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만에 세탁기 분해한 승준 군 "로봇공학자 꿈에 좋은 경험될 것"

국립과천과학관, 27일까지 '물건 뜯어보기 체험전' 개최
냉장고, 세탁기, 카메라 등 맘껏 분해하며 작동원리 이해
  • 등록 2019-01-16 오후 5:03:20

    수정 2019-01-16 오후 5:03:20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16일 오후 2시 국립과천과학관 중앙홀 1층. 경남 김해에서 방학을 맞아 부모와 함께 올라온 이승준(13), 이승호(8) 형제가 십수 년은 족히 돼 보이는 소형 삼성 전기세탁기 분해에 본격 돌입했다.

승준-승호 형제가 세탁기를 분해하고 있다. 사진=이연호 기자
이들 가족은 근처의 친척집에 놀러 왔다가 지난 15일부터 국립과천과학관에서 ‘물건 뜯어보기 체험전’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이날 행사장을 찾았다. 형제는 구형 세탁기 옆 테이블에 비치돼 있는 펜치, 니퍼, 전선 절단기, 드리이버 등의 각종 공구를 이용해 뚜껑부터 하나하나 해체에 들어갔다. 부품들이 속살을 하나씩 드러낼 때마다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과천과학관 직원들이 해당 부품의 이름과 기능, 작동 원리 등에 대해 친절히 설명해 줬다.

‘RPM’(회전하면서 일을 하는 장치가 1분동안 몇 번의 회전을 하는지 나타내는 단위)과 ‘토크’(물체에 작용해 물체를 회전시키는 원인이 되는 물리량)라는 용어까지 동원해 과학관 직원과 얘기를 주고 받으며 한창 분해에 열을 올리던 이승준 학생은 “오늘 세탁기를 해체하면서 리벳(강철판 등의 금속재료를 영구적으로 결합하는 데 사용되는 막대 모양의 기계요소)이라는 부분의 기능을 새로 알게 됐다”며 “로봇공학자가 꿈인데 오늘의 체험전이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 형제는 아버지와 과학관 직원의 도움을 받아 30분도 채 걸리지 않아 세탁기 본체 분리를 사실상 마무리했다.

국립과천과학관 중앙홀 1층에서 ‘물건 뜯어보기 체험전’이 열리고 있다. 사진=이연호 기자.
옆 테이블에서는 까만 보안경을 쓴 초등학생 자매가 사이좋게 앉아 CD-롬과 필름 카메라를 드라이버를 이용해 분해하고 있었다. 과학관 직원은 카메라에서 인쇄회로기판(PCB)이 나타나자 “이 판을 이렇게 작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카메라 같은 전자제품들의 크기도 작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잠시 후 초등학생 아들과 함께 집에서 쓰던 선풍기를 들고 행사장을 찾은 김선영(38)씨는 “아들이 자꾸 집에 있는 선풍기를 분해해 보고 싶다고 해서 집보다는 여기에서 하는 게 더 안전하고 배울 것도 많을 것 같아 데리고 왔다”고 말했다.

또 체험전 한쪽에서는 이제 막 걸음마를 뗀 듯한 미취학 아동들이 부모의 지도 아래 이미 분해된 전자제품의 부품들을 가져다 종이 위에 붙이고 그걸 바탕으로 상상력을 발휘해 각기 자신만의 ‘정크아트’를 만들고 있었다.

이번 체험전의 기획자인 과천과학관 과학교육과 유만선 연구관은 “노벨상을 수상한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은 어릴 때 라디오 수리를 좋아했고, 소년 스티브 잡스는 전자공학 키트를 갖고 놀면서 전자제품의 내부 작동원리를 익혔으며 기업에서도 경쟁회사의 제품을 분해해 모방하는 리버스엔지니어링을 자주 이용한다”며 “방학을 이용해 학생들의 과학적 호기심을 고취시켜 주자는 취지에서 이번 체험전을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유 연구관은 “이번 체험전에서 사용되는 물건들은 지역 재활용센터 등에서 싸게 구입한 것이 대부분이고 일부는 학부모들이 가정에서 오래된 전자제품을 직접 들고 오기도 한다”며 “아이들이 다시 원상태로 조립해야 한다는 부담감 없이 주변에서 자주 보던 사물들을 해체하면서 자연스럽게 작동원리를 이해하고 호기심과 관찰력, 탐구정신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물건 뜯어보기 체험전’ 행사장 한쪽 구석에 분해를 기다리는 각종 물건들이 쌓여 있다. 사진=이연호 기자.
크게는 오토바이, 냉장고, 세탁기부터 작게는 키보드, 마우스까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20종 이상의 각종 물건들을 마음껏 망가뜨려(?) 볼 수 있는 이번 체험전은 오는 27일까지 과천과학관에서 열린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집중'
  • 사실은 인형?
  • 왕 무시~
  • 박결, 손 무슨 일?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