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잘 키우고 싶지만…'돌봄공백' 놓인 발달장애 부부의 현실

발달장애인 가정 75% "자녀 있다"
양육 어려운 장애인부부…"또 다른 피해자"
"거점시설 통한 통합적·지속적 관리 필요"
  • 등록 2023-05-14 오후 2:12:12

    수정 2023-05-14 오후 2:24:21

[이데일리 이영민 수습기자] 어린이날을 앞두고 발달장애인 어머니가 세 살배기 딸을 2주간 방치해 경찰의 수사를 받게 된 사건으로 ‘돌봄 공백’이 드러났다. 이들 부부는 모두 발달장애인으로 아이를 잘 키우고 싶어도 어느 순간 판단력이 흐려지면 실제로 아이를 내버려두기도 하고, 학대 의심을 받는 게 현실이다. 사각지대가 드러난 만큼 정부가 발달장애인 부모의 자녀 양육을 종합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게티이미지)
14일 경찰에 따르면 어머니 A(35)씨는 지난 4월 20일부터 5월 3일까지 친정을 방문한다며 부산에 내려가 2주 동안 집을 비웠고, 30대 아버지 B씨 또한 지난 3일 만취해 귀가하지 않았다. 발달장애인 부부는 평소 육아에 어려움을 느껴 아이가 태어난 직후부터 돌봄 교사의 도움을 받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당시 돌봄 교사가 아이를 직접 자신의 집에 데려가 보호하고 장애인 복지관을 통해 경찰에 신고하며 아이는 무사했지만, 장애 부부의 ‘육아 공백’은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해당 가정은 지자체와 복지관의 지원을 받고 있었지만, 각 기관이 담당업무에만 집중하다 보니 체계적인 육아 교육을 받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주민센터는 한 달에 1번 10분가량 가구 상태를 확인하는 수준에 그쳤고, 아동복지시설의 복지사는 한두 달에 1씩 집을 찾아 아이의 심리와 건강을 살피고 부부와 면담했지만, 이들의 방임을 막을 순 없었던 것이다.

발달장애인의 자녀에 대한 돌봄 공백은 이들 부부만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 보건복지부의 ‘2021년 발달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발달장애인 5만3676명(21.3%)은 ‘결혼 경험이 있다’고 답했고, 이 중 절반 이상인 2만7482명은 배우자에게도 장애가 있었다. 결혼을 한 성인 발달장애인 중 75.2%는 ‘자녀가 있다’고 답했다.

발달장애 부부는 일상생활조차 쉽지 않은 탓에 자녀를 키우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미현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 교육지원팀 팀장은 “발달장애를 가진 부모는 일상생활 어려움에 자녀 양육의 과제까지 있어서 부모 둘이서 아이를 챙기기란 어려운 현실”이라며 “이 경우 부모가 방임으로 신고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김미옥 전북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발달장애인은 집을 비우는 행위가 아이에게 치명적일 수 있음을 몰랐을 수 있다”며 “부모도 또 다른 피해자”라고 짚었다.

전문가들은 발달장애인 복지서비스를 여러 기관에서 운영하는 대신 한 곳에서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게 효율적이며, 발달장애인 자녀에 대한 돌봄 공백을 채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용득 성공회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호주는 양육 단계별로 필요한 정보를 영상으로 만들어서 계속 제공하고, 부모가 콜센터로 질문하면 바로 대답하거나 관계자가 집을 방문한다”며 “한국도 거점기관에서 복지서비스를 연계하는 종합체계를 마련해 발달장애인 부모의 돌봄을 도와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성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은 “아동학대를 판단할 때 당시 상황과 부모의 장애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정부가 장애인 부모의 양육실태를 파악하고 돌발상황에서 언제든 전화로 방문지원을 받을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 [단독]2주간 3세 여아 방치…경찰, ‘발달장애인 엄마’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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