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피해자 만난다는 당국…`신뢰 회복`이 우선[기자수첩]

외교부, 대리인단 등 입회 하 피해자·유족 측 접촉 방침
양금덕 서훈 보류·대법원 의견서 제출 등 피해자 신뢰 잃은 정부
피해자 측 오해 풀 수 있는 만남 되도록 해야
  • 등록 2023-02-02 오후 5:06:27

    수정 2023-02-02 오후 7:38:07

[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일제 강제징용 피해 배상 문제 해결에 나선 외교당국이 조만간 피해자 측을 만나 직접 설득하고 소통하겠다는 방침이다. 피해자 측은 대화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선 외교부가 여태 무너뜨렸던 신뢰부터 회복하는 게 급선무다.

그간 외교부가 보여온 행보에 피해자들은 실망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외교부가 피해자들의 권리구제와 명예회복에 힘쓰기보다는, 사안의 조속한 해결에만 매몰된 것 같은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앞서 외교부는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의 국민훈장 모란장 서훈 절차 과정에서 부처 간 사전 협의가 필요하다며 행정안전부에 의견을 냈고, 결국 서훈을 보류시켰다. 일본 전범 기업 재산을 강제로 매각하는 법적 절차와 관련, 대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하면서 일본의 눈치를 보는 게 아니냐는 비판에 휩싸였다.

지난달에는 정부가 공개토론회를 통해 `제3자 변제` 방안을 제안했으나, 피해자 측이 극렬히 반발하면서 집단행동까지 나서기도 했다. 피해자 측은 일본의 직접적인 사과와 미쓰비시중공업 등 전범 기업의 배상금 지급이 근본적인 해법이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양국 간의 입장은 여전히 평행선이다.

피해자와 유족들은 이미 감정이 상한 상황에서, 원하는 해법마저 보장받을 수 없다는 좌절감에 빠진 상태다. 당국의 대화 신청에 적극적으로 응하기 어려운 이유다. 그렇다고 피해자들을 배제한 합의는 안 된다. 과거 2015년 위안부 합의를 되풀이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당국이 직접 피해자 측과 접촉을 시도하는 건 고무적인 일이다. 일본과의 협의 과정을 상세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과정은 있어야 한다. 피해자 측이 가진 오해를 풀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그나마 생존자들이 남아 있을 때 한 명이라도 더 찾아가는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 강제징용 문제의 해법은 한일 정부간 합의보다 피해자측의 마음을 얻는 것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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