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SM 인수전이 남긴 것

  • 등록 2023-03-13 오전 5:00:00

    수정 2023-03-13 오전 5:00:00

[이데일리 윤기백 기자] 말 많고 탈 많았던 에스엠엔터테인먼트(이하 SM) 인수전이 허무하게 끝이 났다. 하이브가 지난 12일 카카오에 SM 경영권을 넘기기로 합의하면서다.

이번 인수전을 보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점은 K팝 업계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것이다. 이수만과 SM 경영진의 분쟁으로 시작된 이번 인수전은 하이브와 카카오의 1조원대 ‘쩐의 전쟁’으로 확산했다. 이성수 공동대표의 폭로로 드러난 이수만의 역외탈세, 부동산 투기, 소속 아티스트 부당대우 등. 이수만의 해외법인 ‘CTP’의 존재도 뒤늦게 알려졌다. 이같은 수많은 의혹은 K팝 대표기업이었던 SM을 한순간에 부패의 온상으로 낙인찍었다.

쩐의 전쟁으로 불린 지분 확보 경쟁은 주식시장에 악영향을 끼쳤다. 주가는 폭등했고, 편법과 위법 논란에도 휩싸였다. 주주총회를 앞두고는 양사는 상대 이사 후보들을 향한 원색적인 비난도 서슴지 않았다. 상대를 향한 정제되지 않은 말들은 많은 이에게 극한 피로감을 선사했다. 이런 과정에서 아티스트와 팬을 위한 예우는 물론 SM을 어떻게 성장시킬지에 대한 담론은 없었다.

물론 긍정적인 측면도 있었다. SM 인수전은 우리 산업계 전반에 걸쳐 큰 영향을 미쳤다. 행동주의펀드의 약진으로 소액주주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기업들은 자발적으로 주주환원책을 강화하고 지배구조개선에 나섰다. 이런 흐름이 국내 증시 저평가 현상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도 뒤따랐다. 동시에 단기 차익에 치중된 주주 행동이 기업 발전에 위험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제 싸움은 끝이 났다. SM은 이제 재도약의 갈림길에 서 있다. 곪았던 고름은 터졌고 썩은 살도 다 도려냈다. 이제 구멍 난 곳을 차근차근 메울 차례다. 하지만 구멍 난 자리에 새살이 잘 돋도록 치료하고 관리해야 할 숙제는 여전히 남았다. SM과 카카오는 지배구조 리스크를 완전히 떨쳐내고 주주들과 상생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하이브 또한 이제 경쟁자로서 K팝 산업 확장을 위한 건설적인 경쟁을 이어가야 한다. 이번 인수전이 우리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글로벌 주도권 확대를 위한 쓰디쓴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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