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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적으로, 특정 국가들 간의 관계에 대해 제3국이 왈가왈부하는 것 자체가 외교적으로 부적절한 처사다. 아무리 UAE 현지 부대 장병들을 격려하는 차원의 말이었다고 해도, 윤 대통령의 발언이 실언인 것은 자명하다.
나아가 UAE와 이란이 적대관계가 맞는지조차 의견이 갈리고 있다. 외교부는 공식 입장을 함구하고 있지만, 지난 10일 외교부 홈페이지에 공개된 `2023 UAE 개황` 문서에는 UAE와 이란과의 관계를 정리한 내용을 찾을 수 있다. ‘영유권 분쟁 등으로 이란을 최대의 잠재적 위협으로 인식하면서도 실리적 경제 관계를 구축하며 양국 관계를 관리해 나가는 중’이라는 게 문서의 설명이다.
물론, 이란의 반응이 과도한 것도 인정해야 한다. 미국의 제재에 따른 동결 자금 문제가 얽힌 이란이 윤 대통령의 발언을 트집 잡아 우리나라를 압박하려는 의도가 뻔히 보인다. 우리나라가 꼬투리를 잡힌 모양새이지만, 외교 채널을 가동한 우리 당국이 이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이란과 물밑 소통을 하고 있다.
양국이 수교 60년이 넘은 사이인 만큼, 이번 일로 인해 극단적인 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는 게 외교가의 중론이다. 지금은 `외교의 시간`이며 우리 외교 당국이 현명하게 해결할 때까지 신중하게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진정 국익을 위한다면, 그리고 이번 사태가 외교적 문제로 비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정치권이 불필요한 말을 재생산하는 일을 삼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