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그플레이션' 중국은 돼지고기에 진심인가요[궁즉답]

중국인 돼지고기 소비량, 세계인 3배 이상
돼지고기 가격 中소비자 물가에 영향
6월초 돼지고기 가격 12% 급등…"더 오를수도"
中정부 나서서 "비축하지 말라" 경고
  • 등록 2022-07-12 오전 12:10:00

    수정 2022-09-19 오후 3: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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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중국은 돼지고기 가격에 유독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습니다. 중국에서 ‘피그플레이션’(Pigflation)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인데요,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또 중국의 돼지고기 가격 상승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나요.

[베이징=이데일리 신정은 특파원] “돼지가 없으면 집이 완성되지 않는다(无豕不成家)” 중국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한자에서 ‘집’을 의미하는 ‘家(가)’는 갓머리 아래에 ‘돼지’를 의미하는 ‘豕(시)’가 놓여 있다는 뜻으로 풀이되는데요. 그만큼 역사적으로 중국인들은 집에 돼지를 기르면서 돼지고기를 즐겨 먹었다고 합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중화요리 자장면, 탕수육도 모두 돼지고기가 들어가죠. 송나라의 시인 소동파가 좋아했다는 둥파로우(동파육), 중화인민공화국을 만든 마우쩌둥(모택통)이 가장 좋아했다는 홍샤로우(홍소육)도 모두 돼지고기를 쪄서 만든 요리입니다.

사진=중국 바이두
중국인의 돼지고기 사랑은 유별납니다. 중국은 세계 최대 돼지고기 생산국이자 소비국이죠.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1인당 돼지고기 소비량은 1981년 11.77kg에서 지난 2021년 40.1kg로 급증했습니다. 2019년 아프리카돼지열병(FRS) 여파로 돼지고기 가격이 급등하면서 1인당 소비량은 31.7kg까지 하락했지만 2020년부터 가격이 안정화되면서 소비가 다시 회복하고 있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집계한 2020년 기준 전세계 인구 1인당 돼지고기 소비량이 10.64kg이니 중국인이 3배 이상 많이 먹는 셈입니다.

‘피그플레이션’(Pigflation)은 돼지와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합친 단어인데요, 그만큼 중국에서 돼지고기 가격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합성어입니다.

돼지고기 가격이 오르면 그만큼 중국인의 밥상 가격이 높아지고, 민심이 악화할 수밖에 없겠죠. 그렇다 보니 정부가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입니다.

중국 1인당 돼지고기 소비량. 자료=국가통계국, 디이차이징
중국의 돼지고기 가격 상승은 우리나라에도 당연히 영향을 줍니다. 중국 내 공급이 부족해지면 중국은 돼지고기를 수입에 의존하게 되고, 이는 전세계 돼지고기 가격 인상을 야기할 수밖에 없겠죠. 우리도 수입산 돼지고기를 많이 사먹고 있는데, 국제 돼지고기 가격이 높아진다면 우리 밥상물가도 올라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무엇보다 중국이 돼지고기 가격에 예민한 이유는 소비자물가지수(CPI) 구성 가운데 식품 비중이 높은 편이기 때문입니다. 중국 당국은 2021년 바뀐 CPI 바스켓을 정확히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식품과 의류 등에 큰 비중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단적인 예로 지난해 2019년 11월 중국 CPI는 전년 대비 4.5% 상승하면서 약 8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는데요, 당시 돼지고기 가격이 110.2%나 급등했고 이로인해 CPI가 2.64% 오르는 효과가 발생했다고 국가통계국은 설명했습니다.

황원타오 중국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 CPI는 식품에 대한 비중이 18.4%로 미국의 7.8%보다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는데요, 이를 미뤄보면 돼지고기 가격에 따라 CPI도 움직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CPI는 중국 정부가 한해의 물가 상승률을 측정하는 지표입니다. 올해 중국 물가 상승률 목표는 3%인데 6월에는 이미 2.5%로 높아졌습니다. 23개월 만에 최고치입니다.

물론 6월 CPI에 영향을 미친 건 돼지고기 보다는 다른 요인이 더 컸습니다. 식품 가격 중 달걀, 채소, 식용유 등 가격이 3.2~6.6% 구간에서 상승했고요, 반면 돼지고기 가격은 전년보다 6% 하락했습니다. 비식품류에서는 국제유가 상승 영향으로 운송용 연료가 작년 동월 대비 32.8% 급등했으며 항공권 가격도 28.1% 올랐습니다.

베이징 시내 마트(사진=AFP)
그렇지만 안심할 수 없는 건 6월 돼지고기 가격이 전월보다 2.9% 상승했기 때문입니다. 중국 농업농촌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1일 중국 돼지고기 도매 평균 가격은 1㎏당 24.55위안(약 4783원)으로 일주일 전보다 12.9% 급등했고요. 이같은 추세가 지속된다면 앞서 말한 ‘피그플레이션’이 정말 나타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중국 중신증권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밍밍은 “돼지고기 가격이 3분기에 더 오를 것”이라며 “도매가가 ㎏당 30위안(약 5800원)을 넘으면 CPI를 상승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시장에서는 국제 곡물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사료 가격이 급등하자 부담을 느낀 양돈농가들이 돼지 처분에 나서면서 사육 돼지가 줄어들고, 이로 인해 돼지고기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고 보고 있는데요, 여기에 최근 중국 남부에 홍수가 내리면서 돼지 사육에도 차질을 주면서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를 의식한 중국 정부는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데요. 중국의 물가 관리 주무 부처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이달 4일 대형 돼지고기 관련 업계 관계자들을 소집해 돼지고기를 정상적으로 출하하고 재고를 쌓아두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발개위는 참석한 업계 관계자들에게 “최근 돼지고기 가격 상승이 비이성적”이라며 “이는 돼지고기 비축 현상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일부 매체가 가격 상승 분위기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단기간에 시장 정서를 왜곡시켰다고 지적했습니다.

소비자 물가지수. 사진=중국국가통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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