쪄뜨샤? 황정민 "쪄리가 뜨거운거 확…"[이연호의 신조어 나들이]

'쪄뜨샤'-'쪄 죽어도 뜨거운 물로 샤워'...한여름에도 온수로만 샤워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한겨울에도 얼음 커피만 고집
'얼죽코'-'얼어 죽어도 코트'...한겨울에도 코트만 입는 멋쟁이들 패션
  • 등록 2023-06-07 오후 2:34:31

    수정 2023-06-07 오후 2:34:31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편집자 주] 언어의 특성 중 역사성이라는 것이 있다. 언어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생성, 소멸, 변화의 과정을 겪는 것을 가리켜 바로 ‘언어의 역사성’이라고 한다. 언어의 역사성에 기반한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바로 신조어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매일같이 넘쳐나는 신조어의 세상 속에서 살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 같은 신조어들이 다양한 정보기술(IT) 매체를 통한 소통에 상대적으로 더욱 자유롭고 친숙한 10~20대들에 의해 주로 만들어지다 보니, 그들과 그 윗세대들 간 언어 단절 현상이 초래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젊은층들은 새로운 언어를 매우 빠른 속도로 만들어 그들만의 전유물로 삼으며 세대 간 의사소통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기성세대들도 상대적으로 더 어린 세대들의 언어를 접하고 익힘으로써 서로 간의 언어 장벽을 없애 결국엔 원활한 의사소통을 꾀하자는 취지에서 연재물 ‘이연호의 신조어 나들이’를 게재한다.

사진=tvN 예능 프로그램 ‘유퀴즈 온 더 블록’ 방송 화면 캡처.
◎다음 < > 속 민재와 영훈의 대화에서 (_)에 들어갈 가장 적절한 신조어는?

<민재: 아 이제 여름이라고 운동 얼마 안 했는데 땀이 많이 나네.

영훈: 그러게. 같이 샤워하고 가자.

민재: 샤워장에 온수 나오나?

영훈: 여름에 온수는 왜? 설마 너 (_)?

1)피나치공 2)얼죽코 3)쪄뜨샤 4)제곧내

정답은 3번 ‘쪄뜨샤’이다.

‘쪄뜨샤’는 ‘쪄 죽어도 뜨거운 물로 샤워’의 줄임말이다. 한여름 일 최고 기온이 35도 안팎까지 오르는 무더위에도 땀을 씻어 내는 샤워는 오직 뜨거운 물만 고집하는 사람들이 있다. 숨이 턱턱 막히는 찜통 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뜨거운 물 샤워만 하는 이들의 성향을 바로 ‘쪄뜨샤’라고 한다.

이들의 샤워 시 수온의 최후 타협점은 따뜻한 느낌이 있는 미지근한 물이며, 절대 차가운 기운이 느껴질 정도의 물이어선 안 된다. 이들은 여름에만 한시적으로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일종의 팬덤을 형성하기도 하는데, 한여름 역대급 폭염이 지속될 경우 이들 사이에선 웃지 못할 ‘변절자 논란’이 불거지기도 한다.

“오늘 탈덕(푹 빠져서 좋아하던 것을 그만두는 일)할게요”, “9월까지 휴덕(푹 빠져 좋아하던 것을 쉬는 일) 할게요”, “변절자들 멀리 안 나간다” 등의 글들이 커뮤니티에 뒤섞이며 농담을 주고받는 식이다. ‘쪄뜨샤’와 같은 의미를 지니는 말로는 ‘쪄죽따’도 있다. 이는 ‘쪄 죽어도 따뜻한 물로 샤워’의 줄임말이다.

예능 프로그램 등에서 자신만의 기발한 신조어 해석법으로 화제를 모으는 배우 황정민은 지난 2021년 8월 방송된 tvN 예능 프로그램 ‘유퀴즈 온 더 블록’에서 신조어 ‘쪄뜨샤’의 뜻을 묻는 MC 유재석의 질문에 “쪄리(저리) 가 뜨거운 거 확…”이라고 답해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안겼다.

‘쪄뜨샤’와 반대로 한겨울에도 차가운 커피만 마시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의 취향을 가리켜 ‘얼죽아’라고 한다. ‘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아이스 커피)’의 준말인 ‘얼죽아’는 ‘쪄뜨샤’와는 정반대의 경향으로 취향 팬덤 양대 산맥을 이룬다.

‘얼죽아’인 사람들에겐 더운 여름이든 추운 겨울이든 상관없이 커피는 오로지 얼음이 담겨 있어야 커피다. 꽁꽁 언 손을 비비면서 서둘러 카페에 들어서며 몸이 채 녹기도 전에 ‘아이스 아메리카노 주세요’라고 외친다면 당신은 의심할 여지없는 ‘얼죽아’인 것이다. 반면 한여름에도 뜨거운 아메리카노만 찾는다면 그 사람은 ‘뜨죽따(뜨거워 죽어도 따뜻한 커피)’의 취향을 가진 사람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선호하는 패션과 관련한 신조어도 있는데 ‘얼죽코’가 바로 그것이다. 이 말은 ‘얼어 죽어도 코트’의 줄임말로, 한겨울 살을 에는 듯한 추위에도 멋을 부리기 위해 패딩점퍼가 아닌 얇은 코트를 고집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거위털이나 오리털 등의 보온재를 누벼 만든 점퍼인 패딩점퍼는 따뜻하지만 몸이 부해 보여 멋을 중시한다면 애로 사항이 있을 수 밖에 없는데, 멋을 위해 과감히 추위를 견디는 멋쟁이들의 패션 방식이 바로 ‘얼죽코’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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