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프리즘] 기시다 '한일관계 개선' 홈런 날려야

  • 등록 2023-03-13 오전 6:15:00

    수정 2023-03-13 오전 6:15:00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윤석열 대통령이 양국간 최대 현안이었던 일제 강제징용 피해 배상 문제를 한국이 독자적으로 해결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후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금까지의 정치 공세보다 더 수위를 높여 대통령을 맹공하고 있고 여론의 호응도 높지 않다. 여론은 왜 대통령이 이 시점에 일본에 유리해 보이는 배상 또는 변제 방안을 제시하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결과적으로 대통령의 국정 수행까지 차질을 빚는 모습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8~9일 실시한 조사(전국1002명 유선포함 무선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9.5%)를 보면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는지 아니면 잘못 수행하고 있는지’ 물어본 결과 ‘잘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는 34%로 직전 조사보다 2%포인트 내려갔다.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 평가는 58%로 60%에 육박할 정도다.

국민의힘 전당 대회에서 윤석열 단일 대오가 만들어졌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로 국민의힘과 보수층이 더욱 결집하는 국면에서 지지율이 하락한 이유는 결국 일본 이슈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부정 평가를 물어본 결과 ‘일본 강제동원 배상 문제’, ‘외교’ 그리고 ‘삼일절 연설’까지 합하면 30%가 넘는다. 전당 대회 컨벤션 효과(당의 지지율이 정치적 이벤트 전후로 올라가는 현상)로 다분히 상승해야 할 지지율이 일본 변수로 도리어 미끄럼을 탄 셈이다. 특히 20대(만18세 이상)의 대통령 긍정 평가는 19%, 30대는 13%로 나타났고 윤석열 대통령이 계속해서 경쟁력을 보여 왔던 서울 지역의 경우 29%로 주저앉았다. 전당 대회로 그리고 대통령 지지층의 결집으로 상승했던 대통령의 지지율이 일본 강제징용 배상 논란으로 구멍이 난 모양새다.

그렇다면 역대 정권에서 일본의 과거사 사과를 우선 요구했던 정책에서 파격적으로 벗어나는 이번 윤 대통령의 승부수가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단기적으로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사에서 일본에 대해 민감한 질문을 몇 개 던져보았다. ‘현재 일본 정부가 식민 지배 등 과거사에 대해 반성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물어본 결과 ‘그렇게 생각한다’는 답변은 고작 8%에 그쳤다. 윤 대통령과 정부가 이전 정부보다 더 적극적으로 (한일관계 복원을) 서두르는 부분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도 ‘일본의 변화 없이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64%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우리가 일부 양보하더라도 빨리 개선해야 한다’는 답변은 31%에 불과했다.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한 여론, 과거사와 관련된 국민들의 인식은 여전히 부정적이고 분노심과 적개심으로부터 좀처럼 내려놓기 힘든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과 안보 보좌진들이 적극적으로 대일 관계 개선을 시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미일 공조를 통한 중국 견제와 인도태평양 지역의 신안보질서로 이해할 수 있다. 북한 미사일과 중국의 영향력 확장에 따른 대응 전략이다. 최근 글로벌 안보 지형은 단순히 군사 또는 국방 관계에만 머무르는 게 아니라 경제적 관계 등 모든 이해관계와 맞물려 있다. 징용 문제에 발목 잡혀 양국 관계를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는 점에서 윤 대통령의 판단과 결정 배경을 미숙한 외교로 절대 볼 수 없는 이유다.

북한의 도발에 대응해야 하는 한미일 협력 무대에서 계속해서 일본과 충돌하고 갈등을 빚는다는 건 결과적으로 국익을 저해하는 일이다. 그렇다고 현실적으로 ‘제 3자 배상 또는 변제’에 대해 반대하는 국민 여론을 무시하기도 힘든 일이다. 그런 점에서 이제 공은 기사다 후미오 일본 총리에게로 넘어갔다. 오는 16일부터 이틀간 윤 대통령의 방일때 어떤 답변이 나올지 주목된다. 고교 시절 야구 선수였던 기시다 총리가 이젠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홈런 한방 때려줄 수 있도록 외교적으로 전력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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