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청객 지진에 대비하는 자세, 상두주무(桑土綢繆)

지진보다 빠른 재난문자로, 국민 생명 80% 보호
  • 등록 2022-11-23 오전 6:00:00

    수정 2022-11-23 오전 6:00:00

[유희동 기상청장] 동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시가집(時歌集) <시경>에 ‘상두주무(桑土綢繆)’라는 고사성어가 나온다. 지혜로운 새는 장마가 오기 전에 습기를 막아주는 뽕나무 뿌리로 둥지를 얽어 큰비에 대비한다는 뜻이다. 앞으로 닥쳐올 재앙을 미리 대비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도 이처럼 예고 없이 발생하는 재해를 막기 위해 사전에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지난 10월 29일 충북 괴산지역에서 규모 3.5, 4.1의 지진이 발생해 많은 국민들을 놀라게 했다. 이 지진은 우리나라가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며, 뽕나무 뿌리와 같은 대비책이 필요하다는 신호를 줬다.

다만 현대과학으로는 지진의 발생 위치와 시기를 예측할 수 없다. 지진 발생 시 신속하게 알려 재해를 줄이는 것이 지진에 있어 상두주무의 지혜일 것이다.

누군가는 지진이 발생한 후에 정보를 주는 것이 의미가 있는지 묻지만, 이는 상당히 의미가 크다. 지진파에는 P파와 S파가 있다. P파의 속도(약 6km/s)가 큰 피해를 일으키는 S파(약 3km/s)보다 2배가량 빠르다. S파가 도달하기 전에 몸을 보호하고 대피하면, 생명의 80% 이상을 보호할 수 있다. 이러한 지진파의 속도 차이를 이용해 기상청은 지진조기경보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지진 발생 시 상대적으로 속도가 빠른 P파를 먼저 분석하고 S파 도달 전에 경보를 발표해 지진에 대비할 수 있는 여유시간을 확보하도록 하는 것이다. 지진을 느끼기 전보다 한 발 빠르게 지진이 오는 것을 인지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지진조기경보를 처음 도입한 2015년 지진관측 후 50초였던 통보 목표 시간을 지난해부터는 5~10초로 단축했다. 작은 차이지만 이를 줄이기 위해 분석기술을 고도화한 결과다. 지진정보는 재난문자, TV 자막방송, 날씨알리미 앱, 포털사이트, SNS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국민에게 전달되고 있다.

현대 사회는 디지털매체가 발달한 정보화 사회이지만, 그럼에도 지진정보를 받지 못하는 곳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은 문제다. 이에 여러 기관들과 손잡고 직접 전달 체계를 갖춰나가고 있다.

학교는 인구 밀집도가 높고 수업 중 휴대전화 사용이 제한된다. 빠른 대피가 어려울 수 있다. 이에 신속한 대응이 가능한 체계가 필요하다. 학교 방송시스템과 직접 기상청의 서비스를 연계해, 실제로 지난해 12월 14일 제주에서 규모 4.9의 지진 발생 시 지진 통보 1초 이내에 교내 방송이 송출되면서 신속한 대피가 이루어진 바 있다. 현재까지 기상청은 145개 학교에 서비스를 제공했고, 올해 내로 190개 학교로 확대할 예정이다.

철도, 도로, 항공, 전력, 방송사 등 국가 주요 기반시설물을 관리하는 재난관리책임기관과 국민 가까이에서 행정서비스를 하는 광역시도 지자체 및 중앙행정기관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57개 기관의 시스템과 직접 연계해 지진정보를 신속하게 전달해 정보 수신 즉시 자동으로 시설물이 제어되거나, 버스 전광판, 마을 대피방송 등으로 지진정보가 확대 전파되도록 하고 있다.

최근 제법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함에 따라 지진에 대한 국민의 관심도가 증가하고 있다. 갑작스레 찾아오는 불청객 같은 지진을 막을 수는 없겠지만, 지혜로운 새가 뽕나무 뿌리로 둥지를 얽어 장마에 대비하듯 기상청은 지진조기경보체계와 지진정보 직접 연계 서비스로 지진에 대비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지진재해로부터 국민을 지켜주는 뽕나무 뿌리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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