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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외교부가 보여온 행보에 피해자들은 실망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외교부가 피해자들의 권리구제와 명예회복에 힘쓰기보다는, 사안의 조속한 해결에만 매몰된 것 같은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앞서 외교부는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의 국민훈장 모란장 서훈 절차 과정에서 부처 간 사전 협의가 필요하다며 행정안전부에 의견을 냈고, 결국 서훈을 보류시켰다. 일본 전범 기업 재산을 강제로 매각하는 법적 절차와 관련, 대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하면서 일본의 눈치를 보는 게 아니냐는 비판에 휩싸였다.
피해자와 유족들은 이미 감정이 상한 상황에서, 원하는 해법마저 보장받을 수 없다는 좌절감에 빠진 상태다. 당국의 대화 신청에 적극적으로 응하기 어려운 이유다. 그렇다고 피해자들을 배제한 합의는 안 된다. 과거 2015년 위안부 합의를 되풀이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당국이 직접 피해자 측과 접촉을 시도하는 건 고무적인 일이다. 일본과의 협의 과정을 상세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과정은 있어야 한다. 피해자 측이 가진 오해를 풀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그나마 생존자들이 남아 있을 때 한 명이라도 더 찾아가는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 강제징용 문제의 해법은 한일 정부간 합의보다 피해자측의 마음을 얻는 것이 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