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올해 2차전지 테마주에 밀려 힘을 못 쓰던 반도체주가 연말을 맞아 막판 스퍼트에 나섰다. 11월 한 달간 17% 오르며 유가증권시장(코스피)과 코스닥 상승률을 웃돌았다. 감산에 따른 반도체 판가 상승과 업황 개선 전망에 따라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란 증권가 전망이 나온다.
| (그래픽=이데일리 김다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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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반도체 주요 종목을 추종하는 KRX반도체 지수는 지난 1일 3621.46에 마감하며 한 달 만에 17.63%(542.67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같은 기간 9%대 상승한 코스피 지수와 12% 오른 코스닥 상승률을 상회한다. 상승 동력은 외국인 수급이다. 이 기간 외국인은
삼성전자(005930)를 1조9927억원,
SK하이닉스(000660) 7199억원,
HPSP(403870)를 2519억원 어치 사들이며 순매수 상위 종목 5개 중 3개를 반도체 종목으로 채웠다.
반도체 종목의 연간 주가 상승률도 눈에 띄게 올라왔다. 올 들어 KRX반도체 지수는 59.26% 상승했으며 이는
LG에너지솔루션(373220)과
삼성SDI(006400),
에코프로비엠(247540),
에코프로(086520),
포스코퓨처엠(003670) 등으로 구성된 KRX 2차전지 TOP 10 지수가 기록한 연간 상승률 10.75%보다 여섯 배 가까운 상승률이다.
반도체가 뚜렷한 상승세에 접어든 것은 업황 개선 신호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11월 한국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2.9% 증가한 95억달러로, 16개월 만에 증가세로 나타났다. 정부는 스마트폰 신제품과 AI(인공지능) 서버용 제품 수요 확대 등에 따라 수급여건이 개선되며 앞으로 수출개선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감산 결정으로 하락세가 멈춘 메모리 가격 상승세도 본격화하는 중이다. 가격협상력은 이미 공급자 우위로 변한데다 스마트폰 수요도 빠르게 회복 중이다. 시장에서는 4분기 중 D램과 낸드(NAND)의 가격 인상률을 올려잡기 시작했으며 내년 상반기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가격 증가폭이 낮아지며 수익성이 일부 둔화할 가능성은 있다.
증권가에서는 내년 AI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화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반도체 테마주가 다시 주목받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반도체 양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최대 수혜주가 될 것으로 보고 목표주가를 올려잡는 추세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온 디바이스 AI는 기존제품 대비 메모리 반도체 탑재량이 두 배 이상 증가하는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AI에 특화된 반도체를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생산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