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배용 "창의 인재 육성엔 논·서술형 수능이 적합"[만났습니다]

이배용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 인터뷰
"논·서술형 수능이 미래 인재 양성에 더 적합"
"수업 중엔 질문·토론 많이 해야 창의력 배양“
"교권침해, 교사 존경하는 문화 복원해야 해결"
  • 등록 2023-02-02 오전 6:00:00

    수정 2023-02-02 오전 6:00:00

이배용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사진=노진환 기자)


[이데일리 신하영·김형환 기자] “선다형(객관식) 수능보다는 논·서술형 수능이 미래 인재 양성에는 더 적합한 대입제도라고 본다.”

이배용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 위원장은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에 맞춰 개편이 추진 중인 ‘2028학년도 대입제도’에 대해 논·서술형 수능을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객관식(선다형) 시험으로는 학생들의 창의력을 측정할 수 없다는 의미다.

국교위는 교육에 관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는 대통령 직속 행정위원회로 지난해 9월 공식 출범했다. 대입·학제개편·교원수급정책 등 국가적으로 중요한 교육정책을 다룬다. 교육부가 올해 상반기까지 내놓을 새 대입 개편 시안도 국교위와 협의를 거쳐 내년 2월 확정될 예정이다. 최근 국교위가 8차 회의를 통해 대입제도 개편 특별위원회 구성을 결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위원장은 “수업 방식도 주입·암기식보다는 토론식으로 바꿔야 하며 수업 중 질문·토론을 많이 해야 학생들의 창의력·상상력이 배양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논술형 시험이 채점도 어렵고, 공정성·신뢰도에 문제를 제기하는 의견이 있어 수능을 선다형으로 치러왔는데 미래형 학교 교육을 생각하면 논·서술형 시험이 가미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교위 출범 전부터 ‘위원 간 정파 대결’ 우려가 제기됐는데.

△법령에 따라 대통령·국회·교육감·교원단체 등의 지명·추천 인사로 국교위원들이 구성되기에 겉으로 보면 정파성이 개입되고 합의가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있다. 물론 교과서 문제 등 민감한 사안에선 합의가 녹록지 않은 게 현실이지만, 토론 과정에서 공통분모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교위원들 모두 사회의 어른으로서 또는 학부모로서 우리나라 교육에 소명 의식을 갖고 있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와 진로를 위해 가장 바람직한 길이 무엇인가를 모든 위원이 고민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앞으로도 위원 간 충분한 토론을 거친다면 민감한 사안에서도 조정·합의가 가능할 것이다.

-최근 개정 교육과정을 확정하면서 자유민주주의와 성평등 용어 삭제 문제 등이 논란이 됐는데 향후 이런 논란을 최소화하려면.

△개정 교육과정은 이전 정부에서 시안이 만들어졌고 국교위는 작년 9월 27일 출범했기에 이 과정에 개입하지 못했다. 현행 법령에 따르면 개정 교육과정은 국교위 심의를 거쳐야 확정·고시될 수 있다. 대부분의 쟁점은 소위원회에서 합의 절차를 밟았고 그래도 합의가 되지 못한 사안을 놓고 국교위 내에서 4시간 넘게 회의를 거쳤다. 장시간 회의 뒤에도 합의가 안 된 사안만 표결을 통해 새 교육과정을 확정했다. 국교위는 대통령 직속 합의제 행정위원회로 출범했기에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이견을 좁히기 위한 노력 뒤에도 합의가 되지 않으면 결국 표결이 불가피하다.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을 앞두고 대입 개편 논의가 한창인데 향후 대입·수능 개편에 대한 의견은.

△수능 위주가 좋은가, 내신 위주가 좋은가 하는 것은 국교위에서 다룰 내용은 아니다. 변화한 교육 과정과 교육 방법을 시험 제도와 연계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게 국교위의 역할이다. 다만 선다형 수능보다는 논·서술형 수능이 미래 인재 양성에 더 적합한 대입제도라고 본다. 향후 초·중·고 수업 방식도 주입·암기식보다는 토론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수업 중 질문·토론을 많이 해야 학생들의 창의력·상상력이 배양되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합한 인재가 되려면 생각하는 힘, 분석하는 힘, 문제해결 능력을 키워야 한다. 토론식 수업을 하다보면 평가도 달라질 것이다. 논술형 시험이 채점도 어렵고, 공정성·신뢰도에 문제를 제기하는 의견이 있어 수능을 선다형으로 치러왔는데 앞으로 미래형 학교 교육을 생각하면 논·서술형 시험을 가미해야 한다고 본다.

-교사를 폭행하는 등 학생·학부모의 교권 침해가 심각한데

△교사가 의욕을 갖고 학생들을 가르치려면 교사를 신뢰하고 존경하는 문화를 복원해야 한다. ‘지덕체’란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따듯한 덕성이지만 덕성만 있다고 존경받는 것은 아니다. 지식과 지혜가 더해지고 체육활동을 통해 정해진 규칙을 따르는 자세도 배워야 한다. 아무리 똑똑해도 사람 됨됨이, 인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존경받을 수 없다. 어떤 환경에서도 가치판단을 통해 정도를 걷기 위해선 인성과 지식, 양심이 뒷받침돼야 한다.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이 위기를 맞고 있다. 일각에선 출구전략을 거론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한계 사학에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한다. 이미 경영이 한계 상황에 직면한 대학은 계속 경영하게 해봤자 학생들만 피해를 본다. 다만 어떤 기준과 잣대로 사학 설립자가 대학을 청산하고, 잔여재산을 얼마나 가져갈지는 교육부와 국회가 정밀한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이주호 장관 취임 후 교육부가 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데 향후 국교위와 교육부 간 바람직한 역할 분담은.

△국교위가 중장기 교육정책을 기획하면 교육부는 이를 실행·집행하게 된다. 국교위가 큰 그림을 그리면 교육부가 이를 실현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 국교위는 자주성·독립성을 갖고 이를 기반으로 대국민 의견을 수렴, 중장기 교육정책을 다뤄야 한다. 현행 국가교육위원회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은 ‘교육정책에 대한 국민의견 수렴·조정 등에 관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대통령 소속으로 국가교육위원회를 둔다’고 명시하고 있다. 물론 교육부도 교육 현장과 소통하고 있지만 워낙 현안이 산적해 있으니 소통에만 주력할 수는 없다. 이처럼 교육부가 주어진 난제를 푸느라 미처 보지 못하는 부분을 보고 의견 수렴을 통해 중장기 교육정책을 기획하는 일이 국교위가 해야 할 역할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노동·연금과 함께 교육을 3대 개혁 분야로 꼽았다.

△수십 년 전만 해도 개발도상국이었던 우리나라가 선진국 대열에 올라선 배경에는 국민들의 교육열이 있다. 한편에선 대학 진학률이 너무 높다는 점을 비판하기도 하지만 배우고자 하는 의지를 나쁜 것으로 볼 수 없다. 한국전쟁의 폐허 위에서 1인당 국민총소득(GNI) 3만 5000 달러 시대를 열 수 있었던 것은 교육과 인재의 힘 덕분이다. 국교위 초대 위원장으로서 국교위가 우리나라 인재를 키워내는 용광로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이배용 위원장은...

△1947년 서울 △이화여고 △이화여대 사학과 △서강대 한국사박사 △이화여대 사학과 교수 △이화여대 13대 총장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회장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 △대통령 직속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 △한국학중앙연구원 16대 원장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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