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中企 외면 말라” 호소에도 귀 닫은 정치권

중소기업계, 중처법 헌법소원심판 청구
헌재 향해 “절박함 외면하지 말라” 되풀이
마지막 수 꺼냈지만…“국회 논의 바라”
중소기업·소상공인 절박한 목소리 들어야
  • 등록 2024-04-03 오전 6:03:00

    수정 2024-04-03 오전 6:03:00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중소기업인들의 절박함을 외면하지 말아 달라.”

중소기업계가 지난해부터 수백 번을 되풀이해온 말이다.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적용을 유예해 달라는 외침이다. 하지만 정쟁에 휩싸인 국회는 이를 외면했고 중소기업계는 결국 헌법재판소의 문을 두드리게 됐다.

중소기업계는 지난 1일 중처법의 위헌 여부를 가려 달라며 헌재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전국에서 제조·건설·도소매·어업 등 다양한 업종의 중소기업·소상공인 305곳이 청구인으로 참여했다.

헌법소원 심판 청구는 업계가 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카드다. 국회를 찾아 현장의 애로를 호소하고 법 시행 이후에도 권역별 결의대회를 열었지만 선거를 앞둔 정치권의 마음을 움직이지는 못했다.

이날 헌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중소기업인들은 어려운 경영 여건 속에서도 절박한 심정으로 중처법 유예를 외쳤지만 국회에선 제대로 된 논의조차 없었다”며 불만이 가득했다. 이들은 중처법이 사고 예방이라는 입법 취지와 다르게 사업주의 처벌에 방점이 찍혔다는 점 등 불합리한 대목도 조목조목 따졌다.

현장의 목소리는 중처법 적용을 회피하기 위함이 아니다. 중소기업 대다수가 만성적인 인력난과 재정난, 정보 부족으로 법 시행을 준비하지 못한 만큼 2년만 유예기간을 더 달라는 게 핵심이다. 업계는 2년 뒤 추가 유예를 요구하지 않겠다며 국회를 설득했지만 역시 통하지 않았다. 정부와 여당도 산업안전보건청 설치 등 야당의 요구 조건을 수용했지만 야당은 귀를 막았다.

이제 중처법의 운명은 헌재로 넘어갔다. 중소기업인들은 여전히 마지막 희망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헌법소원 심판 청구서를 제출하러 가는 길목에서도 이들은 “5월 국회 임기 종료 전까지 유예 논의가 이뤄지길 계속해서 바란다”고 했다. 21대 국회에는 아직 현장의 절박한 목소리에 귀 기울일 시간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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