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금자 보호한도, GDP의 1.34배 그쳐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5000만원 순초과예금(총예금에서 예금자보호한도인 5000만원을 제외한 자금)은 6월말 기준 11조2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다. 2009년 2분기 기준 7조6000억원까지 불어났던 초과예금은 저축은행 사태 이후인 2013년 3분기 1조7000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하지만 이후 저축은행이 구조조정을 통해 부실을 털어내고 은행 등 타 업권보다 금리를 높게 제공하면서 시중 유동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 자료를 보면 6월 말 신규취급액 기준, 저축은행 1년 정기예금 금리는 1.80%로 은행 1.06%보다 0.74%포인트 높다. 저축은행 건전성도 좋은 상태다. 6월말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은 14.06%로 규제비율 대비 높은 수준이다. 저축은행은 자산 1조원 이상은 8%, 자산 1조원 미만은 7% BIS 비율을 유지해야 한다. BIS비율은 일종의 부채비율로 위험을 감안한 은행 자산을 자기자본이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건전성 지표다. 숫자가 높을수록 좋다.
예금자 보험제도는 금융회사가 영업정지나 파산으로 고객 예금을 줄 수 없게 되면 예금보험공사(예보)가 대신 지급해주는 제도다. 이를 위해 금융사가 내는 보험료를 바탕으로 기금을 적립한다. 현행 예금자보호법은 예금자보험금 지급 한도를 1인당 국내총생산액(GDP), 보호되는 예금 규모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시행령에 따라 1인당 보호한도는 2000년까지 예금 전액에서 2001년부터 최고 5000만원으로 설정된 후 지금까지 그대로다.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0월 발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1인당 GDP 대비 예금자 보호한도는 1.34배로 주요 7개국(G7)의 1인당 GDP 대비 보호 한도 평균인 2.84배에 비해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 실제 달러화 기준 국내 보호한도는 4만2373달러(5000만원)로 미국(25만달러)·영국(10만8974달러)·일본(9만3650달러)·캐나다(7만4627달러)보다 크게 낮다. 특히 1인당 GDP가 비슷한 이탈리아(11만3636달러)에 비해서도 낮다.
김태현 예보 사장도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예금자보험금 지급 한도 인상 필요성을 묻는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예금자 보호 한도가 오랫동안 변화가 없어 다른 나라에 비해 보호 정도가 작은 건 사실”며 “한도를 높여나가는 방향에는 찬성한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예금자 보호 한도를 높이면 금융사는 더 많은 보험료를 예보에 내야 한다. 특히 저축은행 예금자보험 요율은 예금 잔액의 0.4%로 은행(0.08%)보다 5배 높다. 이는 결국 대출금리 인상 등으로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어 실제 예금자보호 한도가 상향되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실제 지난해 9월에도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이 1억원 이상의 범위에서 예금자보호 한도를 높이는 내용의 예금자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소관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금융당국은 신중한 입장이다. 금융당국은 조경태 의원안 개정안에 대해 “우리나라 보호한도는 1인당 GDP의 국제통화기금(IMF) 권고수준(1~2배) 범위에 해당하며, 해외 주요국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장 안정화 정책수단으로 예금보호 한도 상향을 활용한 것이라는 점을 고려해 예금보호 한도 상향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예금자보호 한도를 올리더라도, 보험료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요율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봤다.