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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이 선망과 규제의 이중적 인식의 대상이라는 점은 그들의 힘과 역할이 그만큼 크고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문제는 이러한 공무원의 영향력이 총성 없는 경제전쟁에서 국가의 역량을 견인하지 못하고 되려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과 중국에 이은 G3로의 도약, 1인당 국민소득 10만달러 달성을 위해, 궁극적으로는 총체적 국가경쟁력의 강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공직사회의 경쟁력 강화다.
아직 민간의 경쟁력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던 1960~1980년대엔 실력 있고 유능한 공무원들이 개발의 최전선에서 큰 그림을 그리고 기업을 선도지휘했다. 그러나 산업화 60년이 지난 2020년대에도 민간이 주도하고 공공이 뒷받침하는 성장모델은 확립되지 못했다. 20년 전 정부예산이 100조였던 시절의 시스템이 700조원을 눈 앞에 둔 오늘날까지 작동하고 있다는 건 내일의 국가 설계에 대한 우려와 문제점를 함께 드러내는 상징적 사안이다.
공직사회에선 정무직 고위직이나 현장 서비스직을 막론하고 인사는 ‘일의 질’과 ‘국가적 성과’를 결정짓는다. ‘인사가 만사의 시작’이란 말이 그 핵심을 짚는다. 한국이 글로벌 10대 경제강국이 된 지금, 공직사회 인사관리의 총체적인 틀을 새롭게 디자인 할 때가 됐다. 정치색 짙은 고위직 임명과 인사는 논외로 해도 국민 서비스에 직접적인로 영향을 미치는 공무원 인사관리 혁신은 조직과 인력, 채용과 양성, 육성, 보상체계, 인력생산성 제고라는 큰 틀에서 체계적이고 장기적으로 진행돼야 한다.
그러므로 다음 다섯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정부 인사기능의 종합적 전문화가 필요하다. 조직과 정원 규모, 육성과 운영은 인사관리의 기본이다. 일관된 국가운영체계와 인사시스템의 재정비는 물론, 20~30년을 내다보는 교육과 양성이 G3를 꿈꾸는 꿈꿀 수 있는 핵심전략이 돼야 한다.
둘째 연간 5만명이 넘는 공공영역 인력의 사전양성체계도 필요하다. 각 군에서 시험을 통한 장교 선발과 사관학교를 통한 장교 선발을 병행하듯 공무원도 사관학교의 역할을 할 사전교육기관을 둘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시험을 통한 입직에서 간과되기 쉬운 공직자로서의 정체성과 가치관 확립을 사전 교육기관에서 충분히 함양할 수 있고 시대변화에 맞는 필요 인재를 체계적으로 길러낼 수 있다.
셋째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 실력 있는 공무원, 제2의 삶(2nd life)과 전관예우의 합리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가장 대표적으로 지적돼 온 건 순환보직제의 폐지다. 1, 2년마다 새로운 직군으로 옮기다 보니 현장에선 민원인보다 모르는 공무원이 생겨나고 퇴직 후 제2의 삶도 전관예우에 기댈 수 밖에 없는 구조적 모순을 만들게 된다. 필자가 초대 인사혁신처장 시절 발표한 「공직 인사혁신 3개년 추진계획(안)」에서 공무원 경쟁력 제고를 위해 특정 분야의 전문성을 키우는 ‘통(通)인재’와 보다 넓은 분야를 두루 섭렵해 관리자로 성장하는 ‘창조인재’를 구분해 투트랙으로 인사관리를 하자고 제안한 건 이 때문이다.
넷째 보상체계의 재편이다. 일 잘하고 성과 있는 곳에 보상이 있어야 한다. 공직사회가 민간에 비해 가장 뒤처진 분야가 아마 평가와 보상체계일 것이다. 연공서열을 탈피하고 중요직무급제를 공직사회 전반으로 확대 적용해 경쟁이 디폴트 값인 공직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9급으로 입직해도 능력을 입증하기만 하면 10년 안에 5급으로 승진할 수 있어야 한다. 최근 인사혁신처에서 발표한 ‘공직문화 혁신 기본계획’에서 제도 혁신의 일환으로 이러한 공정한 평가 및 보상체계 구축을 강조한 점은 바람직한 방향이라 생각된다.
앞으로 국가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질 것이고 글로벌 기업들의 밥그릇 싸움은 국민의 풍요와 안정된 삶에 직결될 것이다. 국가경쟁력의 단초는 정부 인사전반의 혁신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공직문화 혁신이 정부 인사 기능 전문성을 강화해 공직사회 경쟁력을 확보하고 나아가 민간주도 성장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국가인사시스템의 정비와 공직사회 혁신을 위해 당국자의 의지만이 아닌 전 국민적 관심과 지혜가 필요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