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미중 수출시장, 양자택일식 접근은 위험한 발상이다

尹정부 한·미 안보동맹 강화에,
기업 對美 투자 확대로 이어져
대미수출 급증 반길 일이지만,
결국 무역적자 해소 요구할 것
어느 쪽이든 양자택일은 손실
전략적 접근 위한 지혜 필요해
구기보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
  • 등록 2024-02-23 오전 5:00:00

    수정 2024-02-23 오전 5:00:00

우리나라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적어도 안보에서는 확고하게 미국을 선택했다. 한미 안보동맹을 강화하고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화하는 형태다. 반면, 중국에 대해서는 민감하게 여기는 대만문제까지 언급하며 선 긋기를 분명히 했다. 이 같은 행보는 비단 정치나 안보뿐만 아니라 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우리 기업은 중국보다는 미국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에 대해서는 수출이 급감하고 무역적자를 기록했지만, 미국에 대한 수출은 급증하면서 사상 최대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특히 대중국 무역적자는 1992년 한중 수교 때를 제외하면 초유의 일이다. 아울러 대미 수출 증가세는 반도체, 전기차 및 배터리 부문의 설비투자에 힘입어 상당 기간 지속할 전망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대중국 투자나 무역 비중을 대폭 줄이고, 대미 투자와 무역 비중을 대폭 늘리는 방향으로 선회해야 하는 것인가. 앞으로 우리나라의 핵심 경제 파트너는 중국이 아닌 미국이 되어야 하는가.

미국에 대한 수출 급증은 매우 반가운 소식임이 틀림없다. 중국이 경제적으로 부상하면서 우리나라는 오랜 기간 중국에 미국 시장을 조금씩 내어주었다. 이 기회에 미국 시장점유율을 회복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그러나 미국은 미국에 대해 상당한 무역흑자를 지속적으로 보는 국가를 그냥 두지 않는 경향이 있다. 미국은 일정 기간 동맹국과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면서 중국 주도의 공급망을 축소하는 정책을 시행하겠지만, 어느 정도 목표를 달성한 후에는 결국 동맹국에게도 과도한 무역적자를 해소하기를 요구할 것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은 19.9% 감소했는데, 주로 최대 수출품인 반도체 수출이 무려 31%나 감소한 것에 기인한다. 그 결과 중국의 수입시장에서 한국의 순위도 2022년 2위에서 지난해 3위로 떨어졌다. 이는 역설적으로 대중국 반도체 수출이 회복되면 대중국 수출은 빠르게 회복되고 무역수지도 개선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행히도 지난 4분기부터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저점을 통과하여 회복되는 가운데, 지난달 대중국 수출은 전년동기대비 16.1% 증가했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소비시장이다. 우리나라에도 매우 중요한 시장이다. 그러면 우리나라 기업은 미국 시장에 치우친 경영을 해야 하는가. 그러기에는 중국 소비시장이 너무 크다. 10년 정도 지나면 심지어 미국을 넘어설 전망이다. 중국은 이미 10여 년 전 구매력 기준으로 세계 최대 소비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소비증가율은 7.2%로 최종 소비지출의 중국 경제성장에 대한 기여도는 무려 82.5%에 달했다. 중국 경제의 성장 동력은 투자도 무역도 아닌 소비다. 중국은 미국과 달리 장기간 한국에 대해 엄청난 규모의 무역적자를 경험하면서도 무역적자 해소를 위한 노력을 요구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중국이 한국으로부터 중국이 완제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부품 등 중간재를 수입해왔기 때문이다.

미국에 과도하게 치우친 투자 및 무역정책은 과거 중국에 치우친 경제정책과 마찬가지로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미 무역흑자가 사상 최대에 달하면서 미국이 우리나라에 대해 무역적자 해소를 위한 압력을 가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작지 않게 나왔다. 우리나라가 대(對)중국 투자나 수출을 확대하지 않는다면 수입만 대폭 증가할 수 있다. 지난해 대중국 무역적자는 반도체 가격 회복에 힘입어 올해 다시 무역흑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반도체만으로 무역흑자를 유지하기는 어렵다. 우리의 양대 수출시장에 대해 양자택일을 한다면 어느 시장을 선택하든 한 시장을 잃고 엄청난 손실을 경험할 것이다. 미국과 중국 시장에 대해 전략적으로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에 대해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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