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달러는 권력이다

월가서 종종 나오는 달러화 위기론
위기 공포 찾아오자 오히려 '킹달러'
미국 유무형의 힘 녹아있는 달러화
韓, 킹달러 현상 전방위로 곱씹어야
  • 등록 2022-07-28 오전 12:10:00

    수정 2022-07-28 오전 12:10:00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세계 최대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올해 5월 당시 달러화 급락을 예상하는 보고서를 냈다. 자크 팬들 이코노미스트는 “달러화가 너무 과대평가돼 있다”며 “침체가 닥치면 강달러가 이어질지 불확실하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1월 초 90대였던 달러인덱스(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지수화한 것)가 105에 육박하던 때였다. 골드만이 그러면서 내세웠던 것은 일본 엔화의 약진이다. 엔화가 달러화 대비 25% 저평가돼 있다고 추정하면서다. 경기 침체 여파에 달러화가 주저앉으면, 준기축통화인 엔화가 투자 대안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게 골자였다.

석달 가까이 지난 현재 상황은 어떤가. 골드만의 전망이 빗나갔다는 판단이 가능할 것 같다. 달러인덱스는 이번달 110 가까이 폭등하며 ‘킹달러’로 불리고 있다. 올해 5월 130엔을 밑돌던 달러·엔 환율은 어느덧 140엔에 육박했다(달러화 강세·엔화 약세). 침체 공포가 커질수록 달러화에 돈이 몰렸다는 의미다.

월가에서는 종종 달러화 위기론이 나온다. 빚더미에 허덕였던 영국이 미국에 패권을 빼앗겼듯, 세계 최대 채무국인 미국이 비슷한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논리다. 예산관리국(OMB)에 따르면 미국의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124.7%다. 사상 최고 수준이다. 골드만은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7월 미국의 무차별 돈 풀기를 지적하며 “기축통화 지위를 잃을 수 있다”고 경고해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이런 논쟁이 돌고 돌면 ‘달러화 패권은 지속할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곤 한다. 월가 한 고위인사는 “골드만 보고서가 정말 달러화 패권이 저물 것이라고 단정 짓지는 않는다”며 “무엇보다 달러화에 맞설 도전자가 없다”고 했다. 실제 이번 물가 폭등 국면에서 유로화, 엔화, 위안화는 맥을 못 추리고 있다. 준기축통화 혹은 달러화 대항마라는 수식이 무색한 지경이다. 일부 신흥국들은 경제위기를 걱정해야 할 처지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요즘 미국 주재원들의 주된 볼멘소리가 원·달러 환율 폭등이다. 한국 원화를 미국 달러화로 바꿔 송금하면서 이전보다 많은 손해를 보는 탓이다. 1080원대까지 떨어졌던 지난해 1월과 비교하면 근래 환율은 250원 가까이 높다. 5000달러를 송금한다면, 이전보다 120만원 이상 더 부담해야 한다.

따지고 보면 달러화 패권은 경제적인 화두가 아니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가진 유무형의 힘이 달러화에 녹아있다. 극한의 혼돈기 때 달러화가 급부상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삼성, 현대차, SK 등이 미국에서 중장기 투자를 하는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한미 통화스와프 역시 같은 관점에서 봐야 한다. 원화가 없어도 무방한 미국 입장에서 통화스와프는 시쳇말로 달러화를 그냥 주는 것이다. ‘윈윈 게임’이 아니라는 얘기다. 당연히 그 배경은 경제를 넘어 외교 전반까지 펼쳐져 있다. 이번 기회에 한국은 킹달러 현상을 더 전방위적으로 곱씹어봐야 한다.

(사진=AFP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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