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삼성 긴장시키는 인텔 겔싱어의 배포…'34兆짜리 승부수'

"내가 합류한 후 인텔 전성기 도래"…자신감 넘치는 CEO
글로벌파운드리 인수 이후 '3위'로 시장 접수 시작
엇갈린 업계 시선…"이상적 인수"vs"시너지 글쎄"
삼성 넛크래커 위기 속…총수 부재에 투자 난망 우려
  • 등록 2021-07-18 오후 5:00:20

    수정 2021-07-18 오후 8:55:30

인텔의 최고경영자 팻 겔싱어.(사진=AP)
[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우리의 첫 노력은 다소 미약했습니다. 우리는 경쟁자들의 뒤에서 몸을 던지지 않았습니다.”

세계 최대 반도체회사인 인텔의 최고경영자(CEO) 팻 겔싱어(사진)는 다소 직설적이다. 쉽게 입에 올리기 어려운 과거 과오를 아무렇지 않게 언급한다. 그만큼 자신감이 넘치고 배포도 크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겔싱어는 “내가 인텔에 합류한 후 회사의 전성기가 도래했다”고 단언할 정도다. 그렇다고 그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 온 건 아니다. 지난 2월 CEO 등극 이후 어떻게 해야 인텔이 과거의 명성을 회복할지를 두고 노상 고민을 거듭해왔다고 한다.

넉 달 새 500억달러 투자 의지…3위로 파운드리 접수 드라이브

그런 면에서 최근 불거진 300억달러(약 34조2600억원)짜리 인텔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3위 글로벌파운드리 인수 추진설(說)은 갤싱어의 승부수로 보는 게 옳다. CEO 취임 한 달 만에 파운드리 시장 재진출을 선언하며 200억달러(약 22조6600억원)를 들여 미 애리조나주에 2개의 신규 반도체 공장을 짓겠다고 공개한 점을 고려하면 인텔은 이미 시장 접수를 목표로 한 게 명확하기 때문이다. 줄곧 “우리는 할 일이 많다”며 사업 다각화를 강조해온 겔싱어는 취임 이후 단 넉 달 새 500억달러를 쏟아붓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기도 하다.

올해 1분기 기준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대만 TSMC가 55%로 압도적 1위이며 삼성전자가 17%로 2위를 지키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국부펀드 무바달라 인베스트먼트가 대주주인 글로벌파운드리는 대만 UMC와 7%의 점유율로 3위권에서 경합 중이다. 만약 인텔이 글로벌파운드리 인수에 성공하면 단숨에 TSMC·삼성전자를 위협하는 단독 3위에 오르게 되는 셈이다. 시장에서 “글로벌파운드리는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의 시동을 거는 데 이상적인 후보”(로버트 W 베어드의 트리스탄 게라 애널리스트)란 관측이 나온 이유다.

게다가 글로벌파운드리는 고객사가 150여 곳에 달하는 만큼 인텔의 부족한 영업 역량을 메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매트 브라이슨 웨드부시 증권 애널리스트는 WSJ에 “글로벌파운드리는 인텔에 폭넓고 성숙한 능력을 더해줄 것”이라고 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인수 시너지 크지 않다”…300억달러 너무 비싸 지적도

반론도 만만찮다. TSMC·삼성전자와의 격차를 고려할 때 단기간 내 두 회사를 위협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데다, 인텔·글로벌파운드리 간 인수 시너지 효과도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적잖기 때문이다.

실제로 TSMC와 삼성전자가 5나노·3나노 선단공정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에 비해 글로벌파운드리는 12∼14나노급을 생산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인텔이 7나노 제품을 자체 생산하지 못해 TSMC·삼성전자에 맡겨야 하는 실정인 상황에서 2018년 10나노 이하 공정을 일찌감치 포기한 글로벌파운드리를 인수하는 게 어리석은 결정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인텔 측은 올 초 진행한 실적발표에서 “2023년 출시할 7나노미터 프로세서 대부분을 인텔 내부에서 제조할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실현 가능성은 아직 미지수다. 현재 인텔은 미 애리조나주에 지을 예정인 파운드리 공장에도 10나노 이하 미세공정 생산 라인을 갖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인텔의 인수합병(M&A) 역사상 최대 규모이자, 2015년 칩 제조업체 알테라 인수가(약 167억달러)의 거의 2배 규모인 300억달러를 글로벌파운드리 인수를 위해 지불하는 게 적절한지를 두고 논란이 일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삼성전자 입지 ‘촉각’…총수 부재에 투자 적기 놓칠라 우려

시선은 삼성전자의 향후 입지로 몰린다. 인텔의 글로벌파운드리 인수가 현실화할지, 만약 현실화할 경우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할지 등의 변수가 많지만, 현재로선 삼성에 부정적 전망이 다소 우세하다. TSMC의 거센 질주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또 다른 거대한 경쟁자의 등장은 속이 탈 수밖에 없는 처지로 몰릴 수 있는 탓이다. 자칫 일종의 ‘넛크래커’에 낀 신세가 될 수도 있다.

TSMC의 올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8% 증가한 132억9000만달러(약 15조1600억원)를 기록, 역대급 실적을 써냈다. 삼성전자가 같은 기간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 부문 매출이 5조원 내외에 그쳤을 것이란 예상에 비춰, 삼성이 2030년까지 TSMC를 따라잡고 ‘시스템 반도체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는 점점 멀어지는 양상이다. 안진호 한양대 신소재과학부 교수가 “인텔이 글로벌파운드리를 인수하고 투자를 늘리면 삼성전자·TSMC 모두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지만, 마켓 안정성면에서 입지가 약한 삼성전자가 더 큰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봤다.

삼성전자가 미국에 20조원(170억달러)을 들여 건설할 제2 파운드리 공장의 부지 선정이 시장의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경쟁자의 공세가 커지는 상황에서 유력 후보지인 텍사스주 오스틴에 이어 텍사스주 내 인근 테일러가 새 후보지로 등장하는 등 삼성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가뜩이나 총수 부재 상황까지 겹친 점도 이 같은 걱정을 키우는 배경이다. 안 교수는 “반도체는 투자집약적이어서 투자를 하지 않으면 죽는다”며 “삼성은 전략을 가지고 투자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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