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대반격 하루만에 대형댐 폭파…美 “배후 모르겠다”

주민 2.2만명 홍수위험 처해..긴급대피령
민간인 생명 위협으로 제네바 협약 위반
전쟁 진행 방향·전후 전범문제 ‘소용돌이’
나토·EU 강력 규탄 “사실상 러시아 소행”
  • 등록 2023-06-07 오전 6:52:44

    수정 2023-06-07 오전 7:58:32

[이데일리 김상윤 박종화 기자]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이 본격화 된 지 하루 만에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 카호우카 댐이 폭파되면서 20여 개 마을이 홍수로 침수되고 마을 주민들이 대거 대피하고 나섰다. 양측은 폭파원인이 상대방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은 아직 배후를 단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 (사진=AFP 제공)
우크라 대반격 영향은? 美 “논하기에 너무 일러”

6일(현지시간)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정책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은 러시아 댐 폭발에 누가 책임이 있는지 평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와 협력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커비 조정관은 “폭발 당시 댐을 러시아군이 불법적으로 점거·통제하고 있었다”고 언급하면서도 “폭발이 의도적으로 발생했는지 판단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분명한 것은 이번 댐 폭발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피해가 상당할 것”이라며 “이번 폭발에 따른 대규모 홍수로 사망자가 발생하고 수천명이 대피했을 가능성이 있고, 미국은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현지에서 협력을 지속하겠다”고 했다.

이번 댐폭파에 따라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질의에 대해서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논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6일 오전 러시아 점령 지역인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 드니프로강의 카호우카 댐이 파괴됐다. 우크라이나 헤르손 주정부는 “5시간 안에 심각한 수위까지 물이 차오를 수 있다”며 인근 주민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러시아 관영통신사인 리아노보스티도 카호우카 댐 폭발로 헤르손 지역 14개 마을에 사는 주민 2만2000명이 홍수 위험에 처했다고 러시아 측 현지 책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1956년 지어진 노바 카호우카댐은 카호우카 수력발전소 시설의 일부로 수량 18㎦ 규모 저수지와 연결돼 있다. 자포리자 원전과 러시아군 점령지인 크림반도에 물을 공급하고 있다. 댐이 있는 카호우카 지역은 지난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하면서 러시아군에 점령됐다. 카호우카 댐은 흑해 핵심 항만인 헤르손과 러시아군 점령지를 잇는 유일한 교량 역할도 하고 있다.

6일 오전 카호우카 폭파로 우크라이나 헤르손 마을의 침수된 도로에서 한 주민이 자전거를 타다 멈춰 있다. 홍수가 발생하면서 20여 개 마을이 침수되고 대규모 대피령이 내려졌고, 전쟁 최전선 인근에서 인도주의적 재난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다. (사진=AFP)
우크라-러시아 서로 “네 탓”…나토·EU, 러시아 규탄

양측은 댐 파괴의 배후로 서로 상대를 지목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남부군 사령부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러시아 점령군이 카호우카(댐)를 폭파했다”며 “파괴 규모, 물의 속도와 양, 그리고 침수 가능성이 있는 지역이 명확해지고 있다”고 했다. 반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소행 또는 댐이 이전의 손상으로 스스로 터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로이터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측 모두 즉각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댐 파괴로 자포리자 원전이 위험에 빠진 상황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타스통신은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카호우카 수력발전소에 타격이 있었다는 보도를 인지하고 있으며, 현재 즉각적인 방사능 위험은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유럽은 즉각적으로 러시아를 규탄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유럽연합(EU)은 이날 카호우카 댐이 폭파된 것을 사실상 러시아 소행으로 규정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오후 트위터를 통해 “카호우카 댐 파괴는 수천 명의 민간인을 위험에 빠뜨리고 심각한 환경 파괴를 유발한다”며 “이는 러시아가 벌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잔혹성을 다시금 보여주는 잔인무도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샤를 미셸 EU 이사회(정상회의) 상임의장도 “민간 기반 시설 파괴는 명백한 전쟁범죄”라며 “러시아와 그 대리인(proxies)들에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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