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채무자 뒤 가정 지키는 제도...채권자 손해 없어요"

정준영 서울회생법원 수석부장판사 인터뷰
주택담보대출 연계 개인회생 제도 큰그림 입안 주인공
  • 등록 2019-01-25 오전 6:09:00

    수정 2019-01-25 오전 7:11:13

정준영 서울회생법원 수석부장판사 (사진=노희준 기자)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법원에서는 항상 채무자 본인만 보이지만 채무자 뒤에는 항상 가정이 있다고 강조해 왔습니다. 가정은 공동생활을 하는 주택을 기본으로 하는 것이고요. 그래서 이번 프로그램은 바로 가정을 보는 것입니다.”

정준영(52·사법연수원 20기) 서울회생법원 수석부장판사는 24일 서울 서초구 회생법원에서 가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개인회생을 신청한 채무자가 담보로 잡힌 집을 처분하지 않고도 채무조정을 받을 수 있는 ‘주택담보대출채권 채무재조정 프로그램’에 담긴 숨은 의미를 이 같이 짚었다.

서울회생법원은 최근 신용회복위원회와 손을 잡고 이 프로그램의 시범 실시에 나섰다. 이 제도를 이용하면 기존 개인회생에서 어쩔 할 도리가 없었던 주택담보대출 채무를 신용회복위원회를 통해 조정할 수 있다. 그동안 개인회생 제도는 신용대출만 채무조정 대상으로 삼아 주택담보대출이 있는 경우 담보잡힌 집이 경매에 넘어가는 게 보통이었다. 이러면 채무자가 월세를 전전하다 주택담보대출 이자비용보다 더 높은 주거비용은 비용대로 지불하고 집이 없는 불안정한 상태에서 변제계획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는 일이 많았다.

이 제도 도입의 기본 아이디어를 내놓은 이가 바로 정 수석부장판사다. 그는 국내 최고의 회생·파산 전문가 중 한 명으로 손꼽힌다. 개인 및 기업 도산이라는 개념도 익숙지 않았던 IMF 경제위기 전후 1996~1997년 당시 서울지방법원 민사수석부에서 한보그룹 등의 회사 정리 절차를 맡았다. IMF의 권고에 따라 법원 관계자들이 선진 도산 절차를 공부할 때도 해외에 나가 선진 제도를 익혔다. 이번 프로그램의 아이디어 역시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 때 미국에서 채무자와 채권자간 자율적 합의를 통해 폭락한 부동산의 성급한 담보권 실행을 막아 양쪽 모두의 피해를 줄인 ‘손실 경감 프로그램(loss mitigation program)’에 빚지고 있다.

그는 “종전 개인회생 실무에서는 법원에서 개인회생의 변제계획안이 인가되기 전에 아예 (담보로 잡은 집을) 경매를 부쳐 은행이 개인회생의 무담보채권자로 들어온 상태에서 개인회생 인가를 해줬다”며 “개인회생 입법취지에 맞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정 수석부장판사는 특히 이 프로그램이 채권자 입장에서도 기존 제도보다 더 손해보는 일이 아니라고 역설했다. 그는 “담보채권자 입장에서 보면 주택을 경매하면 감액돼서 팔리는 일이 많고 경매 비용도 내야 하지만 3년 정도의 이자를 받으면서 담보권 실행을 유예한 뒤 신규 약정이 지켜지지 않을 때 경매를 해도 늦지 않는다”며 “무담보 채권자도 기존 개인회생때보다 권리를 축소하지 않는다는 합의에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실제 이번 프로그램은 개인회생 최대변제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늘려 기존 개인회생보다 신용채권의 회수금액이 줄어드는 경우를 방지했다. 기존 회생제도는 채무자의 소득 중 생활비를 빼고 전부 빚 갚는데 쓰는 가용소득을 모두 신용대출 상환에만 사용했지만 이 프로그램은 가용소득 중 일부를 주택담보대출 이자를 갚는 데도 써야 한다. 그는 “채무자 입장에서 변제기간이 기존보다 늘어날 수 있어 채무자가 더 힘들어질 수도 있다”며 “반면 집을 지킬 수 있는 이점이 있으니 법원과 신용회복위원회에서 상담을 통해 본인에게 맞는지 잘 살펴보라”고 권고했다. 이번 프로그램은 부부합산 연소득 7000만원 이하이면서 집값이 6억원 이하인 주택의 실거주자만이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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