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美에 155㎜ 포탄 제공 논의…우크라 우회지원"

日 무기수출 제한으로 우크라 직접 지원 어려워
美 국방장관, 이달초 日 찾아 "어떤 지원이든 환영"
  • 등록 2023-06-15 오후 5:38:53

    수정 2023-06-15 오후 5:38:53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일본이 미국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포탄을 우회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에 직접 무기를 제공하는 것을 제한하는 일본 국내 규정을 피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우크라이나 바흐무트에서 포탄을 나르는 우크라이나 병사들. (사진= AFP)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현지시간) 일본 정부가 미국에 155㎜ 포탄을 제공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우크라이나에 155㎜ 포탄을 200만발 이상 지원했는데, 부족해진 재고분을 일본이 지원하는 방식이다. 일본은 2016년 미·일 상호군수지원협정(ACSA)을 개정해 평시에도 미군과 일본 자위대가 탄약 등 군수품을 상호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일본 방위성(한국의 국방부 격)은 미국과 다양한 논의를 하고 있다면서, 미국에 포탄을 제공할 것인지는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고 WSJ에 설명했다.

일본이 우크라이나를 직접 지원하지 않고 미국을 통해 우회 지원하는 건 국내법상 제약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2014년 발표한 ‘방위장비 이전 3원칙’에 따라 별도 협정이 없다면 구난·수송·경계·감시·기뢰 제거 등 5가지 사항 외에는 외국에 살상무기를 수출하는 걸 제한해 왔다. 이 때문에 일본은 그간 우크라이나에 방탄조끼나 방탄모 등 비살상용 군수품만 지원해왔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1년 넘게 이어지면서 미국은 동맹국인 한국이나 일본에도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동참할 것을 압박하고 있다. 이달 초 일본을 찾은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일본이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어떤 지원이든 항상 환영한다”고 답했다. 당시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일본 정부가 TNT 폭약을 수출하는 방식으로 무기 수출 규제를 우회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간 일본 기시다 내각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할 수 있다는 의향을 감추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지원을 방위장비 이전 3원칙, 일본 평화헌법상 전수방위 원칙(공격을 받을 때만 방위력을 행사한다는 원칙)을 넘어서는 군사대국화의 기회로 삼기 위해서다. 다만 방위장비 이전 3원칙을 개정하거나 폐기하는 데에는 수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WSJ는 미국이 한국에도 155㎜ 포탄 수출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우리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전황과 인도적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면서 적절한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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