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소송 자격 없어"…헌재, 법무부 ‘검수완박’ 권한쟁의 각하(종합)

검사 수사권 축소 권한쟁의 심판 청구 각하
재판관 5대4…법무부 장관 심판 청구 자체가 부적법
이선애 등은 반대…"절차와 내용 모두 헌법상 한계 일탈"
한동훈 장관 “헌재 결정 공감 어려워 유감”
  • 등록 2023-03-23 오후 6:44:10

    수정 2023-03-23 오후 6:44:10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헌법재판소가 법무부와 검찰의 검사 수사권 축소에 관한 ‘검수완박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권한쟁의를 각하했다. 특히 수사권·소추권을 직접적으로 행사하지 않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청구인적격이 없다며, 청구 요건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청구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무부 측 법률대리인인 강일원 변호사가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에 대한 권한쟁의심판 선고를 마친 뒤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헌법재판소는 23일 서울 종로구 대심판정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검사 6명이 국회의장을 상대로 낸 검사의 수사권 축소 등에 관한 권한쟁의 심판 청구 사건에서 재판관 5대4 의견으로 각하 결정했다.

검찰청법 일부개정법률안과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지난해 4월 30일과 5월 3일에 각각 국회를 통과했고 9월 10일부터 시행됐다.

개정 검찰청법은 검찰이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위를 기존 6대 범죄(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부패·경제)에서 2대 범죄(부패·경제)로 축소하고 수사 개시 검사가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다.

개정 형사소송법은 경찰에서 송치받은 사건은 해당 사건과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만 수사할 수 있도록 보완수사 범위를 축소했다. 별건사건 수사 금지, 고발인 이의신청권 배제 조항도 포함됐다.

법무부와 검찰은 검수완박법으로 인해 헌법에 보장된 검사의 수사권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하고, 국민 보호에 공백이 생기는 등 기본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내용이 담겼다며 작년 6월에 국회의장을 상대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국회 측은 헌법상 검사의 수사권과 소추권을 보장한다는 명시적 규정이 없는 만큼 수사의 주체나 권한 범위는 국회가 시대 상황에 따라 입법정책적으로 결정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헌재는 심판 청구 자체가 부적법해 사건에 대해 판단하지 않는다며 각하했다. 유남석·이석태·김기영·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이 각하 의견을 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법률개정행위는 검사의 권한을 일부 제한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으므로, 수사권·소추권을 직접적으로 행사하지 않는 법무부 장관은 청구인적격이 없다”고 했다.

또 검사들의 청구에 대해서도 “국회가 입법사항인 수사권 및 소추권의 일부를 행정부에 속하는 국가기관 사이에서 조정·배분하도록 법률을 개정한 것으로, 검사들의 헌법상 권한침해 가능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검수완박) 법안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권한쟁의심판 선고일인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이 헌법재판관들과 함께 자리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다만 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 재판관은 반대 의견을 냈다. 우선 권한침해 확인 청구에 대해서는 4명의 재판관 모두 인용 의견을 냈다.

이들 재판관은 “이 사건 심판청구는 모두 적법하다”며 “이 사건 법률개정행위는 절차와 내용에 있어서 청구인들 가운데 검사들의 헌법상 소추권 및 수사권과 법무부 장관의 검사에 관한 관장 사무에 대한 권한을 각각 침해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선애 재판관은 “헌법상 기능적 권력분립의 관점에서, 이 사건 법률개정행위는 절차와 내용 모두에 있어 헌법상 한계를 일탈해 국가기관 상호간 협력과 통제의 관계를 광범위하게 훼손했다”고 강조했다.

법률 개정 행위에 대한 무효 확인 청구에 대해 이은애·이종석·이영진 재판관은 무효 확인이 아니라 취소해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이들 재판관은 “이 사건 법률개정행위의 법적 효력을 제거해 청구인들의 침해된 권한을 즉시 회복할 필요가 인정된다”며 “다만 개정 법률이 이미 집행된 경우의 법적 안정성과 위헌법률 심판과의 균형을 고려해 처분의 상대방인 개정 법률의 수범자에 대해 이미 생긴 효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무효를 확인하는 대신 그 행위를 취소해야 한다”고 봤다.

이선애 재판관은 보충 설명을 통해 “이 사건 법률개정행위는 국회의 입법관련 행위임에도, 손상된 헌법상 권한질서를 회복하기 위해 예외적으로 그 효력을 소멸시키는 형성적 결정을 할 수밖에 없다”며 “다만 헌법상 객관적 권한질서의 회복과 유지를 통한 국가기능의 원활한 수행에 적합하도록, 무효를 확인하는 대신 그 행위를 취소해야 한다”고 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사진=연합뉴스)
한편 헌재의 이러한 결정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공감하기 어렵다며 유감을 표했다.

한 장관은 이날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청사를 나서면서 취재진을 만나 “다섯분의 취지가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회기 쪼개기, 위장 탈당 입법을 해도 괜찮은 것처럼 들린다”며 “검수완박법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실질적인 판단을 안 하고 각하하는 등 국민 삶에 큰 영향을 미친 헌법적 질문에 대해 실질적 답을 듣지 못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소수의견을 낸 4명의 재판관에 대해서는 “위헌성을 인정해 검수완박 효력을 전적으로 부정한 점을 의미 있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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