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지역구에 예비후보로 등록한 후보 B씨는 두 종류의 명함을 들고 다닌다. 하나는 뒷면에 윤석열 대통령의 얼굴이 작게 인쇄된 명함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의 얼굴과 이력만 있는 명함이다. 그는 “대통령 사진이 있는 명함은 노년층용”이라고 전했다.
선거철 여당 의원들이 누리던 ‘대통령 프리미엄’이 사라진 모양새다. 윤 대통령과 찍은 사진을 앞다퉈 내걸던 2022년 6월 지방선거와 확연히 다른 분위기다. 이같은 경향은 서울·수도권에서 더 짙다. 과거 선거에서 후보들이 대통령과의 친분을 내세웠던 반면 이번 선거에선 이런 움직임이 거의 없다. 오히려 대통령이나 당에 기대기 보다 개인역량으로 선거를 뛰려는 후보들까지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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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분위기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 등록된 예비후보들의 경력에서도 나타난다. 주요 경력에서 ‘윤석열’이라는 키워드를 발견할 수 있는 예비후보는 소수였다.
중앙선관위에 등록하는 예비후보자는 본인이 직접 자신의 경력을 기입한다. 경력 중 주요 사항 2개만 등록할 수 있기 때문에 예비후보자들은 자신을 압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경력을 골라 넣는다.
24일 이데일리가 선관위에 등록된 예비후보 1256명(24일 오전 8시 기준)을 전수 분석한 결과 국민의힘 소속 예비후보 596명 중 6.91%(40명)만이 자신의 경력 사항에 ‘윤석열’ 키워드를 넣었다. 4년 전 21대 총선(2020년 2월 12일 기준)에서 민주당 예비후보 447명 중 23.7%(107명)이 자신의 경력에 ‘문재인’을 넣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당시 민주당은 너무 많은 예비후보들이 문재인 키워드를 넣으려고 하자 연관성을 따져 가려내서 이 정도에 그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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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장예찬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처럼 확실한 ‘친윤인사’로 이름난 예비후보만이 자신의 경력에 ‘윤석열’을 언급했다.
보통 정치 신인의 경우 본인의 인지도가 낮기 때문에 유명 인사의 인지도에 기대어 선거를 치르려는 경향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대통령과의 연관성을 강조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대통려의 지지율이 낮다보니 오히려 연관성을 피해려는 것으로 파악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인지도가 낮은 지역 예비후보들은 자신의 결점을 보완하기 위해 여당을 대표하는 인물과의 친분을 과시한다”며 “대통령이 대표적”이라며 “대통령 지지율이 30%대이고 국민적 비호감이 높은 상태이다 보니, 자신의 경력에 이를 넣지 않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도 “윤 대통령의 인기가 하늘을 치솟으면 서로 가져다 쓰려고 애쓰지 않겠느냐”면서 “윤석열 마케팅이 총선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 후보들, SNS에 대통령 대신 한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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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정치권 인사는 “오히려 한 위원장과 찍은 사진을 홍보하고 다니며 ‘한동훈 마케팅’을 하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수도권에서는 윤석열 마케팅 보다는 한동훈 마케팅이 더 먹힌다는 것이다.
일부 예비후보들은 명함이나 현수막에서 윤 대통령의 얼굴을 빼거나 심지어 국민의힘 당 색깔인 빨간색 옷을 입지 않고 하얀색 옷을 입고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민주당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간판’인 이재명 대표의 위상이 지난 21대 총선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만큼 높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중앙선관위에 등록된 민주당 소속 예비후보 492명 중 10.98%(54명)이 자신의 경력에 ‘이재명’ 키워드를 적었다. 자신의 경력에 ‘문재인’ 키워드를 적은 예비후보도 4.67%(23명)나 있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정치 신인들은 ‘내가 어떤 사람인가’를 설명하기 위해 여당, 야당 핵심인사와의 관계로 설명하려 한다”며 “문재인 전 대통령은 국정운영에 실패했지만 인기는 좋았다. 민주당 내에서는 문재인도 나쁘지 않은 사람이기 때문에 자기 경력으로 포함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