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해외직구 ‘극단선택 키트’로 4명 사망…경찰도 몰랐다

경찰청 인터폴, 캐나다 공조요청에 국내 수사
아질산나트륨 섞인 키트, 해외직구 후 모두 숨져
해외사이트 판매 중단…국내 손쓸 방법 없어
“정부, 해외직구 차단 등 적극적 후속조치해야”
  • 등록 2023-05-24 오후 3:27:59

    수정 2023-05-24 오후 7:19:51

[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캐나다에서 극단적 선택을 돕는 일명 ‘자살 키트(kit)’를 판매한 50대 남성이 붙잡힌 가운데, 한국인 4명도 해외 직접구매를 통해 이 키트를 구매한 걸로 파악됐다. 인터폴을 통해 캐나다 경찰의 공조 요청을 받은 경찰은 한국에서 키트를 배송받은 구매자들의 신변을 파악해 수사에 착수했지만, 안타깝게도 모두 숨진 후였다.

(사진=게티이미지)
24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이달 캐나다 인터폴의 수사 공조 요청과 함께 한국으로 배송된 자살 키트 트래킹넘버 4개를 전달 받았다. 트래킹넘버(Tracking Number)란 국내 ‘운송장 번호’와 비슷한 해외 쇼핑몰의 택배번호다.

경찰 조사 결과 키트를 구매한 한국인은 총 4명으로, △서울 관악구 1명 △강남구 1명 △지방 2명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은 짧게는 2개월 전, 길게는 1년 전 배송을 받았더라”며 “확인해보니 모두 불행한 결과로 이어져 있었다”고 했다.

서울 관악구에서 숨진 채 발견된 20대 여성 A씨는 지난 3월, 강남구에서 발견된 B씨는 지난해 8월 각각 키트를 배송 받았다. A씨의 경우 관악경찰서에서 당시 현장에서 유서와 아질산나트륨 가루 등을 발견, 타살 혐의점이 없다고 판단하고 사건을 종결했다. 경찰 관계자는 “검안 소견만 진행했고 부검은 하지 않았다”며 “A씨는 평소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고 밝혔다. 나머지 2명도 키트를 배송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 키트를 사용해 극단 선택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죽음을 부른 이 키트는 케네스 로(57)라는 남성이 직접 웹사이트를 만들어 판매한 것으로, 이 남성은 현재 캐나다에서 자살 방조 혐의로 경찰에 붙잡혀 조사를 받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이 남성은 이 사이트를 통해 키트 약 1200개를 일본, 캐나다, 미국, 영국, 프랑스, 핀란드 등 40개국에 팔았다. 사이트는 현재 폐쇄된 상태로, 구성품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아질산나트륨 가루가 포함된 걸로 전해진다.

아질산나트륨은 소시지, 햄의 붉은색을 유지하기 위해 극소량 사용되는 식육가공품의 보존제 및 발색제로, 아직 국내외에서도 극단적 선택의 수단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물질이다.

극단 선택 키트를 판매하다 붙잡힌 케네스 로(사진=BBC)
미국에선 지난해 10월 최대 전자상거래 사이트에서 아질산나트륨 등이 포함된 ‘자살 키트’를 판매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아질산나트륨과 구토 방지 약물, 사용설명서, 저울 등으로 구성된 키트는 사이트에서 약물 등을 검색하면 다른 물품을 자동 추천해주는 방식으로 2018년부터 판매된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의 부모들이 연이어 아마존을 상대로 소송을 걸면서 아마존에선 자체적으로 조치를 취해 판매를 중단했다.

경찰은 조만간 캐나다 인터폴에 키트 구매자 4명에 대한 수사 결과를 통보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아질산나트륨을 이용한 추가적인 극단 선택을 막기 위한 후속조치가 필요하나, 경찰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범죄 혐의점이 확실하지 않으면 아질산나트륨을 파는 사이트의 제재 조치, 관련 수사를 하기 어려워 보건복지부와 같은 관련 부처가 먼저 움직여줘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는 극단적 선택 사례가 계속해서 증가하는 만큼 당국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해당 키트를 구매해서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진 사실이 명확한데 (판매 사이트 등) 제재 조건이 붙는 건 말이 안된다”며 “우울증갤러리도 결국 자율규제로 결정 나면서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게 됐는데, 아질산나트륨의 해외 직구를 막거나 모니터링 하는 등 정부기관의 후속조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또 우승!!!
  • 물속으로
  • 세상 혼자 사는 미모
  • 힘 있게 한방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