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 View]가계부채 해법 '모기지뱅크' 도입하자

  • 등록 2023-03-06 오전 6:30:00

    수정 2023-03-06 오전 6:30:00

[김선욱 IBA홀딩스 대표·미국 공인회계사] 지난 21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한 의원이 우리나라 가계대출에 변동 금리가 80%를 차지한다는 것은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정책을 반성할 지점이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장기적·안정적으로 자금조달이 되는 시스템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황에서 장기고정금리 확대를 추구하면 은행이 전반적인 리스크를 지기 때문에 장기고정금리를 늘리기 어렵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금융당국이 오랜기간 고정금리 확대정책을 펼쳐왔음에도 가계부채 구조개선에 실패한 이유는 정책적 측면보다 자금조달시장 측면서 장기고정금리를 확대할 여건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말은 장기고정금리 확대를 위해선 장기 조달재원이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 장기채권을 발행해야 하는데 저렴한 금리로 채권을 인수해줄 장기 투자시장이 우리나라선 충분히 형성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여기서 금융위원장의 심각한 착시가 있다. 이제껏 우리나라 은행들은 장기채 발행을 위해 자본시장을 직접 찾아간 적이 없다. 은행들엔 자본시장 역할을 대신해 주는 장기적, 안정적 자금조달 시스템이 이미 있기 때문이다. 바로 주택금융공사다.

은행은 일단 고객에게 자체자금으로 장기고정금리 대출을 내어준 후, 이 대출채권을 단기간 내 주택금융공사에 매각해 고객에게 내줬던 대출금을 조기 회수한다. 공사는 은행들로부터 장기고정금리 대출을 넘겨받으면 이를 기초로 장기채(MBS)를 자본시장에 발행해 조달한 자금으로 은행에 대금을 지불해 줬다.

은행은 주택금융공사 설립 후 지난 20년간 장기대출을 이런 자금조달 시스템에 의존해왔다. 그런데 은행이 장기적, 안정적인 자금조달 시스템이 없어서 리스크를 져야 하기 때문에 장기고정금리를 늘리지 못한다는 게 말이 되나.

대출공급시장 측면서 보면 장기고정금리가 대중화되지 못한 이유는 공사에 매각을 전제로 한 장기고정금리대출이 은행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영업할 유인이 없었던 상품이기 때문이다.매각을 전제로 한 장기고정금리가 은행에 매력이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은행의 주요 조달수단이 예금이기 때문이다. 은행은 고객에게 받은 예금으로 대출을 내어준 후 만기까지 대출채권 보유해 원리금을 회수하는 것을 사업모델로 하고 있다. 예금의 비만기(Nonmaturity) 속성상 예금을 지속적으로 대출로 운용해 이자수익을 내게 해야 예금자에게 이자를 줄 수 있기 때문에 만기전 대출을 매각해 원금을 일찍 회수하면 손해다.

예금은행의 기본 사업모델, 즉 예금을 대출로 운용하는 시스템과 대출 매각을 통해 대출금을 조기 회수하는 장기고정금리대출 운용방식이 서로 맞지 않았다.

이건 글로벌 금융사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장기고정금리 주담대가 대중화된 미국, 덴마크, 일본 등에서는 장기고정금리의 주요 취급자가 예금은행이 아니다. 예금기능이 없는 여신전문기관인 중소규모 모기지 뱅크다. 모기지뱅크는 예금이 아닌 단기 시장자금으로 대출을 취급하기에 대출을 팔아서 대금을 마련해야 빌려 온 자금을 적시 상환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장기고정금리대출을 대중화하려면 신규 플레이어, 모기지뱅크를 등장시켜야 한다. 미국, 일본의 국책 모기지 유동화 기관의 주요 거래 파트너는 대형 예금은행이 아닌, 주담대 전문 금융사인 모기지뱅크다.이렇게 되면 주금공은 현재 시중은행과 연결해 놓은 파이프라인을 신설 모기지뱅크로 옮기고, 주담대는 의례 장기고정금리 형태로 모기지뱅크와 주금공 라인에서 받는 소비자 관행이 생기도록 유도해야 한다.

자연스럽게, 대형 시중은행의 주담대시장 점유비중이 줄어들 것이다. 이들은 여유 있는 자금으로 기업대출 취급분을 더 늘려야 하므로 기업대출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그 결과 중소기업대출 및 자영업자 대출금리는 내려갈 것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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