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안전에도 위험을 보는 시(See), 룩(Look), 워치(Watch), 인사이트(Insight) 4단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1단계는 위험이 눈에 보이는 시 단계다. 깨진 유리창처럼 위험한 상태가 눈에 보이니 조심하게 되고 안전을 위한 개선 조치도 즉시 이뤄진다. 위험도가 높은 장소나 업무에서 예상과 달리 사고가 많이 나지 않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이 단계는 위험장소나 시설에 위험표지판을 부착하거나 반복적인 교육을 통해 예방 효과를 거둘 수 있다.
2단계는 위험이 있음에도 쉽게 찾지 못해 주의해서 살펴야 하는 룩 단계다. 항상 같은 장소에서 반복되는 일을 하다 보면 업무에 익숙해져 위험을 발견하지 못하고 종종 놓치는 경우가 있다.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이니 안전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예방 투자 또한 잘 이뤄지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중소기업에서 사고 발생률이 높은 이유다. 이럴 때는 사고 발생 주기와 유형을 데이터로 기록하고 분석해 취약 분야를 집중적으로 관리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
3단계는 위험이 보이지 않아 꼼꼼하게 관찰하고 분석하는 워치 단계다. 위험이 눈에 보이지 않으니 안심하고 있다가 숨어 있는 위험 요인이나 돌발상황을 만나 사고를 당하게 된다. 대형사고 대부분이 이 단계에서 발생한다. 인센티브 같은 동기부여 방안을 마련하면 보이지 않는 위험을 효과적으로 찾을 수 있다.
의사가 환자의 증상을 보고, 묻고, 진찰을 통해 아픈 곳을 찾아내듯이 산업재해도 사고의 원인을 제대로 보고, 찾을 수 있다면 해결은 쉬워진다. 영화 ‘관상’의 한명회와 관상가 김내경이 나누는 대화에서 문제의 원인 찾기와 해결의 방향을 읽을 수 있다.
“나는 사람의 얼굴을 봤을 뿐 시대의 모습을 보지 못했소. 시시각각 변하는 파도만 본격이지. 바람을 봐야 하는데. 파도를 만드는 건 바람인데 말이요.”(김내경)
어려움 없는 인생 없고 갈등 없는 사회 또한 없다. 영국의 경영사상가 찰스 핸디는 자신의 저서 ‘역설을 넘어서 미래를 이해하기’에서 “상반된 것들 사이에서 어느 하나를 선택하려 하기보다 그것들을 조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앞이 보이지 않는 의정 갈등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비 높은 수준의 산재사망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당사자들이 현재의 문제를 인정하고 답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위기도 예측해 잘 준비하면 기회가 된다. 사고의 결과가 아닌 원인을 보자. 파도가 아닌 바람을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