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구속 면했지만 민주당 '흔들'…"숙청" vs "사퇴"

李, 단식 입원 치료 후 조만간 당무 복귀 수순
친명 "가결 이탈표 색출해 '해당 행위' 상응 조치"
비명 "사법리스크 여전…사퇴하고 비대위 꾸려야"
민주당 역공에 與野 격돌할 듯…'식물국회' 우려
  • 등록 2023-09-27 오전 4:42:20

    수정 2023-09-27 오전 5:13:24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구속을 면하면서 조만간 당무에 복귀할 예정이다.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가결에 따른 당내 책임론과 함께 ‘숙청’ 작업에 속도가 붙으면서 민주당은 한동안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법원에서 구속영장 기각으로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돼 나서면서 격려 마중을 나온 당 지도부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사진=뉴스1)
친명 “해당 행위 상응 조치해야” vs 비명 “구속 관계없이 李 사퇴해야”

27일 서울중앙지법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 필요성 정도와 증거인멸 염려의 정도 등을 종합하면, 피의자에 대해 불구속 수사의 원칙을 배제할 정도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영장 기각 사유를 밝혔다. 이번 제1야당 대표에 대한 국회 체포동의안 가결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모두 헌정사상 최초로 이뤄졌다.

앞서 ‘백현동 개발 특혜’ 및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엄희준)에서 두 사건을 병합해 지난 18일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적용 혐의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정경제범죄법)상 배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정범죄가중법)상 제3자 뇌물, 외국환거래법 위반, 위증교사 등이다.

이 대표는 국회 체포동의안 가결로 구속 문턱까지 갔지만 이내 구속을 피하면서 이르면 추석 직후 당무에 복귀할 전망이다. 이 대표는 이날 영장 결과를 대기하던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돼 현재 장기간 단식으로 입원 회복 치료 중인 서울 녹색병원으로 돌아갔다.

이 대표의 구속영장 기각 후 민주당 내부에서 친명(親 이재명)계 의원들은 가결 이탈표를 색출해 숙청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비명(非 이재명)·반명(反 이재명)계에서는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여전한 만큼 자진 사퇴로 당을 지키는 게 우선이라고 맞서는 대립각이 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따른다.

우선 민주당 최고위원회는 조만간 친명계 원내 지도부와 가결표로 추정되는 30여명에 대한 징계 수위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친명계에서는 가결 이탈표에 대해 ‘해당(害黨) 행위’라고 규정하며 대상 의원들의 실명도 거론됐다. 친명계 원외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앞서 설훈·김종민·이원욱·조응천·이상민 의원의 출당을 공개 요구했다.

국회는 지난 21일 본회의에서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을 진행했다. 제21대 국회 재적의원 총 298명 중 295명이 참여해 찬성 149표, 반대 136표, 기권 6표, 무효 4표로 가결됐다. 민주당에서는 이날 표결에 참여한 의원 167명(이재명 제외) 중 최소 29명에서 많게는 40명가량이 찬성표로 이탈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청래 민주당 수석 최고위원은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 다음 날인 지난 22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제 나라 국민이 제 나라를 팔아먹었듯이, 같은 당 국회의원들이 자기 당 대표를 팔아먹었다”며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의 정적 제거, 야당 탄압의 공작에 놀아난 것은 용납할 수 없는 해당 행위로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엄포했다.

반면 비명계에서는 민주당은 공산당이 아니라고 반발하면서 이 대표의 구속 여부와 관계없이 자진 사퇴를 촉구하며 맞서고 있다. 여전한 사법리스크로 당에 위해를 가하는 만큼 이 대표 스스로가 물러나는 동시에, 당 지도부가 분란에 대한 책임을 지고 총사퇴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쇄신을 서둘러야 한다는 입장이다.

비명계 한 민주당 의원은 “이 대표의 구속 여부와 관계없이 친명 세력이 더욱 활개를 치며 비명계 등 ‘가결표 이탈자’를 내몰려고 하는 ‘칼춤’이 거세지면서 당의 불화가 커질 것”이라며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로 원내 지도부만 책임질 게 아니라,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도 결국 부결을 당론으로 채택하지 못한 책임을 지고 모두 동반 사퇴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한 민주당 의원도 “당분간은 강성 지지자들이 큰 목소리를 내는 이른바 ‘친명의 시간’이기 때문에 그냥 둘 수밖에 없다”면서 “당 일각에서 가결표를 색출해 징계를 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정상적인 상황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0회 국회(정기회) 제8차 본회의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총투표소 295표, 가 149표, 부 136표, 기권 6표, 무효 4표로 가결되고 있다.(사진=뉴스1)
민주당, 반격 나서나…與 “법원이 ‘개딸’에 굴복” vs 野 “검찰독재 정권에 경종”

정치권에서는 구속 문턱까지 갔던 이 대표가 다시 돌아와 당대표 자리 유지와 함께 친명 체제를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실제 이 대표는 자신에 대한 국회 체포동의안 가결 다음 날인 지난 22일 입장문을 통해 “당의 모든 역량을 하나로 모을 수 있다면 우리는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며 “더 개혁적인 민주당, 더 유능한 민주당, 더 민주적인 민주당이 될 수 있도록 사력을 다 하겠다”고 사실상 당대표직 유지 입장을 밝혔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 대표가) 구속영장 기각으로 다시 당으로 돌아와 자신을 구속시키려 했던 세력을 가만히 두지 않을 것”이라며 “이럴 경우 계속되는 사법리스크와 친명 체제 강화로 야권이 쪼개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만약 민주당이 이 대표 체제를 포기하고 비대위를 구성해 중립적인 인물을 내세워 변화하면 총선을 앞두고 여당이 불리해질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이 대표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민주당이 국민의힘에 대해 반격에 나설 전망이다. 당장 다음 달 국회 국정감사부터 여야의 강대강 충돌이 격화할 가능성이 크다. 대치 국면이 장기화할 경우 연내 정기국회 주요 법안과 예산안 처리에 있어 여야 합의 불발이 늘면서 ‘식물 국회’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따른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법원의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은 야당 탄압과 정적 제거에 혈안이 된 윤석열 검찰독재 정권에 경종을 울린 것”이라며 “이제 이 대표를 겨냥한 비열한 검찰권 행사를 멈춰야 할 시간”이라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은 불통의 폭정을 멈추고 국민 앞에 나와 머리 숙여 사죄하고, 내각 총사퇴를 통한 인적 쇄신 및 국정 기조의 대전환에 나서라”면서 “있지도 않은 ‘사법 리스크’를 들먹이며 민주당과 이 대표에게 ‘방탄’의 딱지를 붙이기에 여념 없었던 국민의힘도 사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반면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결국 법원이 개딸(이 대표 강성 지지층)에 굴복했다”며 “고작 한 정치인을 맹종하는 극렬 지지층에 의해 휘둘렸다는 점에서 오늘 결정은 두고두고 오점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더욱 우려되는 것은 이제 이 대표와 민주당이 마치 자신들이 면죄부라도 받은 양 행세하며 또다시 국민을 기만하는 모습”이라며 “검찰은 하루속히 보강을 통해 다시 영장을 재청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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