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반값 등록금' 딜레마

  • 등록 2023-02-23 오전 6:00:00

    수정 2023-02-23 오전 6:00:00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반값 등록금’이란 말이 처음 등장한 시점은 2006년 지방선거 때다. 당시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이방호 정책위의장은 국회 기자회견에서 등록금 반값 인하를 중점 공약 중 하나로 제시했다. 이듬해인 2007년 한나라당 정책비전대회에선 이주영 정책위의장이 “반값 등록금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한나라당의 이런 행보는 이후 출범한 이명박 정권에 정치적 부담으로 돌아왔다. 결국 MB정부는 출범 이듬해부터 대학에 ‘등록금 동결’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정부의 등록금 동결 정책이 시작된 2009년 사립대 평균 등록금은 741만8000원으로 2022년(752만2300원)까지, 13년간 10만5000원(1.4%) 오르는 데 그쳤다. 4년제 대학 간 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 따르면 이 기간의 물가인상률을 반영한 실질 등록금은 오히려 23% 내렸다.

대학 교직원들은 굳이 이런 수치를 들지 않아도 등록금 인하 효과를 체감하고 있다. 10년 넘게 임금이 동결되고 있어서다. 대학 교직원은 한때 대기업 못지않은 급여 수준으로 ‘신의 직장’이라 불렸지만, 요즘은 격세지감을 느끼고 있다. 정부의 등록금 동결 정책으로 서울 주요 사립대조차 교직원 초봉이 연 3000만원 후반~4000만원 대 초반에 머물고 있다.

반면 대학의 신규 직원 채용은 축소되면서 업무강도는 커졌다. 요즘 대학 교직원을 보면 2개 이상의 업무를 겸하는 ‘겸직’이 보편화되는 추세다.

최근 고물가로 법정 등록금 인상률 상한선이 상승하면서 정부의 등록금 동결 정책도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고등교육법상 대학은 최근 3개 연도 평균 소비자물가상승률의 1.5배까지 등록금 인상이 가능한데 작년까진 이 상한선이 1~2%대에 그쳤다. 하지만 올해는 4.09%까지 인상이 가능해 등록금 인상 대학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국가장학금 지원에서 일부 손해를 보더라도 법정 상한선까지 등록금을 올리는 게 낫다고 판단하는 대학이 늘고 있다는 얘기다.

우리나라의 대학교육에서 사립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80%이며 사립대는 재정의 절반을 등록금 수입에 의존한다. 올해로 15년째 등록금을 동결하면서 대학의 교육투자·연구비가 삭감되고 있다. 오죽하면 동아대의 경우 학생들이 나서 등록금을 올리자고 했을까.

정부는 소득 8분위까지 국가장학금 지원이 가능하다며 ‘반값등록금 실현’을 홍보해왔다. 이는 박근혜·문재인 정부에서도 유지된 정책으로 보수·진보를 가리지 않는다. 정부는 등록금이 오르면 국가장학금 예산도 덩달아 증액해야 하기에 등록금 법정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고 있다. 그래서 등록금 규제 완화는 사실상 재정당국이 열쇠를 쥐고 있다는 말에 힘이 실린다.

교육부나 재정당국은 ‘반값등록금’ 딜레마에서 벗어나야 한다. 고등교육법이 물가상승률의 1.5배 인상을 허용하고 있다면, 이를 지키는 대학이 불이익을 받아선 안 된다. 대학들의 등록금 인상을 저지하고 싶다면 법을 바꾸거나 재정 지원을 늘리거나 국고지원의 사용 용도를 대학 자율에 맡겨야 한다. 그러지 못한다면 등록금 법정 인상을 허용하고 대신 소득 하위 계층에 대한 장학금 지원을 늘려 ‘돈이 없어 공부 못하는’ 학생이 나오는 것은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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