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배터리 데이' 별 것 없었다?…우리가 놓친 것들

박철완 교수와 함께 되짚어본 '배터리 데이'
배터리 4680, 테슬라만의 길 선언
제로 베이스서 규격·공정·활물질 혁신
가까운 시일 내 따라잡긴 쉽지 않아
  • 등록 2020-10-06 오전 11:01:00

    수정 2020-10-07 오전 11:09:59

테슬라 배터리데이, 별거 없었다...우리가 놓친 것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블록버스터급 기술 도약과 달리 몇 가지 점진적 기술 개선책만 제시했다.”(블룸버그통신)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미뤄진 뒤 지난달 23일(한국시간) 열린 테슬라의 ‘배터리 데이’엔 혹평이 난무했다. 국내 배터리업계에서도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일론 머스크(오른쪽·Elon Musk)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2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공장에서 열린 배터리 데이에서 ‘4680’ 배터리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테슬라 영상 캡처)
하지만 그렇게 실망만 가득할 내용뿐이었을까. 분명 혁신적이었고 배터리 업계를 위협할 만한 내용이라고 평가하는 전문가도 있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가 그렇다. 박 교수는 산업통상부 산하 차세대전지이노베이션 센터장, 차세대전지성장동력사업단 총괄간사 등을 역임했으며 한국전지학회·탄소학회 이사를 지낸 배터리 전문가다.

그는 5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테슬라가 배터리 데이에 “손에 잡힐 수 있지만 가까운 시일 내 흉내낼 수 없는 혁신”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박 교수와의 일문일답으로 배터리 데이 내용을 다시 톺아봤다.

외모만 바꿨다? 속까지 다 바꿨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 (사진=이데일리DB)
-테슬라가 새로운 배터리 셀(배터리의 기본 단위) ‘4680’을 공개했다. 종전 소형 원통형 배터리 ‘18650’ ‘21700’과 어떻게 다른가.


△앞 두 자리 숫자는 지름을, 뒤 두 자리 숫자는 높이를 말한다. 여기에 하나 더 0을 붙이면 원통형 배터리라는 의미로, 자동차 열쇠 등에 들어가는 납작하고 동그란 코인형 배터리와 구분 된다.

그럼에도 테슬라는 0을 붙이지 않고 4680이라고 이름 지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배터리 규격을 모를 리 없다. 테슬라의 4680이란 배터리 상품 코드를 새로 만들었고, 사실상 다른 기술임을 선언한 것으로 보인다.

-겉으로 보기엔 크기만 커진 것인데 기존 배터리와 어떤 차이가 있나.

△4680은 21700보다 부피가 5배 큰데 종전 설계를 유지했다면 출력이 크게 떨어지고 열적 특성도 나빴을 것이다. 하지만 테슬라는 원점(zero base)에서 전면 재검토해 4680을 ‘뼈를 깎는 성형’ 수준으로 개조했다. 소재와 코어셀 구조가 전혀 다르다.

일례로 테슬라는 전원 공급 장치와 배터리를 연결하는 ‘탭’(tap)을 없앴다고 했지만 ‘신형 탭 구조’를 채택했다. 배터리 데이에 공개한 사진을 보면 음극 쪽에 무수하게 접힌 부분이 사실상 탭 역할을 담당하며 열을 분산시키고 높은 출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 배터리 제조사가 테슬라 4680을 호환할 ‘46800’을 개발하려면 새로 투자해 다시 시작해야 한다. 기존 원통형 배터리 기술로 4680 성능을 맞출 수 있을지도 의문인 데다 중대형 파우치형 세계 1위인 우리나라 제조사는 생산라인 양산에 대규모 투자해 여력이 없다.

테슬라가 배터리 데이에 공개한 배터리 ‘4680’의 단면. (사진=테슬라 영상 캡처)
-배터리 4680의 제조공정은 어떻게 바뀌나.

△모든 것은 고속 양산 공정에 집중돼 있다. 특히 배터리 전(前)공정에서 쇄신을 꾀했다. 값비싼 고열 공정 대신 맥스웰 테크놀로지의 건식 전극공정(DBE)을 적용하고, 하이바시스템의 고속 전해질 주입 공정을 도입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를 두고 머스크는 윤전기의 인쇄(printing)와 유리병에 채워넣기(bottling) 공정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후(後)공정의 경우 크게 바뀌진 않았지만 최상의 자동화 공정을 적용했고 소형 원통형 배터리의 최대 약점인 채널 인프라 구축 문제도 최소화했다.

혁신, 배터리 4680만 있는 것은 아니다

테슬라가 고속 양산 공정을 구상하는 데 영감을 받았다고 표현한 윤전기 인쇄와 유리병 음료 주입 공정. (사진=테슬라 영상 캡처)
-배터리 내 양극 활물질(배터리 내 전기를 일으키는 반응을 담당하는 물질)에서 기대했던 혁신이 없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테슬라는 양극 활물질 분야에서 1~3단(tier) 전략 가운데 내재화 전략만 발표했다. 1단 리튬인산철(LFP)의 경우 내재화 대상이 아니어서 자세한 언급이 없었고, 3단 하이(high) 니켈의 경우 다른 배터리 제조사와 크게 차이 없지만 제조공정 자체를 혁신했다.

주목할 부분은 2단, 즉 니켈-망간 기반의 이원계 양극 활물질 전략이다. 종전 NCM(니켈·코발트·망간) 삼원계가 아니라 값비싼 금속인 코발트를 제외해 니켈 3분의 2, 망간 3분의 1을 쓰는 식이다. 하이니켈계 배터리보다 니켈 함량이 낮아 같은 니켈 양으로도 배터리를 더 많이 만들 수 있다. 성능만 확보된다면 삼원계보다 파괴력이 클 것으로 보인다.

고성능·특수 전기차엔 하이니켈계 배터리를 탑재하되, 판매량 대부분을 차지할 모델S·X·3·Y엔 코발트 없는 ‘미드’(mid)-니켈 이원계 배터리로 대체한다는 장기 로드맵으로 풀이된다.

-음극 활물질로 실리콘 채택 비중을 높이겠다는 발표는 어떻게 평가하나.

△리튬이온 배터리의 난제는 음극 활물질이다. 음극 활물질은 양극 활물질보다 난이도가 높은 데 비해 원재료비가 낮아 경시됐지만 진짜 기술력을 보여줬다. 테슬라는 ‘초저가 신형 음극 활물질’로 실리콘을 내세웠다. 신형 실리콘계 음극 활물질이 (현재 널리 쓰이는) 흑연계 음극 활물질과의 혼합백분위가 기존 기술보다 높다고 주장한다. 2023년 4680 배터리에 일차적으로 하이(high) 실리콘계 음극 활물질을 구현할지가 관건이다. 성공한다면 성능 향상이 극적일 것이다.

-또 다른 혁신이 있다면 무엇이 있나.

△테슬라는 배터리 내재화 로드맵을 그리며 전공정 속도를 종전 대비 10배 앞당긴 데서 나아가 ‘Cell Vehicle Integration’(배터리 셀과 차량의 통합)을 제시했다.통상 배터리는 셀→모듈→팩을 거쳐 팩 형태로 전기차에 탑재되는데, 모듈 단계를 생략한 배터리 팩 자체를 섀시 일부로 탑재하는 방식이다. 중국 CATL이 내놓은 CTP(Cell To Pack) 기술에서 한 단계 향상된 CTC(CTP to Chassis)인 셈이다.

테슬라가 제안한 CTC가 현실화한다면 차량 섀시 관련 소재 제조사와 자동차 제작사는 장기 전략을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미드 니켈 이원계 배터리를 탑재한 CTC 플랫폼 전기차가 하이 니켈 삼원계 배터리를 탑재한 일반 전기차가 맞수가 될 수도 있다.

10년 후 3TWh 생산? “가능하다”

(사진=테슬라 영상 캡처)
-배터리 4680을 언제쯤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나.


△이번 배터리 데이의 핵심은 ‘새롭게 설계된 테슬라형 4680’의 고속 생산 혁신 공정이다. 신형 양·음극 활물질 없이 기존 소재만으로 이미 양산 검증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당장 개선된 활물질을 적용하지 못하더라도 2년 안에 기존 소재로 양산한 후 차근차근 개선한 소재를 적용해도 충분하다. 일각에선 4680 양산 가능성이 낮다고 일축하지만 내년 하반기 생산할 플레이드(Plaid) 모델S에 4680을 채용하고자 실험실(lab)이 아닌 이미 양산 단계에서 검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2030년 배터리 3TWh를 생산하겠다는 로드맵을 내놨는데 실현 가능성이 있나.

△머스크는 공정 혁신을 설명하면서 배터리 20GWh를 만드는 데 하나의 생산라인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현재 150GWh급 기가팩토리보다 좀 더 작은 테라팩토리 3개만 있어도 된다는 얘기다. 10년 안에 18650·21700 기가팩토리를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4680 테라팩토리 3개를 만드는 것은 가능하다고 본다. 다만 테슬라 단독으로 생산하기엔 시간이 더 걸릴 수 있고, 파나소닉과 같은 원통형 배터리 명가가 함께 한다면 조기 달성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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