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국민연금의 보험료율이 현행 9%에서 15%로 단계적 인상하는 방안이 보도되자, 국회연금개혁특위 산하 민간자문위원회 공동위원장인 김연명·김용하 교수 이름으로 첫 입장문을 냈다. 난방비 폭탄, 대중교통비 인상 등 각종 공공물가 인상에 국민연금 인상까지 더해지자 노동계 등에서 반발이 거셌고 이를 의식한 정치권 등에서 적극 해명을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3일에는 ‘군인연금 보험료율 18%로 인상’안이 기사화하자 또 한 번의 입장문을 내고 사실이 아니라고 긴급 진화했다. 그리고 국회 특위 산하 민간자문위 회의록을 고의적으로 유출하거나, 사실이 아닌 사항을 왜곡 보도하는 것은 국회법 제44조 특별위원회의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며 엄포를 놨다. 지난 17일에는 ‘퇴직연금, 두 개로 분리…자문위, 사실상 합의’라고 보도되자, 사실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국민연금 개혁은 우리 사회에 ‘뜨거운 감자’다. 현재뿐만 아니라 70년 후에도 지속 가능해야 하는 시스템이지만, 2055년 고갈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며 전 세대의 불안감을 부추기고 있어서다. 젊은 세대는 ‘혹시 돈만 내고 못 받는 게 아니냐?’라고, 장년세대는 손자세대에 부담을 주는 구조에 편치 않은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전문가들이 언급하는 한 마디 한 마디는 초미의 관심사가 돼 기사화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도 최종 합의가 되기도 전에 기사화돼 후폭풍을 맞고 있어 언론 보도가 달가울 수는 없는 상황을 맞고 있다.
일본에서는 연금개혁의 사회적 관심을 모으고자 연금 관련 회의록과 회의자료를 모두 공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연금개혁 논의 과정을 유튜브로 공개하며 국민 누구나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연금개혁은 어려운 문제이고 시간이 걸려도 투명한 정보제공을 토대로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도 연금 관련 전문가 회의를 비공개로 진행하거나 회의록을 요약본으로 제공해온 관례를 깨고 오는 5월부터 연금 개편 논의 과정 회의록을 완전 공개하기로 했다. 최근 진행해온 전문가 회의는 유튜브로 생중계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회 연금 특위만 유독 폐쇄적이다. 모든 논의는 비공개다. 중간 중간 이뤄지는 국회 특위 보고의 경우 아예 여야 간사와 자문위 공동위원장 2인 등 4명만 진행하고 있어 자문위 내부에서도 불만 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밀실 논의’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유다.
회의를 아예 공개회의로 진행한다면 위원들이 주장하는 논리 전개의 옥석을 가릴 수 있을 것이다. 또 밀실 논란이라는 내부 불만도 잠재우고 언론의 오보도 줄어 연금개혁을 둘러싼 사회적 혼란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자문위원의 의견이 담긴 초안은 20일을 목표로 작성되고 있다. 이후 공동자문위원장이 기본적인 표현과 문구 등을 가다듬어 이달 말 국회 특위에 제출하게 된다. 이로써 연금개혁의 첫 단추가 끼워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알맹이가 쏙 빠진 채라면 기대감은 비난으로 바뀔 것이다. 시간 끌기, 개혁 좌초 등의 표현도 서슴없이 나올 수 있다. 어려운 개혁일수록 정보공개가 필수적이다. 자문위 연장이 이뤄질 거라는 얘기가 나온다. 지금까지는 비공개였더라도 앞으로는 달라야 한다. 그래야 모두가 납득 가능한 개혁을 만들어 갈 수 있다. 보다 투명한 논의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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