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초유의 제1당 장외투쟁...'조국사태' 교훈 잊은 건가

  • 등록 2023-02-06 오전 5:00:00

    수정 2023-02-06 오전 5:00:00

더불어민주당이 엊그제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응하기 위해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민주당의 장외투쟁은 2016∼2017년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이후 6년여 만이다. 이태원 참사 책임자 문책, 민생 대책을 촉구한다고도 했지만 ‘검사독재’,‘이 대표 탄압’이라는 구호에서 볼 수 있듯 핵심은 사법 처리를 앞두고 있는 이 대표 지키기 목적의 정치적 실력행사였다.

압도적 의석으로 의회를 장악한 제1야당이 국회를 박차고 나와 대규모 여론전에 나선 건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합리적 증거와 논리를 통한 반박으로는 수사를 막을 명분이 없자 국회 밖에서 감성과 정치적 선동으로 대표 개인의 비리를 막겠다는 의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 실제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대북 불법 송금 연루 의혹 등 이 대표가 혐의를 받고 있는 모든 사건은 문재인 정부 검찰이 시작한 수사다. 성남시장 시절 지역 토착비리이거나 경기지사 시절 정치적 목적을 위해 북한과 뒷거래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중범죄로 정황 증거는 차고 넘친다. ‘검찰의 조작’이라고 공격하는 건 생떼일 뿐이다.

이런 민주당의 행태는 제2의 ‘조국 사태’를 연상케 한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지난 3일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지 3년 2개월 만에 1심 공판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 민주당은 그동안 이런 조 전 장관을 맹목적으로 비호하며 국론 분열을 초래했다. 수많은 시민들이 광화문과 서초동에서 ‘조국 퇴진’과 ‘조국 수호’를 외치면서 나라는 정치적 내전상태에 휘말렸다.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의 잇따른 패배는 민심과 동떨어진 이런 행보와 무관치 않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강성 지지층과 일부 강경파 의원들에 끌려다니며 명분 없는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조 전 장관을 무리하게 두둔한 데 대한 일말의 반성은커녕 이재명의 덫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번 투쟁이 조국 수호와 어떻게 다른지 상식있는 국민은 납득하기 어렵다. 제1야당이 특정인의 방패정당으로 전락하는 건 지지층뿐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불행이다. 뼈저린 각성이 없으면 민주당은 또다시 국민의 심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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