 분야는 선진국과 격차가 워낙 큰 만큼 현재 국내 산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지원 없이는 ‘선포’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국내 한 우주 전문가는 “우리나라가 누리호로 7대 우주강국에 도약했다고 하지만 선진국과 격차가 워낙 크다”며 “정부의 우주 분야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산업 육성, 규제 개선 등이 없으면 10%라는 목표치는 선언에 그칠 수 있다”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