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벼랑 끝에 선 재계

  • 등록 2023-12-20 오전 5:00:00

    수정 2023-12-20 오전 5:00:00

[이데일리 김영수 산업에디터] 세계 경기침체의 늪이 장기화하면서 산업계 곳곳에 비상등이 켜졌다. 이대로 가면 침몰하고 만다는 절박한 상황은 최근 재계의 인사와 조직개편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났다.

인사폭이 가장 컸던 곳은 SK그룹이다. 최태원 회장은 그간 함께 그룹을 이끌던 4명의 부회장을 모두 교체하는 카드를 꺼냈다. 7년 만에 ‘서든 데스’(돌연사)를 언급한 최 회장이 반도체, 배터리, 에너지 등 사업 전반에 걸친 험난한 파고를 헤쳐나가기 위해 결단을 내린 셈이다. 신임 부회장 4명은 모두 50대로 채워졌다. ‘SK그룹 2인자’격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에는 최 회장의 사촌 동생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을 선임했다. 최 부회장은 바로 조직 슬림화를 통한 비용 절감 카드를 꺼냈다. 300명 규모의 SK㈜ 임직원 중 약 20%가량을 각 계열사로 이동시키는 방법으로 인원을 감축키로 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에 이은 ‘세상에 없는’ 미래 새 먹거리를 찾기 위해 미래사업기획단과 디바이스 경험(DX) 부문에 신사업개발 컨트롤 타워인 ‘비즈니스 개발그룹’ 신설과 함께 젊은 피를 과감히 기용했다.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의 지시로 2009년 꾸려진 신사업추진단과 비견되는 미래사업기획단은 반도체 신화의 주역인 전영현 삼성SDI 이사회 의장(부회장)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여기에 반도체 불황 속 슈퍼 ‘을(乙)’로 불리는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과 1조원 규모의 공동투자로 국내에 설립되는 첫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공동연구소는 상당히 고무적이다. 앞으로 삼성전자가 2nm(나노미터: 10억분의 1m) 반도체를 포함한 차세대 선단공정에 대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LG그룹은 그룹의 성장을 이끌었던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을 끝으로 고(故) 구본무 선대회장의 가신들이 모두 퇴진하면서 새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LG이노텍 CEO엔 각각 1969년생 김동명 사장과 1970년생 문혁수 부사장을 발탁해 숨 고르기에 들어간 배터리 사업과 날개를 단 전장사업에 대한 흔들림 없는 의지를 다졌다.

그렇다면 이같은 재계의 위기 대응 포석이 제대로 효과를 볼 수 있을까. 현재로선 예측불가다. 내년 세계 경제가 저성장 기조를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중국의 자원 민족주의에 의한 공급망 리스크가 상존해 있는데다 미국 대통령 선거, 산유국 감산·중동 리스크 등의 이슈도 산적해 있어서다.

당장 내년 1월 13일 실시되는 대만 총통 선거는 우리에게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현지 여론조사 1위인 친미 성향인 집권 민진당이 재집권할 경우 미국은 파운드리 글로벌 1위 기업인 TSMC에 더 집착할 가능성이 크다. 상대적으로 중국 자본을 경계하는 미국 정부의 정책 기조가 강화될 경우 우리 기업은 운신의 폭이 제한될 수 있다. 우리 정부가 세계 정치 지형 변화에 따른 공급망 리스크 확대를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나마 ‘공급망 기본법’이 국회 문턱을 넘어 기획재정부 중심의 공급망 관리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결국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는 기업들을 위해 국회와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반도체, 배터리, 자동차 산업 등에 대한 과감한 규제혁파가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세제혜택 등을 포함한 장기적인 정책 로드맵을 세우고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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