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 눈]'근로시간 유연화', 차라리 공개토론을 하자

  • 등록 2023-03-27 오전 5:30:01

    수정 2023-03-27 오전 8:52:50

[이데일리 윤종성 경제정책부장] 주 52시간제를 유연화하는 내용의 ‘근로시간 제도개편안’이 발표된 지 3주가 됐는데도,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개편안은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월’, ‘분기’, ‘반기’, ‘연’ 단위로 다양하게 선택하고, 11시간 연속휴식권 보장시 1주 최대 69시간, 휴식시간 없이는 최대 64시간 근무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 골자다. 현행 주 52시간 근무제의 틀은 유지하면서도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유연화해 결과적으로는 총 근로시간를 줄일 수 있는 데도, “1주 최대 69시간 근로”라는 극단적 프레임에 갇혀 국민 공분을 사고 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사진=연합뉴스)
급기야 지난 21일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서 “주 60시간 이상 근무는 무리라고 생각한다”는 입장까지 내놨으니, ‘주 최대 69시간제’는 사실상 수명을 다한 것으로 보인다. 노동법, 사회복지, 보건 등 각 분야별 전문가 12명으로 구성된 미래노동시장 연구회가 4개월 장고 끝에 내놓은 권고안에 기반해 만들어진 ‘근로시간 제도개편안’이 고작 3주 만에 여론재판에서 패해 과로를 조장하는 몹쓸 법안으로 낙인찍히게 생겼다.

정부가 새로 내놓은 정책이 의견 수렴 과정에서 반대에 부딪혀 뭇매를 맞거나 혼선을 빚는 사례는 꽤나 많지만, 이번에는 애당초 제대로 된 이해없이 갖가지 오해와 불신, 가짜뉴스 등이 뒤엉켜 일파만파했다는 점에서 무척이나 안타깝다. 개편안 대로라면 연간 최대 근로시간은 현행보다 오히려 184시간 줄어들고, 2주 연속 69시간 근무도 불가능하다. 그런 데도 마치 매주 69시간 근무하고, 휴식조차 제대로 취하지 못하는 것처럼 여겨지는 것만 봐도 그렇다.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기절 근무표’는 당혹스러울 정도다. 한 네티즌이 만들었다는 ‘기절근무표’는 퇴근 후 5시간 취침하고 다시 근무가 반복돼 주말에는 ‘기절한 듯’ 잠만 자게 되는 상황을 표현했다. ‘근로시간 제도개편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의도적 왜곡이 아닌가 생각이 들 만큼 엉성하지만, 부정적 여론을 퍼뜨리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현재 연장근로는 근로자 대표(노조)와의 합의만 있으면 되지만, 정부 개편안은 근로자 대표에 이어 개별 근로자의 동의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은 전혀 주목받지 못했다. 회사가 일방적으로 장시간 노동에 제도를 악용할 가능성은 희박한데도, 회사 갑질에 힘없는 근로자들이 과로에 내몰릴 것이라는 근거없는 비난만 들끓고 있다. 최악의 상황을 끌어모아 ‘주 80.5시간제’(11.5시간×7일)가 될 수 있다고 운운하는 건 ‘악의적 흔들기’에 가깝다.

논란은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다. 민주노총은 지난 25일 서울 대학로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어 노동개혁을 규탄하는 등 대정부 투쟁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선 윤 대통령 지시대로 ‘주 52~60시간’ 사이에서 최대 근로시간을 결정한다 해도 반대여론을 설득하기 힘들다. 논란을 수습하고, 타격을 입은 노동개혁의 리더십도 곧추세울 수있는 적극적인 소통이 필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제안한 공개 토론을 수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양 위원장은 이정식 고용부 장관에게 “정부가 추진하는 것이 진짜 노동개혁인지 개악인지 공개토론회를 하자”고 제안했다. 한 달새 두 번째 언급이다. 나쁘게 볼 것만은 아니다. 공개토론으로 불필요한 오해와 불신을 씻고 국민들에게 균형잡힌 시각을 제시할 수 있다. 정부로써는 토론회에 응하는 것만으로도 국민 신뢰 회복의 모멘텀이 될 수 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부단한 설득과 소통으로 등돌린 여론을 다시 붙잡는 일이다.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노동개혁 성공이라는 일념하에 국민 지지와 공감을 얻으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때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20일 중구 민주노총에서 열린 노동시간 개악 투쟁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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