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와 금융불안 사이 절충…파월 은행위기發 침체 시사

美 기준금리 4.75~5%로 0.25%p 인상
파월 "연착륙 가능성 거론 성급해"
은행 위기發 경기 하강 가능성 시사
월가 "비둘기파적인 기준금리 인상"
  • 등록 2023-03-23 오후 5:29:12

    수정 2023-03-23 오후 7:23:50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비둘기파적인 기준금리 인상’(dovish hike).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22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예상대로 금리를 4.75~5.00%로 25bp(1bp=0.01%포인트) 인상하자, 월가에서는 이같은 반응이 나왔다. 인플레이션 통제 기조를 내팽개칠 수 없는 만큼 일단 인상에 나섰지만, 그 속내는 은행권 위기 탓에 복잡하다는 것이다. 제롬 파월 의장은 은행권 위기로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경기가 둔화할 가능성을 직접 거론했고, 월가는 이미 연내 금리 인하 쪽으로 기울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22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AFP 제공)


파월 “이번에 금리 동결도 검토”

연준이 이날 오후 2시 내놓은 성명서와 점도표부터 비둘기파 색채가 짙었다. 이번달 연준 점도표를 보면, FOMC 위원 18명 중 과반 이상인 10명이 올해 최종금리 수준을 5.00~5.25%로 예상했다. 연준이 경제전망을 통해 내놓은 최종금리는 5.1%다. 직전인 지난해 12월 당시 수치와 같고, 월가 예상치(5.375%)보다는 낮다. 오는 5월 FOMC 때 한 차례만 더 인상한 후 동결 기조를 유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연준은 성명서를 통해서도 ‘지속적인 금리 인상’(ongoing increases) 문구를 삭제했다. 인상 국면에 막바지에 다다랐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최근 은행권 줄도산 위기를 감안한 것으로 읽힌다.

연준은 그 연장 선상에서 올해 개인소비지출(PCE) 인플레이션 상승률 예상치를 석 달 전 3.1%에서 3.3%로 올렸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물가 전망치는 3.5%에서 3.6%로 높여 잡았다. 추후 긴축 강도가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을 간접 시사한 것이다. 연준은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0.5%에서 0.4%로 하향했다.

파월 의장이 등장한 오후 2시30분 기자회견 역시 분위기는 비슷했다. 그는 이전 FOMC와 다를 바 없이 수차례 인플레이션 우려를 거론했다. 그는 지난 FOMC 때 언급한 디스인플레이션에 대한 질문을 받고서는 “상황은 똑같고 근원물가가 더 낮아지는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며 “물가 안정 없이는 경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통화정책 기조는 인플레이션 대응이 첫 번째라는 의미다. 그는 시장 일부에서 나오는 연내 금리 인하설을 두고서는 “시장이 그렇게 예상한다면 잘못 알고 있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다만 기자회견 초반부터 “이번에 금리 인상 중단을 고려하기는 했다”며 갑작스러운 은행권 위기 이후 고민이 컸음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파월 의장은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에 대해서는 “예외적인 사례”라며 “경영진의 심각한 경영 실패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은행 시스템 전반에 있는 리스크가 아니다”라면서 “미국 은행 시스템은 건전하고 유동성은 충분하며 지난 일주일을 보면 은행 예금 흐름은 안정화했다”고 설명했다. 파월 의장은 또 “은행 시스템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며 “은행 위기를 막기 위해 더 강력한 감독과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융 시스템 리스크는 당국 차원에서 충분히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그러나 은행권 위기로 인한 경기 악영향 가능성은 우려했다. 중소형 은행을 위주로 대출 요건 강화와 대출 감소로 이어져 경제 활동 전반을 제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파월 의장은 경기 연착륙 가능성에 대해 “지금 말하는 것은 너무 성급하다”면서 “최근 일련의 사건들이 없었다면 연착륙 가능성이 컸겠지만 그 가능성이 얼마나 변화했는지 말하기 어렵다”고 불확실성을 토로했다. 파월 의장은 이전 FOMC 때만 해도 연착륙을 두고 강한 자신감을 보였는데, 당시와는 발언 톤 자체가 달랐다.

월가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 커”

월가는 이날 FOMC를 두고 파월 의장이 비둘기파에 기울었다고 보고 있다. 투자회사 에드워드 모야 수석시장분석가는 “엄청난 불확실성이 지속하고 있다”며 “이는 연말 금리 인하 기대를 정당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오후 현재 시장은 7월 FOMC 때 연준이 금리를 4.50~4.75%로 내릴 것이라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이후 올해 말에는 4% 초중반대까지 내릴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예상이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앤드루 헌터 이코노미스트는 “은행권 위기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연준 예상보다 더 나쁠 수 있다”며 “연준은 최근 혼란이 경제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이미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BC는 “연준의 긴축 사이클 종료가 가까워지고 있다”며 “이번 비둘기파 어조는 FOMC 위원들이 과도한 긴축 위험을 더 생각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도이치방크는 “현재 연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최근 은행권 위기로 인해 신용 여건이 빡빡해졌다는(타이트해졌다는) 점”이라고 했다.

이에 뉴욕채권시장은 강세를 보였다(국채금리 하락). 연준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 2년물 국채금리는 전거래일과 비교해 23bp 이상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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