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백종원 매직'보다 기본이 더 중요하다

골목식당·전통시장서 백 대표 노하우로 대박식당들 이어져
반면 대전 청년구단 등 일부선 폐업 속출하는 등 한계 명확
정부·지자체, 천문학적 혈세 투입후 사후 관리 소홀도 문제
  • 등록 2023-02-27 오전 6:00:00

    수정 2023-02-27 오전 6:00:00

예산상설시장 중앙 광장에 마련된 원형 스테인리스 테이블에서 방문객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사진=박진환 기자)


[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얼마 전부터 방송가와 요식업계에는 명확한 성공 공식이 존재했다. 백종원(56) 더본코리아 대표가 바로 주인공이다. 백 대표가 방송에 나오면 일정 수준의 시청률이 보장되고, 식당 운영자에게 음식 레시피나 경영 노하우를 살짝 알려주면 그 식당은 대박이 나는 이른바 ‘백종원 매직’이었다.

유동인구가 뜸한 골목식당이나 소멸단계에 들어간 전통시장에서도 이 백종원 매직은 어김없이 작용했다. 충남 예산의 예산상설시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1981년 개설한 예산상설시장은 오랜 세월 시장과 함께 나이가 든 상인들이 주를 이뤘다. 이들은 새로운 변화 없이 옷과 잡화 등 공산품 위주로 점포를 운영했고, 제품의 차별성과 가격 경쟁력 등에서 온라인과 대형마트에 밀렸다. 여기에 지역의 급격한 인구감소로 방문객은 하루 평균 20여명에 불과했다. 예산시장은 소멸단계에 들어섰고, 지방자치단체와 상인회가 시장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했지만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는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충남 예산이 고향인 백 대표는 예산군에 ‘시장 프로젝트’를 제안했고, 이에 예산군은 백 대표, 예산시장상인회와 공동으로 예산상설시장 오픈스페이스 조성사업을 진행했다. 2021년부터 예산군은 건물 매입 및 리모델링 공사를, 백 대표의 더본코리아는 청년들에게 요리 레시피와 식당 운영 등의 노하우를 전수했고, 상인회는 청년 상인들의 조기 정착 지원에 나서는 등 3자간 역할을 분담해 지난 3년간 예산시장 살리기 프로젝트가 가동됐다. 그 결과, 예산시장은 평일 하루 평균 5000명, 주말 평균 1만 5000명 이상이 찾는 명소가 됐다. 백종원 매직에 말 그대로 대박이 났다. 예산시장이 전국적인 명소로 부상하면서 시장 주변 식당가도 제2의 번성기를 누리고 있고, 예산 일대 관광지에도 외지에서 찾아오는 방문객들로 예산이 들썩이고 있다.

그러나 이 백종원 매직도 한계는 명확했다. 백 대표가 방송에 출연, 청년들을 대상으로 메뉴개발부터 점포운영 등의 노하우를 전수하면서 화제를 모았던 대전 동구 청년구단(청년몰)은 개장 4년 만에 폐장했다. 대전시는 2016~2017년 정부 공모사업으로 국비 등을 포함해 15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대전 동구 원동 전통시장인 ‘중앙 메가프라자’에 청년몰을 개설했고, 20개 점포에 대해 20~30대 청년들에게 임대했다. 이후 백 대표의 방송이 나간 후 잠시 방문객이 증가했지만 오래가지는 못했다. 입점한 점포 대부분이 요식업에 편중돼 있었고, 메뉴도 청년층을 겨냥했지만 정작 점포 위치는 청년들이 거의 찾지 않는 곳이었다. 실수요자인 중장년 시장상인들의 입맛을 노렸어야 했지만 이마저도 외면하면서 예견된 실패였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수십억~수백억원의 예산이 집행된 후에도 사후 관리에 소홀했고, 여러 요인들로 청년몰 사업은 전국에서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전통시장 활성화와 청년 창업 지원이라는 대의명분만으로는 천문학적인 혈세를 낭비했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렵다. 정부와 지자체, 상인들이 백종원 매직에 열광하기 보다는 더 냉철하게 현 상황을 직시해야 할 때이다. 백종원 대표는 2019년 당시 대전의 청년구단을 방문한 자리에서 지자체의 지원에도 여전히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는 몇몇 점포를 지적한 뒤 “반드시 2~3년 뒤엔 주저앉을 것”이라는 경고가 다시 회자된다. 성공을 위해서, 적어도 폐업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기본에 충실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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