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료망부터 재활용까지…현대차그룹 '배터리 내재화' 풀액셀

현대차그룹, 해외 합작공장서 자체 배터리 생산
자체 배터리 전기차 2호까지 선봬
배터리 내재화로 원가 경쟁력 확보
"中전기차 대항, 글로벌 패권 쥘 것"
  • 등록 2024-06-26 오전 5:30:02

    수정 2024-06-26 오전 5:30:02

[이데일리 박민 이다원 기자]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제조 원가의 핵심요소로 꼽히는 ‘배터리 내재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배터리 제조사와의 합작사를 통해 자체 배터리 생산을 늘리고, 원료망 확보에서 차세대 배터리 기술개발, 재활용까지 배터리 전 영역에 걸쳐 ‘밸류체인 구축’에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최근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빠르게 침투하고 있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항하고,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패권을 쥐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지난해 9월 8일 정의선 회장이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이 합작해 설립한 배터리셀 공장 ‘HLI그린파워’ 전극공정을 점검하고 둘러보는 모습.(사진=현대차그룹.)
캐스퍼, 자체 배터리 탑재한 2호 전기차

2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오는 27일 부산에서 열리는 ‘부산 모빌리티쇼’에서 자체 생산한 배터리를 탑재합 소형 전기차 ‘캐스퍼 일렉트릭’을 국내 최초로 공개한다. 이 차량은 49㎾h 용량의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시 최대 315㎞의 주행 가능 거리를 확보했다. 배터리는 현대차그룹이 LG에너지솔루션과 인도네시아에서 합작해 설립한 HLI그린파워에서 생산한 것으로 ‘메이드 인 현대(Made in hyundai)’로 볼 수 있다.

캐스퍼 일렉트릭은 동급 차종인 경형 전기차 기아 ‘레이 EV’(1회 충전시 최대 20km 주행)보다 주행 가능 거리가 110km가량 더 길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이 전기차 보조금 혜택을 받고 내는 최종 구매가격은 2000만원대로 비슷한 수준으로 책정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러한 가격은 현대차그룹이 차량 가격의 약 40%에 달하는 배터리를 자체 생산한 덕에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까닭이다.

현대차그룹의 자체 배터리 탑재 차량은 캐스퍼 일렉트릭이 두 번째다. 앞서 올해 5월 ‘전기차 대중화’를 천명하며 3000만원대(보조금 적용시) 가성비 전기차를 출시한 기아의 EV3에 HLI그린파워에서 생산한 배터리가 처음 탑재된 바 있다. 기아 EV3는 81.4kWh 용량의 NCM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를 501㎞까지 확보하면서도 보조금을 반영한 실구매가를 3000만원 중반대까지 낮췄다. 이 가격 또한 자체 생산한 배터리를 조달해 가능케 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자체 배터리 생산을 확대하고 이를 탑재한 전기차도 늘릴 것으로 보고 있다. 기아가 내년 초에 출시할 예정인 전기 세단 ‘EV4’에도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 빠르게 침투하고 있는 중국의 BYD(비야디)도 전기차와 배터리를 모두 자체 생산하면서 저렴한 가격을 앞세울 수 있었다”며 “현대차그룹도 배터리 내재화를 비롯해 공정 혁신에 더욱 집중해 무엇보다 ‘가격 경쟁력 확보’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에 빠졌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기아는 ‘가성비’를 앞세운 덕에 꾸준히 성장세를 유지하는 중이다. 특히 5월 한 달에만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 1만9407대(소매 기준)를 판매, 전년 동월(1만61대) 대비 92.9% 급증했다. 판매량 증가는 중국 내 판매량 반등을 위해 현지에서 출시한 전기차 EV5 덕분이다. EV5는 현지에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조달해 차량 가격을 3000만원대로 크게 낮춰 출시했고, 이를 통해 인접국가로의 수출도 크게 늘릴 수 있었다.

배터리 원료망에서 생산까지 수직 계열화

업계에선 전기차 가격 경쟁력은 결국 ‘배터리 원가 결정권’에 달린 만큼 현대차그룹이 배터리 원료 확보에서 자체 생산까지 수직계열화에 주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은 배터리 원료망 확보를 위해 이달 중순 세계 2위 리튬 생산 업체인 칠레 SQM과 수산화리튬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초에도 중국의 성신리튬, 간펑리튬에너지와 각각 4년간 수산화리튬 구매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리튬은 전기차용 배터리에 사용되는 주요 원료 중 하나다.

이호근 대덕대 교수는 “현대차그룹이 배터리제조사와 납품 계약 조건을 잘 잡아도 시시각각 변화하는 원료 가격에 따라 전기차 생산 단가도 달라지는 변수가 있다”며 “그러나 원료 공급망을 확보해두면 글로벌 수급 변화와 원자재 가격 등락에도 안정적인 대응 체제가 가능해 내재화는 필연적인 선택일 것”이라고 말했다.

원료망과 함께 배터리 자체 생산도 가격 결정권을 갖는 데 있어 중요한 부분이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오는 2025년 가동을 목표로 미국 조지아주에서 LG에너지솔루션과 연산 30기가와트시(GWh) 규모로, SK온과는 연산 35GWh 규모의 배터리 합작공장을 각각 짓고 있다. 또 동남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생산 거점으로 인도네시아에서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사인 HLI그린파워를 세워 올 상반기부터 배터리 생산에 나선 상태다.

이외에도 전기차 주행거리를 비약적으로 늘리고 충전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차세대 배터리 개발을 위해 국내 유수 대학과 손잡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배터리 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될 ‘전고체 배터리’가 대표적이다. 여기에 배터리 생애주기에 마지막 구간이라 할 수 있는 재활용까지도 확장중이다.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는 국내 최대 배터리 양극재업체인 에코프로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국내·외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사업 밸류체인 강화를 비롯해 재활용 공정 자동화 구축까지 협업에 나섰다.

정의선(좌측부터)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과 유홍림 서울대 총장, 최장욱 배터리공동연구센터장(교수)가 서울대 배터리공동연구센터에서 학생으로부터 배터리공동연구센터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사진=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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